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홍명보 선수 예전 기사 검색하다가
J리그 통신이 있어서 모아봤어요..
홍명보 선수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스포츠 투데이에
[홍명보의 J리그 통신]이라는 제목으로 기획연재를 한거 다 아시죠?
스포츠 투데이에서 연재되던거 모아서 [영원한 리베로]에
발췌해서 실은걸로 아는데...
기사가 거의 70여개라 나누어 올립니다...
혹시 중복이면 삭제하구요...
(근데 스포츠 투데이 홈피에도 몇개가 빠져있더라구요..
관리를 어떻게 하는건지..원...--;;;)
99시즌이 시작된 지도 벌써 3주가 훌쩍 지났다. 요즘은 매주말마다 벌어지는 경기에 대비하느라 하루해가 짧기만하다. 우리팀은 개막후 3연승을 달리고 있어 저절로 힘이 솟는 느낌이다.
J리그도 올해 3시즌때다. 지난해말 벨마레 히라쓰카에서 가시와 레이솔로 팀을 옮긴 후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내 고유 포지션을 되찾아 인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흐뭇하다. 이곳에서 포지션은 리베로다. 최종 중앙수비수로 수비를 총괄하고 때때로 공격에도 깊숙이 가담한다. 나로선 오랫동안 국가대표팀에서 맡아본 위치라 부담이 덜하다. 무엇보다 주도적으로 게임을 해 나갈 수 있다는 게 나로선 기분좋은 일이다.
지난 20일 우승후보로 꼽히던 요코하마 마리노스를 1-0으로 꺾은뒤 일본에 온뒤 처음으로 게임 MVP에 뽑혀 TV와 인터뷰를 가졌다.
솔직히 요즘은 `진작부터 리베로로 뛰었으면...`하는 아쉬움도 많다. 전소속팀인 벨마레 히라쓰카에서는 수비형 MF를 맡았는데 제대로 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
일본에 처음 올 때는 (노)정윤이밖에 없었는데 올해엔 나를 포함해 7명이 J리그에서 뛰고 있다.이곳 일본에선 한국선수들의 평가가 대체로 좋다. 빠른 적응력이나 투지,근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그러나 황선홍 노정윤의 세레소 오사카나 하석주 김도훈 최성용이 활약하고 있는 빗셀 고베는 팀성적이 좋지않아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도 팀성적에 상관없이 개개인에 대한 평가는 좋아 위안이 된다.
`선수는 오로지 그라운드에서 플레이로 말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지면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하게되니 왠지 어색하기도하고 한편으론 쑥스럽기도 하다.앞으로 이 난을 통해 일본프로축구의 생생한 이야기를 축구팬들에게 전해줄까한다. 25일이면 브라질전을 위해 귀국한다. 멋진 승리로 고국팬들에게 화끈한 봄인사를 할 것을 다짐해본다.
이번 승리는 정말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조화를 잘 이뤄 일군 쾌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선수들 모두 개인보다 팀을 위해 아낌없이 희생했다. 코칭스태프와 호흡도 잘 맞았다. 또 쌀쌀한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아준 국민들의 응원도 우리들에겐 정말 큰 힘이 됐다.
축구란 참 묘하다. `오늘은 꼭 무언가 보여주겠다`며 욕심을 부리면 왜 그리 긴장되고 플레이가 꼬이는지.... 반면 욕심을 버리면 정반대다. 잘하려는 생각보다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마음을 비우면 오히려 더 잘된다. 마음을 비우면 몸도 가벼운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은 정말 하나가 되어 열심히 뛰었다. 특히 일본에서 간 7명은 경기 전에 의기투합하고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었다. 지금까지 외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경기 이틀전에 합류한다고 하면 조직력 문제 등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이것을 떨쳐버리고 싶었다. 적어도 조직력 때문에 졌다는 얘기를 듣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브라질을 이겼다고 자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브라질은 장거리 비행과 쌀쌀한 날씨,어웨이경기의 부담이 경기력과 직결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브라질 선수들은 정말 훌륭했다. 특히 히바우두는 명성에 걸맞게 위협적이었다. 마크하는데 많은 애를 먹었다.
