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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는 '무간도'의 기본 아이디어만 따왔을 뿐, 완전히 새로운 영화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그건 거짓말이고, 원작의 기둥 줄거리와 주요 에피소드들을 거의 그대로 따오고 있습니다. 물론 몇몇 설정에 변화를 주었고, 없던 등장인물이 새로 추가됐으며, 캐릭터의 비중 분배를 새로 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뭔가 각색자의 창조적인 해석을 내심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줄 것입니다. 이런 영화는 오리지널을 보고 리메이크를 보는 관객과, 그냥 리메이크만 보는 관객들 사이에 상당한 갭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이 영화에 열광하는 관객들과 비평가들은 거의 다 오리지널 홍콩판을 보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디파티드'를 보느니 '무간도'를 한번 더 보는게 나을뻔 했습니다.
아마 가장 큰 문제는 서양인들과 동양인들의 넘을 수 없는 어떤 정서적 간극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펄프 픽션'을 보면 브루스 윌리스가 자신과 앙숙관계인 보스와 함께 동네 변태에게 잡혀서 지하실에서 몹쓸 짓을 당하게 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영화를 본지 너무 오래되서 자세한 스토리는 기억 안나지만) 부르스 윌리스 혼자 그 상황에서 탈출을 하고 무사히 빠져나가게 디는데, 문득 도망가던 그가 아직까지 변태들의 소굴에 잡혀있을 보스를 떠올리고는 그를 구하기 위해 다시 원래 있던 그 지하실로 내려가는 장면이 나오죠. 어릴 적부터 동양 영화에 익숙해 있던 타란티노는 이 장면이 서구 관객들에게도 먹힐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서양 관객들은 그 장면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왜냐면 상식적으로 자신을 그동안 괴롭혔왔던 보스를 왜 목숨 바쳐서 구해주냐는 것이죠. 그 영화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하는 행동은 서구인의 합리적 태도에 비추어보면 정말 비합리적이고 멍청한 짓인 셈입니다. 하지만 동양 관객들은 그 장면을 보고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여기서 동양인, 서양인 나눠서 자꾸 이분화시키는게 좀 위험한 이데올로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분명히 어떤 정서상의 차이는 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가 '무간도'의 리메이크에 흥미를 느낀 것은 범죄조직과 경찰이 서로가 서로에게 스파이를 심어놓고 서로의 '엑스맨'을 찾아낸다는 그 첩보물 비슷한 추리게임이 대단히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겁니다. 하지만 정작 '무간도'에서 느껴지는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그들은 관심이 없었습니다. 앞에서 예를 든 '펄프픽션'과 비슷한 예가 여기에도 나옵니다. (스포일러) 오리지널에서 양조위가 총에 맞아 죽는 순간에 유덕화는 "아싸! 놈이 죽었구나!!!"라는 희열의 얼굴이 아니라, 무언가 오래된 친구를 떠나보내는 듯한 안타까운 얼굴로 머뭇거립니다. 그리고 금방 눈물이라도 터트릴 듯한 슬픈 표정으로 고뇌에 빠지게 되죠. 그 영화에서 유덕화와 양조위는 서로가 서로를 먼저 발견해서 처지해야하는 적대적 관계기이도 하면서, 비슷한 운명에 사로잡혔다는 이유로 서로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어떤 동료같은 우정의 냄새를 강하게 풍깁니다. 그들은 적이면서 친구입니다. '무간도'에서는 두 사람을 같은 경찰학교에서 서로 경쟁했었던 라이벌 관계였다는 설정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결국 동전의 양면, 서로가 서로를 흉내내는 데칼코마니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진하게 풍깁니다.
그런데 서양인들이 '무간도'라는 영화를 봤을때 그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를 우리만큼 공감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왜 마지막에 유덕화가 그렇게 허무한 표정으로 죽은 양조위를 쳐다보는지 그들은 그 밑바닥에 깔린 이중적인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겁니다. 그래서 한없이 슬프고 무거운 정서적 울림을 던져주었던 그 유명한 마지막 총격장면을 마틴 스콜세지는 '결국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고 패자에게 남는건 죽음뿐이다'는 어두운 뒷골목 세계의 냉정한 생존법칙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쯤으로 해석해 버립니다. 그래서 오리지널에서 유덕화가 자신을 구해준 동료 스파이를 총으로 쏴죽일때 그의 심리에는, 자신이 스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최후의 증인마저 제거하고 살아남으려는 생존본능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걸 넘어서서 자신의 분신처럼 여겨지는 양조위를 잔인하게 사살한 것에 대한 어떤 증오심이나 복수심도 강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디파티드'의 총격 장면에서는 그런 복합적인 의미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디카프리오의 죽음은 그냥 허무하게 느껴지는 수준에서 끝날 뿐이고 관객들에게 어떤 깊은 정서적 파장을 일으키지 못합니다. 스콜세지의 냉혹한 세계관에서는 이런게 더 적절한 묘사라고 옹호하는 분들이 많지만, 글쎄요. 기존의 그의 영화들에서 주요인물들이 죽을때 이런식의 아무런 감정도 일으키지 못하는 '벙찐' 장면들을 전 본적이 없습니다.
