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 어느해 봄날, 프랑스 북동부에 위치한 샹파뉴 지방의
오빌레 사원에서 포도원 관리를 맡고 있던 돔 페리뇽(Dom Perignon) 신부는 동료들과 겨우내 저장해 놓았던 와인들을
점검하던 중 특별한 현상을 목격한다. 우연히 병을 건드린 순간 '펑' 하는 소리를 내며 마개가 튀어 오르고
동시에 와인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한 것.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이 현상은 사실 샹파뉴 지방의 기후 특성 때문이다.
와인통 속의 포도 주스 당분이 알코올로 전환되기 전 겨울이 닥쳐 발효 과정이 중단되었다가가 이듬해 봄이 오면
다시 발효가 시작되는데, 이때 발생한 기포로 인해 종종 병이 폭발하는 경우가 생겨났던 것.
하지만 이런 현상을 이해하지 못했던 당시 사람들은 '악마의 와인'이라 부르며 샴페인을 두려워하기도 했다.
그 후 와인이 발포하는 현상을 견뎌낼수 있는 유리 소재가 도입되고,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코르크 마개가 사용되면서
샴페인은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샹파뉴 지방의 스파클링 와인만을 '샴페인'이라 칭할 수 있다.
원래 샴페인이란 프랑스 북부 지역인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스파클링(Sparkling) 와인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다른 나라나 지역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은 '샴페인'이라 칭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같은 프랑스산이라도 샹파뉴지방 이외에서 생산되는
발포성 와인은 뱅 무쎄(Vin Mousseux), 스페인에서는 카바(Cava),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떼(Spumante),
독일에서는 섹트(Sekt), 미국에서는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이라고 불린다.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145km 정도 떨어진 샹파뉴 지방은 프랑스의 포도 재배 지역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어
사실 기후 조건이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배수가 잘되어 적당한 습기가 유지되고, 낮 동안의 열기를 밤까지
유지시켜주는 백악질 토양, 그리고 연평균 10℃ 정도의 기온이 이루는 완벽한 조화가 이 지역의 독특한 포도 맛을 탄생시킨다.
샴페인은 3가지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다.
샹파뉴 지방에서 재배되는 품종은 크게 3가지로,
강한 향과 풍부한 맛이 특징인 적포도 피노 누아르(Pinot Noir), 과일 향이 나는 부드러운 느낌의 적포도 피노 뫼니에(Pinot Meunier),
신선하고 우아한 맛을 느끼게 해주는 청포도 샤르도네(Chardonnay)가 그것이다.
이 3가지 품종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샴페인이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2가지 이상의 품종을 혼합해 만들지만, 때로는 청포도인 샤르도네 한 가지만으로 섬세한 향과 미세한 거품을 지닌
상큼한 맛의 샴페인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샴페인에는 라벨에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이라고 표기되며, 반대로 피노 누아르와 피노 뫼니에의 2가지
적포도품종으로 만들어진 것은 탄닌이 풍부하고 조화로운 향이 강한 것이 특징으로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 라고 표기된다.
샴페인은 또한 당분 함량에 따라 6가지로 나뉘는데, 단맛이 적은 것부터 엑스트라 브뤼(Extra Brut), 브뤼(Brut),
엑스트라 드라이(Extra Dry), 섹(Sec), 드미 섹(Demi Sec), 두(Doux)이다.
여러 차례의 정성스러운 손길을 거쳐야 비로소샴페인이 얻어진다.
샴페인 제조는 일일이 손으로 수확한 포도를 모아 흠집이 있거나 덜 익은 포도를 골라내고 선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렇게 선별한 포도를 모아 품종별로 즙을 짜는데, 대개 적포도를 사용하므로 압착은 세심한 손질을 요하는 과정.
특히 포도알의 껍질에 함유된 색소가 과즙을 물들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짜낸 즙은 발효조에 옮겨져 1차 발효를 거치게 되고, 얻어진 각각의 와인을 여러 비율로 혼합해 샴페인을 위한
기본 와인인 퀴베(Cuvee)를 만든다. 퀴베는 당해 연도에 생산한 와인뿐만 아니라 다른 해에 만들어
저장중인 와인도 함께 혼합하므로 일반 와인과는 달리 샴페인 라벨에는 연도를 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황이 뛰어난 해에 생산된 품질이 우수한 포도만으로 만들때는 빈티지가 표기된다.
일반 샴페인보다 단맛은 적지만 맛이 중후하고 향이 풍부한 빈티지 샴페인은 극히 드물어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퀴베가 얻어지면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당분과 효모의 혼합액을 첨가해 병입, 밀봉하고 각각 어둡고 서늘한
지하 창고에서 9~12개월간 보관한다.
이기간이 바로 샴페인을 특별하게 해주는 기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병속에서 발효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탄산가스가 생성된다.
이 숙성 기간 이후 병목 부분에 모인 침전물을 제거하고 샴페인과 설탕을 섞은 혼합액을 약간 보충한 다음 코르크 마개로
밀봉하면 마침내 샴페인의 제조가 끝나게 된다.
샴페인을 즐기기 위한 최적의 온도는 6~8℃정도이다.
논빈티지(Non-Vintage) 샴페인의 경우에는 약 3년, 빈티지(Vintage) 샴페인은 5~7년 정도의 숙성 과정을 거쳐
출시되므로 일반 포도주와는 달리 개인이 장기 보관하여 숙성시킬 필요는 없다.
샴페인을 즐기기 위한 최적의 온도는 6~8℃정도. 너무 차가워도 제맛을 음미할 수 없으므로 물과 얼음을 채운 아이스 버켓(Ice Bucket)에
30분 정도 보관하였다가 차가운 상태로 마신다.
또한 향미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글라스의 선택이 중요한데, 빛깔과 거품의 섬세함이 잘 보이는 투명하고 길이가 긴
튤립형 글라스나 플루트(Flute) 글라스를 선택한다. 샴페인을 따를 때는 잔의 2/3 정도만 채워야 향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으며, 거품의 크기가 작고 기포가 올라오는 시간이 오래 지속되면서 투명하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느낌이 드는 것이
좋은 샴페인이다.
아주 오랜 옛날, 샴페인을 처음 맛본 누군가는 "나는 지금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마시고 있습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샴페인의 맛을 표현했다. 이 이야기처럼 끊임없이 피어나는 기포 속에 담겨 있는 톡 쏘는 맛과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우아한 부드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샴페인이 지닌 마력(魔力)이리라.
<노블레스>
첫댓글 나두 cava 진짜 좋아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