이번 브라질전 승리는 앞으로 외국선수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이런 기세가 2002년 월드컵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한국 프로축구가 31일 개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한국 축구를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일본의 봄은 한국보다 일찍 찾아온다. 요즘 내가 살고 있는 가시와뿐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일본의 상징인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난주는 일본-브라질의 친선경기가 단연 화제였다. 한국이 1-0으로 꺾었기 때문인지 일본 사람들은 내심 기대를 한 듯싶었다. 그러나 0-2로 패해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경기 결과도 결과지만 시종 브라질에 끌려다닌 것에 자존심이 무척 상한 것 같았다.
일본은 이번 경기에 대비해 이탈리아 페루자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일본축구의 영웅` 나가타까지 데려오며 브라질 사냥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경기가 벌어진 도쿄국립경기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빅게임이면 한달 전에 이미 표가 동이 날 정도로 국가대표팀 경기는 인기가 대단하다.
그런데 J리그(일본프로축구)의 열기는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다. 93년 프로축구가 처음 생길 때의 폭발적인 인기가 이제 전설이 됐다는 자조섞인 얘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축구 인기가 완전히 쇠락한 것은 아니다. 고정팬들도 많다.
가시와 레이솔의 경우 1만5,000석의 전용구장을 갖고 있는데 매번 1만여명의 관중들이 스탠드를 메운다. 경기장이 작다보니 이 정도면 꽉 차 보여 축구할 맛이 난다. 가시마 앤틀러스,주빌로 이와타,우라와 레즈,요코하마 F 마리노스 등 인기가 높은 팀들은 예전처럼 관중들을 몰고다닌다.
하지만 한국처럼 한 경기에 3만명씩 몰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올해도 요코하마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진 개막전에 3만6,000여명이 입장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 2만명을 넘긴 경우는 거의 없다. 요즘 한국의 축구열기가 대단하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나이지리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후배들도 잘 싸워주고 한국프로축구도 따뜻한 봄햇살과 함께 무럭무럭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이지리아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일본 청소년팀이 4강에 진출해 축제 분위기인 반면 일본 프로축구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가시마 앤틀러스가 컵위너스컵 준결승전에서 전남 드래곤즈에 1-4로 대패한 것은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시마는 지난해 J리그 챔피언으로 최근 2∼3년간 우승과 준우승을 밥먹듯 한 팀. 때문에 잘 알려지지않은 한국의 프로팀에게 큰 점수차로 졌다는 사실에 못내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다.
오늘은 일본의 축구 관중문화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일본에선 선수들이 절로 힘이 날정도로 팬들의 성원이 대단하다. 홈경기때면 1,000여명 이상의 서포터들이 골대 뒤편에서 열렬한 응원을 펼친다. 90분 내내 서서 쉴새없이 노래를 부르고 손수 제작한 대형 깃발을 쉴새없이 흔들며 열광적인 응원을 보낸다. 또 선수들의 이름이 적힌 대형 플래카드와 현수막을 경기장 곳곳에 걸어놓고 분위기를 주도한다.
응원은 서포터들의 몫만은 아니다. 일반 관중들도 일부러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차려입고와 관중석에서 말없는 성원을 보내준다. 내가 속한 가시와팀의 유니폼 색깔이 노란색인데 홈경기때 관중석을 둘러보면 마치 봄날에 개나리가 활짝 핀 듯 노란 물결이 장관을 이룰때가 많다.
서포터 문화중에 한국과 다른 점은 팬들의 연령층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주로 청소년만 서포터가 되지만 일본은 남녀노소 구분없이 서포터로 참여해 열심히 응원한다. 아무리 먼 원정경기라 할지라도 열성팬 50여명정도는 쉽게 볼 수 있다.
선수들에 대한 배려도 인상깊다. 이들은 경기가 끝나면 무작정 붙들고 사인공세를 펼치기보다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선수들과 선수단 버스가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국도 이제 건전한 축구 응원문화가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본프로축구는 지난달 나이지리아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청소년팀이 준우승하며 관중이 ‘조금’ 늘었다. 한국처럼 확 달아올랐다가 쉽게 가라앉기보단 꾸준함을 추구하는 일본인들의 속성을 감안하면 큰 폭의 변화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 보인다.