또 하나, 멧 데이먼이 자신의 보스인 잭 니콜슨을 죽이는 장면 역시 그런 해석상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범죄조직 두목의 꼬봉에서 벗어나 경찰 간부로서의 새로운 엘리트 인생을 살고자 하는 유덕화의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보스를 사살하는 장면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반면, '디파티드'에서는 두목이 자기들몰래 FBI와 접선한 것에 대한 복수심 정도로 간단히 처리됩니다. 그래서 유덕화가 증지위를 사살하는 장면은 엄청난 영화의 반전을 불러오는 반면에 '디파티드'에서 잭 니콜슨이 죽는 장면은 전혀 심각하게 보이지가 않습니다. 사실 무간도 전체를 놓고봐도 그 장면은 가장 중요한 장면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스콜세지와 각본가는 원작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것 같습니다. 아마 '무간도' 보면서 지들끼리는 그랬겠죠. '저 장면에서 왜 유덕화가 보스를 죽이는거지? 확실한 동기가 없군. 우리 영화에서는 그 살인의 동기를 확실하게 부여하자구. 보스가 몰래 FBI와 접선을 하고 있다가 들통이 나서 그동안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으로 말야?' 이거는 '링' 미국판에서 사다코를 홀로그램으로 처리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오독입니다. '아니 텔레비전에서 기어나온 귀신이 왜 이리 사실적이야? 저런건 홀로그램같은 텔레비전 영상처럼 처리를 해야지 말이 되지. 우리는 저렇게 묘사하지 말자구' 뭐 이런식으로 헛다리를 짚었던 것과 크게 다를게 없다는 겁니다.
사실 '무간도'의 진짜 재미는 범죄조직의 끄나풀로서의 자기 아이덴티티와 잘가나는 엘리트 경찰로서 느끼는 외관상의 자기 모습 사이에서 '무엇이 진짜 내 모습인가, 아니 무엇을 내 진짜 모습으로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유덕화의 심리적인 갈등과 방황 속에 담겨 있습니다. 양조위가 느끼는 고통과 아이러니는 '범죄소굴에서 스파이 짓하는게 얼마나 후덜덜한가'를 굳이 자세하게 설명안해도 관객들에게 쉽게 전달될 수 있지만 유덕화가 느끼는 혼돈은 조금 더 섬세하고 디테일한 묘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디파티드'에서 관객은 멧 데이먼의 깊숙한 심리까지 들어가지 못합니다. 아니 멧 데이먼만 그런게 아니라, 디카프리오 역시도 '무간도'의 양조위의 슬픈 눈빛에 비하면 그가 느끼는 혼란이나 고통을 관객들이 충분히 전달받지 못합니다. 정신과 의사 앞에서 앵앵대며 힘들어죽겠다고 '대사'를 통해서만 자꾸 그가 처한 상황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려고 하는데, '무간도'에서는 그걸 유치하게 대사로만 표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양조위의 섬세한 연기 하나만으로도 그의 안타까운 상황을 절절히 가슴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영화의 질적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죠. 저는 마틴 스콜세지를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디파티드'는 실패란 리메이크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스콜세지 영화중에서 제가 유일하게 지루함을 느낀 작품이기도 하구요. 예를 들어 원작에서 '모스부호'를 사용해서 긴박감있게 처리된 명장면을 '핸드폰 문자'수준으로 바꿔버린 그 발상은 정말... 그 유명한 옥상신의 비쥬얼 차이는 말할 필요도 없구요.
