아침인가 싶으면 금새 또 하루가
시꺼먼 어둠속으로 훌러덩..오메
먼놈에 시간이 이리도 빠르디야?
그러거나 말거나 얄궂은 봄바람은
동네방네 창문을 살살 건드려쌋코
벗꽃나무에선 꽃비가 쏟아집니다
잔뜩 흐리지만 봄의 기운이 천지를
진동시켜서 기분도 꼬리한데 이밤에
끝을 잡고 귀신얘기나 함 해볼까요?
사람이 죽으면 혼백으로 변하여
혼은 일정한 기간이 지나고 나면
허공으로 흩어지고, 백은 썩어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빡빡이 도올
김용옥 아자씨는 영혼이 없다고
큰소리로 단언을 합디다만
그거야 누구도 확신할수없는 일..
죽어봐야 지옥이 있는지 천국이
있는지 알수있지 않겠어요?
그게 뭐든 믿는 사람한텐 있는것이고
안 믿으면 없는게 아니겠냔 말입니다^^
근데 난 영혼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왜냐믄 미스테리한 일을 경험했거든요
아주 오래전이었습니다
십수년간 원인모를 두통에 시달려
온갖 검사란 검사는 다 해보고 좋다는
약은 다 먹어봤지만 그 지겨운 두통을
해결할순없었어요. 심한 통증이 올때면
죽을똥을 싸면서 고통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는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어느날은 인척이 찾아와서
이상한 말을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자기 친정엄마가 수십년을 알고 지낸
유명한 보살이 있는데 하루는 뜬금없이
누구누구를 가리키며 빨리 자기한테 데리고
오지않으면 그사람 (몽따주가 딱 나였음)은
곧 죽게될거라는 무서운 예언을 했다잖아요
그소릴 듣고 득달같이 달려온건 평소 그보살이
워낙 용하고 기똥찬 쪽집게 도사였기때문이래
암튼 헐떡거리며 심각하게 말하는 그녈 보면서
제가 어땠을것 같나요? 무섭고 겁나서 벌벌
떨었을까요? 천만에말씀 만만의 콩떡이당
귀신 방구끼는 소릴한다고 꿀밤한테 때리곤
웃으면서 일축해버렸는데 어느날인가 불쑥
그 보살을 만나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멉니까?
알다시피 궁금한건 못참는 천재가 아니겠수?^^
그렇게 물어물어 소백산 근처에 살고있는
그 도사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 할매도사는
엉터리가 아니라 제법 영험한 도사였습니다
도사님왈...이십여년전 어떤 남자가 교통사고로
비명횡사를 했고 그남잔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는
차마 떠날수가 없어서 그 여자곁에서 이십년동안
머물고 있는데.. 허나 차원이 다른곳에 있는 혼은
살아있는 인간에게 해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죽은 영혼은 어떤 이유가 됐든
산사람 주변을 맴돌아선 안되는 이유가
본의아니게 사람한텐 피해로 작용한대요
그러면서 장담하기를 그 영혼이 가야할곳으로
천도를 하고나면 두통은 깨끗하게 사라질것인데
만약 그리하지 않으면 몇달안에 그 여자를 자기
세상으로 데려갈거라고.. 한마디로 말해서 내가
죽을거라고 공갈협빡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도사님의 공수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꿀먹은 벙어리는 생각을 했지요
천도를 안해서 죽게될지도 모른다는
협박따위는 개뿔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안식을 취하지 못하고 오랜세월을
허공에서 맴돌았을 그 영혼을 생각하니
참말로 가심패기가 미어지더구만요
이몸의 사랑이었던 남자 맞거든요ㅜ
스물아홉 꽃다운 청춘에
교통사고로 요절한 내 첫사랑..
환한 미소와 볼우물이 참 보기좋았던
나의 애달픈 첫사랑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편히 쉴수있도록
안식을 주는건 당연한거겠죠?
그리하야 소백산에서 장장 다섯명의 도사들이
협연을 해야만하는 큰 천도재를 시작하게됩니다
그 상황에서 벌어진 미스테리한 일을 설명할려면
이박삼일도 부족하다니깐요? 암튼 고문에 가까운
천도재를 마치고 다시는 그 영혼을 떠올리지 않는게
천도의 완성이라고 당부하던 도사님 말을 뒤로하고
엉망으로 기진맥진했던 나는 언니의 부축을 받고서
간신히 산길을 내려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더욱 재미난건 그로부터 정확히 일주일후
한몸처럼 붙어다니며 무시로 날 괴롭히던 두통은
흔적도 없이 말끔하게 사라졌고 나는 죽지않고
아직도 이렇게 씩씩하게 살아있습니다. 하하
오래전 그 특별했던 경험을 통해 나는
영혼이 존재한다는것을 믿게 되었는데
살아가는동안 삶의 반석이 될수있는
제게는 아주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안타까운 나의 첫사랑은
살아서도 그리고 죽어서까지도
내게 많은것을 주고 떠나갔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어 어리석은
나로 하여금 인생을 다시한번 뒤돌아
깊이 통찰할수있게 해주었으며 비록
일장춘몽의 인생이라곤 하나 그로인해
자칫 공허한 마음이 황폐해지지 않도록
위태로운 마음을 잘 이끌어 주었습니다
어쩌면 피안의 세계로 떠났을 그를
나는 이제서야 배웅하면서 새롭게
시작되는 봄을 마중할까 합니다
귀신이야기 재미있었나요?
그랬으면 재미값 쫌 내보슈
일단 쥔장님의 첫사랑 내지는
야릿하고 짜릿한 첫경험이라도 쫌...
세상에 공짜가 어딨노 마리야 그쟈?^^
---그 남자의 사랑이었던 사연도 많은 그녀가---
첫댓글 첫사랑....
이루거나 못이루거나 가슴 아픔 ^^;;;
그치만 아픈만큼 성숙해짐^^
가슴 아픈 추억이 있으셨군요...
묻어 두었던 기억속에...
첫사랑이 참으로 안타깝게느껴집니다...
그러게요..쪼매만 더 살다갈것이지^^
특별한 경험..아픈 경험 하셨네요.
이젠 그리움도 아픔도 세상에 다 내려놓으시고 영면하시겠군요..
인생이란게 참 미스테리해요
살아볼수록 더 그런것같습니다ㅎ
가슴이 서늘하군요......
저런...
어떤 댓글을 달아야 할끄나...전 그게 고민이네요. -.-
고민하지 마이소
다 지난 일인걸머^^
나윤님 ....
가슴이 너무 아파요 훌쩍훌쩍:: 킁킁 ~!!
그니깐 무조건 오래사세요
벽에 똥칠할때까지 사는겨!!
삭제된 댓글 입니다.
도날드 모양의 아바타가 넘 귀엽습니다요
실제 모습도 귀여우실라나? 하하
내 첫사랑캉 똑같네....문디,..ㅡㅡ
무척이나 가슴아픈 첫사랑을 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