하지만 올시즌 들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있는 프로야구를 생각할땐 조금 약도 오른다.
프로야구의 흥행은 고졸출신의 괴물투수인 마쓰자카(19·세이부 라이온스)의 등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마쓰자카가 나오는 경기는 매번 만원이고 미처 입장하지 못한 관중들을 위해 경기장 밖에 TV를 따로 설치할 정도다. 이런 것을 보면 역시 스타의 위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일본에서 되기는 어렵지만 한번 뜨기만 하면 영원한 것이 바로 스타다.
지난주엔 일본 TV에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팀의 공격수로 뛰고있는 미우라 가즈를 특집으로 방영한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한국에서라면 ‘이미 한물간 선수’라며 ‘잊혀진 왕년의 스타’ 정도로 치부할 텐데 일본인들은 현재보다 그가 일궈놓은 업적에 초점을 맞추며 더많은 애정을 쏟는 느낌이다. 신문에서도 미우라 동정을 전하는 고정코너가 있을 정도다.
최근 TV에선 오노 신지,이나모토 등 새롭게 부상한 청소년팀 선수들을 집중 부각하고 있지만 미우라 정도의 인기를 얻으려면 아직도 멀었단다.
한명의 영스타가 떴다 싶으면 나머지 기존 선수들은 아예 선수도 아닌 듯 별 관심을 쏟지않는 한국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곳이 바로 일본이다. 물론 스타는 매년 배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타 탄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타를 잘 관리하고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태극마크를 처음 단 90년 이후 10년간 국제경기에 100회 출전해 센트리클럽에 등재됐다니 감회가 새로웠고 “내가 축구를 오래했구나”란 생각과 함께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국가대표로서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즐거웠던 순간도 많았지만 아쉬움도 참 많았다. 축구선수로서 최고 영예의 무대인 월드컵에 90년 이탈리아대회부터 3회 연속 출전한 것은 더할나위없는 영광이지만 본선에서 1승도 못 올린 채 번번이 예선탈락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이다.
5일 열린 벨기에전은 그래서 더욱 욕심을 냈었다. 지난해 11로 비겨 이번에 꼭 이겨보고 싶었는데 역시 상대가 강했다. 사실 우리는 기술축구를 구사하는 남미보다는 힘을 앞세운 유럽축구에 약한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벨기에전 패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가 세계축구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유럽세를 꺾기 위한 구체적인 해답을 던져줬기 때문이다. 정신력과 홈 이점만으로 ‘할 수 있다’라는 것보다 좀더 체계적인 준비의 필요성을 보여줬다고나 할까.
운동선수에겐 환희와 좌절이 바이오리듬 곡선처럼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특히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부상이나 슬럼프는 이겨내기 힘든 고통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힘이 되는 것은 팬들의 성원이다. 축구선수는 그라운드에서 팬들의 응원소리를 들으며 경기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더군다나 A매치 100경기 출전 기념으로 팬들로부터 촛불 100개가 꽂힌 케이크를 받았으니 그 행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들,특히 경기장에 나와 목이 터져라 열심히 응원해주신 ‘붉은 악마 응원단’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몸이 재산인 운동 선수를 뒷바라지 한다는 것이 여간 고달픈 일이 아니다. 남편이 항상 최고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몸보신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데다 원정경기다 전지훈련이다 해서 집을 자주 비우기 때문에 이별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벨기에전과 코리아컵을 위해 나 또한 지난달 31일 귀국했지만 계속 합숙을 하는 바람에 아내(조수미)와 함께 보낸 시간은 고작 하루뿐이었다. 정말 생이별은 운동선수에게 숙명인가 보다.
아내는 요즘 7개월된 아들 성민이와 하루종일 씨름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신혼초엔 참 힘들었다. 특히 결혼과 함께 이웃도,마땅히 의지할 친척도 없는 일본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더욱 힘겨운 나날이었다. 홈경기는 그나마 괜찮은데 원정경기라도 걸릴 때면 집에 홀로 남겨두고 떠나는 마음이 무척 안쓰러웠다. 특히 아내는 마음이 여리고 무서움을 많이 타 혼자 밤 지새는 것을 무척 힘들어했다. 그래서 원정경기를 떠날 때면 긴밤을 버틸 수 있도록 비디오를 잔뜩 빌려다 놓고 가는 것이 빼놓을 수 없는 일과였다.