그렇다고 이 영화가 졸작이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미국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이나 '내년 오스카는 따논 당상'이라고 추켜세우는 미국 비평가들의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평가만 봐도 이 영화가 아주 짜임새 강한 영화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장점은 스콜세지의 실력이라기 보다는 '홍콩영화의 최근 10년간을 통털어 최고 걸작'이라 평가되는 유위강, 맥조휘의 뛰어난 원작에서 대부분 가져온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솔직히 옛날 영화도 아니고 불과 몇년도 안된 따끈따끈한 화제작을 금방 리메이크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너무 편한길만 선택하는 것 같아서 그다지 좋은 자세라고 보여지지 않습니다. 최근에 '링'이나 '주온', '검은 물 밑에서' 등이 미국에서 곧바로 리메이크되어 선을 보이는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이미 아시아에서는 널리 성공해서 검증을 받은 히트작을 조금 미국식 설정으로 수정하고 미국 배우들을 출연시켜서 후다닥 개봉시키는, 이런 유행에 편승한 작품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배우 이야기를 빼놨는데, 많은 분들이 '디파티드'의 연기자들이 내년 오스카를 휩쓸 것이라고 예언하셨더군요. 지금 벌써부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주연상과 잭 니콜슨의 조연상 수상이 유력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레오의 연기는 전혀 인상적이지 않았고, 잭은 이 정도 연기로 박수를 받을만한 미천한 배우가 아니죠.
출처 : 이규영 이글루스 블로그 http://leegy.egloos.com/279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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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평에 구구절절 공감됩니다..
그리고 다른 영화평에서 봤는데
이미 이렇게 잘 알려진 영화를 리메이크를 했다면
리메이크작에는 원작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어야하는데
디파티드에는 무간도를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없다는 영화평..
이것도 무지 공감갑니다.
아무튼 무간도 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댓글 그러나 난 디파티드를 무간도보다 재밌게 봤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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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를 안봤는데요. 무간도와 비교하지 말고 그냥 봐주면 정말 멋진 영환데..난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2222222222 무간도 안봤지만 디파티드 충분히 괜찮은 영화였어요~
무간도 짱!!!!!!!!!!!! 그치만 디파티드도 매력 있었음~~
무간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역시 무간도..
무간도 못봤지만 디파티드 재밌게 봤어요 ㅎㅎ
222 무간도 첨들었삼ㅋㅋ
내가 이래서 디파티드를 안봤다는거........ 별로란 말은 아니지만.. 뭐랄까.. 원작의 감흥을 깨고 싶지가 않았어요.. 무간도 시리즈 3편다 완소.. 몇번을 반복해서 봤는지는 이루 셀 수도 없어요.. 양조위와 유덕화의 그 눈빛 잊지 못할거삼
완전공감. 무간도 보고 가장 안 잊혀지는 건 유덕화의 흔들리는 눈빛이라구..
무간도랑 어뜨케 비교를 안해요 ㅋㅋㅋ님들은 올드보이 미국판 나오면 울나라 올드보이랑 비교 안할거예요? ㅋㅋㅋ 특히 무간도가 너무 훌륭한 명작이여서 진짜 왠만해선 뛰어넘기 힘들거라고 봅니다. 일단 연기력 자체가 비교가 안되더군요. 양조위의 눈빛연기며...유덕화의 내면연기...소름끼쳤죠. 개인적으로 미국판 올드보이 역시 원작을 뛰어넘긴 힘들거라고 보여지네요. 뭐하러 리메이크 하는지 참...
연기력은 둘다 괜춘하던데요; 둘다 좋게 본 입장으로써 님은 너무 몰아가는거 같네요-_-;;;;;;;;;;;;;;;;;;;;
무간도랑 어뜨케 비교를 안해요 ㅋㅋㅋ님들은 올드보이 미국판 나오면 울나라 올드보이랑 비교 안할거예요? ㅋㅋㅋ 특히 무간도가 너무 훌륭한 명작이여서 진짜 왠만해선 뛰어넘기 힘들거라고 봅니다. 일단 연기력 자체가 비교가 안되더군요. 양조위의 눈빛연기며...유덕화의 내면연기...소름끼쳤죠. 개인적으로 미국판 올드보이 역시 원작을 뛰어넘긴 힘들거라고 보여지네요. 뭐하러 리메이크 하는지 참...
전 무간도는 못봤지만 디파티드 정말 재밌던데요- ㅎ무간도도 꼭 보고싶다만 각자의 색깔이 있음
두 작품 다 봤는데.. 두 영화가 나름대로 다 좋았어요.. ㅎㅎㅎ
무간도 포스를 따라올 순 업ㅈㅅ다구!!!!!!
내동생은 디파티드 보는내내 이해를 못하더라구요. 디파티드도 짜임새있게 짜지긴 했지만 원작의 발톱의 때만큼의 감동을 주지 못했다는거..
무간도의 그 분위기는 따라올수없다는거...그냥 할리우드로 만들어버려서
디파티드 괜찮았는데?
디파티드..수백편 영화 보면서 유일하게 보다 잠든 영화라는거...
무간도를 너무 재밌게봐서 디파티드를 봤을땐 괜히 봤단생각이..미국영화답게 조금 야한장면이나 농담이 있었고 배우들이 좋긴했지만 원작이 나은것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