운동선수 아내는 먹거리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아내는 운동 끝내는 시간에 맞춰 음식을 장만하느라 하루종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더군다나 일본은 주로 인스턴트식품이 많고 정작 몸에 필요한 영양식이 많지 않아 직접 한국에서 재료를 가져다 음식을 장만하곤 했다.
요즘은 애 덕분에 외로움은 덜하다지만 타관 객지에서 애키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애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언어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말 없이 곁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아내가 있기 때문에 내가 A매치 100경기도 돌파하고,J리그와 국가대표 생활을 모두 잘해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리아컵은 나름대로 선수들 모두 의기투합해 열심히 뛰었지만 결과적으로 우승을 못해 성원해준 팬들에게 죄송스런 마음이다.
그러나 우리로선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고 냉정하게 말해 그것이 바로 한국축구의 현주소라고 본다. 아무리 게임을 압도해도 결국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코리아컵의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 3년 앞으로 다가온 2002년 월드컵에서 어떤 성적을 올리느냐가 더 큰 관심사다. 더구나 홈에서 잔칫상을 차려놓고 망신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는 세대교체를 시도해 가능성 있는 신인들을 많이 발굴한 것이 큰 수확이다. 사실 A매치에 단 한 게임도 뛰어보지 못한 어린 선수들에게 최고의 실력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채 적응력도 키우지 못했는데 당장 경쟁력을 갖추라는 얘기밖에 안된다. 그 선수에게 애정을 갖고 꾸준히 지켜보아야만 앞으로 2,3년 뒤 튼실하게 맺는 열매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합류한 어린 선수들은 좋은 선수들이다. 모두 다 기본 자질이 뛰어나고 잠재력도 있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좋은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주고 꾸준히 지켜본다면 2002년 월드컵에서는 만개된 기량을 펼쳐 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쟁에서 승패는 병가지상사고 패자는 유구무언이라고 했다. 기대대로 우승을 하지 못해 모든 말이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우리로선 최선을 다했기에 아쉬움이 있을지언정 후회는 없다.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은 좀더 큰 인내심과 애정을 갖고 국가대표팀을 지켜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달 30일 가시와 집으로 돌아와 5일부터 훈련을 재개,다시 일본 J리거로의 생활을 시작했다. 돌아오자마자 팀으로부터 절반의 지원금을 받아 차(벤츠·5,000만원)도 샀고 연습장에 나가 오랜만에 동료들과 훈련을 하니 마음이 매우 상쾌하다.
마음이 상쾌한 것은 아마도 이곳의 깨끗한 생활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하다.
이곳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보면 정말 위생과 청결,환경보호로 똘똘 뭉쳐진 느낌이다.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도 없고 음식점은 항상 신장개업을 한 것처럼 깨끗하다. 특히 철저한 쓰레기 분리수거는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 엄격한 쓰레기 분리수거 때문에 한번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적이 있다.
지난번 내딴엔 분리수거를 한다고 생각하고 쓰레기를 버렸는데 쓰레기장을 관리하는 동네 부녀회 회원들이 봉지에 무엇을 곱게 싸서 우리집을 찾아왔다.
살펴보니 내가 버린 아기 분유통 밑바닥의 알루미늄캔을 뜯어서 봉지에 잘 싸갖고 온 것이다. 몸체는 종이로 만들어 타는 재질이지만 밑바닥은 알루미늄이라 안 된다며 캔을 수거하는 날 내놓으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곁들여 주었다.
이 정도로 이곳의 분리수거는 철저하다. 1주일에 두번은 타는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고 2주일에 한번은 안 타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날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1주일을 기준으로 종이 알루미늄캔 유리 플라스틱 등 버리는 날이 각각 따로 정해져 있다.
또한 쓰레기 수거장은 늘 동네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청소,약간 과장하면 파리 한마리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환경을 자기 몸같이 생각하는 이곳 사람들. 이런 생활습관이 자연스럽게 운동장 청결과 응원이 끝난 후 자신의 자리를 깨끗이 정리하는 시민의식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
일본프로축구 선수들도 뜨거운 여름을 보내기 위해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 등의 섭취를 많이 한다. 하지만 한국선수들처럼 보신탕이나 쓸개 등 영양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음식물,특히 육류나 생선을 통해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영양소를 얻는다.
나도 특별한 스태미나식을 먹지는 않는다. 집에서 해 온 보약을 제외하고는 충분한 반찬에 열심히 밥 세 끼를 제시간에 먹는 것으로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살인적인 물가때문에 한국처럼 음식을 마음껏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곳에서는 갈비가 3대에 8만원이 넘는다. 한국의 다섯 배가 넘으니 진짜 갈비가 아니라 ‘금쪽 고기’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여름의 제철 음식인 수박 참외 등 과일류도 마찬가지다. 너무 비싸기 때문에 수박을 온전한 통으로 파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전부 네 조각으로 잘라 비닐봉지에 예쁘게 포장해서 팔며 한 조각이 대략 6,000원이나 간다. 대부분의 과일이 그렇다.
한국에선 과일을 박스째로 사거나 선물을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지만 여기에선 정말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그래서 돈도 절약하고 입맛에 맞는 한우를 먹기 위해 지난번 코리아컵이 끝나고 일본으로 오면서 갈비 40대,사골 등 을 꽁꽁 얼려 밑반찬과 함께 가방 맨 밑바닥에 넣어 소포로 부치거나 핸드캐리어로 모두 들고 왔다. 가져올 때는 무게가 꽤 나가 고생을 많이 했지만 냉장고에 넣으니 마음이 너무 든든하다. 다음달 7일부터 개막하는 후반기 리그에서의 더욱 힘찬 발걸음을 위해 나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먹지 않아도 포만감이 느껴진다.
일본의 여름도 한국처럼 무척 무덥다. 그러나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탓인지 습기가 많아 항상 끈적끈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금 살고 있는 이곳 가시와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지난 해까지 머물던 히라쓰카 지방은 바닷가 근처여서 그런지 자고 나면 이불이 축축할 정도로 습기가 많아 여름을 나는데 꽤 고생했다. 요즘은 리그 중간에 운영되고 있는 컵대회(야마자키 나비스코컵)를 준비하느라 더위를 쫓을 겨를도 없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우리팀은 큰 변화를 맞은 가운데 후기리그를 준비하고 있다. 94년 미국월드컵 득점왕 출신인 세계적인 골잡이 스토이치코프(불가리아)가 계약기간을 1년 이상 남겨놓고 전격적으로 팀을 떠났다. 대신 수원 삼성에서 뛰다 지난해 벨마레 히라쓰카로 이적했던 바데아를 영입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바데아는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한때 한국으로의 U턴을 고려했으나 연봉 등 조건이 맞지않아 포기했다.
몸값이나 네임 밸류만 따지고 본다면 스토이치코프와 바데아는 비교가 안되지만 그라운드에서 같이 뛰는 선수들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스토이치코프는 전기리그동안 11게임 출전해 4골을 터뜨리는 등 가시와가 4위를 차지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미드필더인 그는 열심히 뛰지는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빛나는 절묘한 패스나 골 결정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역시 대스타란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그러나 그는 불같은 성격에 자주 짜증을 내며 팀플레이에는 맞지 않았다. 아무래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뛰다 한 수 아래의 아시아권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려니 그 자신이 무척 화가 났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데아는 다르다. 혼자 묵묵히 훈련도 잘하고 플레이도 성실하다. 무엇보다 열심히 뛰며 개인플레이보단 팀플레이에 힘쓴다. 스토이치코프를 떠나보내면서도 코칭스태프가 후반기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바로 바데아의 영입에 있다. 팬들이 좋아하는 선수는 겉으로 화려한 스토이치코프라면,감독이 좋아하는 선수는 바로 바데아같이 조용하면서도 내실있는 선수인 것이다.
99야마자키 나비스코컵 8강전에서 전기리그 우승팀인 주빌로 이와타를 꺾고 4강에 올라 사기가 충천한 가시와레이솔은 27일부터 후기리그에 대비한 합숙훈련에 들어간다.
일본에서는 합숙이 대체로 짧다. 길어야 10일을 넘지 않는다. 1년에 많아야 고작 두번뿐으로 겨울에 한번,그리고 이번처럼 후기리그에 대비한 합숙훈련이 전부다. 이번 합숙도 30일까지 3박4일간이다.
일본의 합숙문화는 한국과 큰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선수생활 중 절반 이상이 합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고-대학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프로에서도 합숙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학원에서는 전지훈련을 갈 때나 잠깐 합숙을 할 뿐 대부분 집에서 다니며 훈련도 하고 대회에도 나간다. 프로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모든 것이 자율적인 분위기다. 대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관리에 더욱 철저하다.
합숙훈련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합숙이 반드시 능사가 아니지만 합숙훈련이 갖는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합숙훈련의 단점은 너무 묶여 있어 답답하다는 것이다. 특히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선수들에게는 합숙이 고역이다. 오죽했으면 매일 합숙 같은 숙소생활이 지긋지긋해 결혼을 서두르는 선수들이 나올까.
장점도 많다. 일단 팀을 하나로 묶어 일체감을 조성할 수 있다. 특히 위기 때는 합숙훈련의 효과가 톡톡히 난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그때보다 가슴 벅찰 때도 없다.
한일간의 다른 합숙문화를 접하다보면 습관의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합숙생활에 길들여진 한국선수들에게 갑작스레 합숙을 안하는 것이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반대로 합숙에 익숙하지 못한 일본선수들에게 무작정 합숙을 강요한다는 것도 좋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갑작스럽게 큰 물난리를 겪고 있어 걱정이다. 이곳 일본에서도 한국의 소식을 TV를 통해 시시각각 접하고 있는데 피해가 무척 큰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서울 부모님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다행히 그쪽은 피해가 없다고 하신다. 하지만 물난리로 고생하시는 다른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아무쪼록 큰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하루빨리 수마(水魔)의 상처를 씻고 다시 일어서길 기원한다.
일본은 요즘 한국과 달리 날씨가 좋다. 비도 오지 않고 며칠째 햇볕이 쨍쨍 내리쬔다. 좋은 날씨 덕에 지난달 31일 J리그 올스타전도 잘 치렀다. 오사카에서 벌어진 이번 올스타전도 예년과 같이 팬들의 폭발적인 성원으로 성황리에 마쳤다. 4만3,000여석의 오사카 나가이스타디움은 팬들로 입추의 여지없이 꽉 찼고 경기 내내 서포터스들을 중심으로 한 열광적인 응원은 올스타전을 축제의 한마당으로 승화시키기에 충분했다.
각 구단의 서포터스들은 자기 팀의 유니폼을 입고 동부팀과 서부팀으로 나뉘어 열렬히 응원전을 펼쳤다. 양쪽 골대 뒤편에 자리한 서포터스들은 줄잡아 1만5,000명. 형형색색의 각 구단 유니폼을 입고 소속팀 깃발을 흔들며 하나가 되어 조직적인 응원을 펼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특히 서포터스의 구성이 한국과 달리 중·고생 등 일부 특정 계층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장년층까지 폭넓게 포함돼 있어 남녀노소가 함께 어우러져 응원을 펼치는 모습은 보기에 무척 좋았다. 이런 것을 보면서 올스타전은 정말 팬들이 만드는 축제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한국은 비 때문에 올스타전이 연기됐다니 안타깝다. 빨리 비도 그치고 평온을 되찾아 모처럼 서울에서 열린다는 토너먼트대회(아디다스컵)도 성공적으로 마치고 팬과 함께하는 올스타전도 빨리 열렸으면 좋겠다.
6일 개막된 J리그 후반기 레이스는 첫날부터 이변이 속출해 이곳 전문가들을 머쓱하게 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던 시미즈 S 펄스가 황선홍 노정윤이 뛴 세레소 오사카에 덜미를 잡혔고,전기리그 우승팀 주빌로 이와타는 유상철이 속한 요코하마 F 마리노스에 0-3으로 대패했다.
또 지난해 J리그 챔피언인 가시마 앤틀러스는 우리팀(가시와 레이솔)에 졌고 전기 최하위인 벨마레 히라쓰카는 랭킹 5걸 안에 꼽히는 나고야 그램퍼스를 4-2로 대파하는 파란을 연출했다. 일본의 ‘떠오르는 태양’ 오노 신지가 속한 우라와 레즈도 전기 14위인 교토 퍼플상가에 패하는 등 그야말로 상위권팀들의 수난의 연속이었다.
사정이 이쯤되자 일본의 매스컴과 축구 전문가들은 “후기리그 우승은 오직 신만이 알 것”이라며 예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위권으로 분류된 제프 유나이티드,후쿠오카 아비스파,빗셀 고베,벨마레 히라쓰카,교토 퍼플상가를 제외한 상위 11개팀 모두 우승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전기에서도 당초 ‘빅 5’로 꼽혔던 팀 가운데 요코하마(7위) 우라와(13위)가 처지고,대신 만년 중위권이었던 가시와 레이솔(4위) 세레소 오사카(5위)가 상위권에 올라 전문가들의 예상을 무색하게 한 바 있다.
이처럼 J리그가 혼전 양상을 띠는 것은 각팀 전력이 급속히 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고 선수들의 실력도 전반적으로 상승한 덕분이다. 계속된 경기 침체로 값비싼 외국인 선수 수입을 자제하고 싼 용병들을 수입하면서 팀간의 전력차가 그다지 나지 않고 선수들의 실력도 갈수록 좋아져 이제 3∼4골차 나는 경기는 쉽게 찾을 수 없다.
때문에 예전 베르디 가와사키,주빌로 이와타,가시마 앤틀러스와 같이 특정 팀의 독주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게임을 치를 때마다 순위가 들쭉날쭉 바뀌는 치열한 혼전이다.
첫 게임부터 흥미진진한 후기리그에서는 과연 어느 팀이 패권을 차지할지 나 자신도 무척 궁금하다.
일본은 요즘 늦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지난주까지는 이곳에도 한국처럼 비가 무척 많이 왔다.
사실 일본은 한국보다 비가 더 자주,그리고 많이 내린다. 그런데 일본은 한국과 달리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축구는 예정대로 벌어진다. 올해로 J리그생활 3년째인데 비 때문에 경기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경우는 딱 한번 있었다. 지난해인가 남쪽지방으로 원정경기를 갔을 때 때맞춰 온 태풍 때문에 딱 한번 경기가 취소된 것 빼고는 비로 경기를 못한 적이 없다.
팬들은 비가 온다고 해서 한국처럼 구단사무실이나 J리그연맹에 전화를 걸어 경기를 하는지 안 하는지를 물어보지 않는다. 아무리 비가 와도 경기는 제 시간에 거행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우리팀(가시와 레이솔)은 우라와 레즈와 원정경기를 치렀는데 경기 하루전부터 당일까지 폭우라고 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그리고 경기 30분전에 잠깐 그치더니 경기 중엔 또 많은 비가 내렸다. 그래도 1만3,000여명의 관중이 여느때와 같이 스탠드를 메웠다. 이들에겐 “설마 이런 비에 경기를 하겠어?”란 의구심 자체가 없다.
비가 내려도 경기를 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한국에선 비가 많이 내릴 경우 그라운드에 물이 흠뻑 고여 경기를 치르기가 무척 어렵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의 경기장은 배수시설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비가 억수같이 내려도 경기시작 30분전에만 그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렇게 비가 왔는데도 그라운드 상태는 평소때와 똑같다. 단지 그라운드에 물을 살짝 뿌려놓은 정도의 느낌일 뿐이다. 한국처럼 질퍽질퍽하고 그라운드 곳곳에 물이 홍건하게 고여있는 것은 눈씻고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수중전이라고 해서 선수들은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한국은 올해 비때문에 몇게임이 취소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일본과 함께 2002년 월드컵을 치르는 한국도 이제 좀 더 경기장시설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브라질에서 귀화해 오랫동안 일본대표팀에서 활약했던 라모스의 은퇴기념 경기였다. 이날 게임은 라모스와 그와 친한 동료들이 한 팀을 이루고 J리그 선발팀이 한 팀을 이뤄 경기를 벌였다. 베르디 가와사키에서 라모스와 함께 뛰었던 미우라가 영국에서 날아왔고,마에조노는 브라질에서 이 경기를 위해 리그도 포기한 채 귀국하는 진한 우정을 과시했다. 이밖에 비스마르크,베팅요 등 현재 J리그에서 뛰고있는 브라질 선수들이 기꺼이 그의 팀에서 뛰었다. J리그 선발팀엔 이하라,아키타 등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 선수들이 모두 모였다. 나도 이번 경기에 뛰지 않겠느냐고 제의를 받았지만 사양했다.
이날 라모스는 42살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라모스는 경기후 4만관중 앞에서 소감을 말한 뒤 선수들에게 공 하나씩을 차주며 성대한 은퇴식을 마무리지었다.
사실 이날 라모스의 은퇴경기는 나로선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무리 일본축구에 공헌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도 일본 토종선수도 아닌 귀화선수에게 이렇게 성대한 은퇴식을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스타를 아낄 줄 아는 일본인들에게 두 번 놀랐다.
한국에서는 내 위로 훌륭한 선배들이 많았지만 이렇게까지 성대한 은퇴식을 치른 선배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저 경기에 잠깐 모습을 비친 뒤 그라운드에서 꽃다발을 받고 잠깐 은퇴식을 갖는 게 고작이었다. 이젠 효용가치가 없어 ‘버려졌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게 하는 게 한국의 은퇴문화다. 그러니 일부러 은퇴경기까지 만들어주고 그 경기에 무려 4만명이 찾아준 일본인들의 정성이 내겐 샘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떠날 때를 잘 알아야 한다고 했지만 떠날 때 청춘을 바쳐 정성을 쏟았던 일들이 결코 후회스럽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팬들의 역활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영웅으로 군림하며 90년대 일본축구의 중흥을 이끌었던 그가 짧은 크로아티아 생활을 마치고 되돌아온 것이다. 올해 나이 32살. 일본에서는 이 정도 나이면 이미 ‘퇴물’로 취급받는데 미우라에 대한 일본인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그의 몸짓에 환호를 보냈고 복귀무대에서 2골을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끈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방송에서는 그의 골장면을 계속 보여주었고 스포츠신문에서도 1면 톱기사로 다루며 그의 복귀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를 불러들인 사람은 교토 퍼플상가의 가모 슈 감독이었다. 가모 슈 감독과 미우라는 잘 알려진 대로 일본대표팀에서 동고동락한 절친한 사제지간이다. 이들은 프랑스월드컵 1차예선 때까지만 해도 잘 나갔으나 최종예선에서 한국 등에 잇달아 지며 가모 슈 감독이 중도하차했고 미우라 또한 신임 사령탑인 오카다 감독에게서 신뢰를 잃어 프랑스월드컵 본선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 둘 모두 프랑스월드컵을 통해 동병상련을 느낀 셈이다.
미우라의 기량이 예전처럼 최고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빗셀 고베와의 복귀전에서 헤딩으로 한 골을 얻었지만 두 번째 골은 거저 넣다시피한 행운의 골이었다. 미우라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클럽으로 이적한 것은 지난해 말이다. 당시 미우라의 소속팀이었던 가시마 앤틀러스가 심각한 재정난을 겪자 20억원에 달하는 고액연봉자인 미우라를 방출한 것이다. 그러나 미우라의 크로아티아생활은 여의치 못했고 반시즌 만에 ‘기량 미달’로 방출의 설움을 곱씹어야 했다. 방출 후 미우라는 유럽팀으로의 이적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여의치가 않았다. 그가 입단을 위해 노크한 유럽팀만 해도 10여개가 넘었다고 한다. 그러다 가모 슈 감독에 의해 극적인 고국 U턴이 성사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한번 스타면 영원한 스타다. 스타를 아낄 줄 아는 것이 바로 일본의 스타 문화다. 한국처럼 잘 나갈 때만 열광하다 인기가 시들면 팍 사그러지는 그런 냄비문화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노장 미우라의 컴백에 따른 일본인들의 환호는 무척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