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
그러니까 물정권이라는 노태우정부 시절에
나는 대규모 국책사업현장에서 주야로 일하고 있었다.
30대초반 젊은 나의 일터는 문명으로부터 고립된 산간 공사현장..
그런 그곳에 지역주민들이 툭하면 몰려와 과격 시위하고 폭력을 행사했다.
온갖 몹쓸 언어폭력은 물론 낫같은 고약한 흉기로 무장하고 노약자,아녀자들을 앞세워서 말이다.
인근 군단위 행정관서에서는 죽창을 든 사람들이 군수실로 난입 군수를 무릎꿇리는 일도 있었던 무법의 시절..
노사분규는 전국적으로 하루가 멀다 발생했고 출동한 경찰은 무법천지 현장상황을 팔짱낀채 멀리에서 바라만 보았던
그야말로 눈뜨고는 못볼 그런 일들이 백주에 자행되고 있었으니~~~당시 법위에 주먹..린치는 공공연한 것이 되었다.
아뭏든 그 대단하다던 629선언 이후의 세태가 그랬다.
그래~이런 흉흉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고
지역주민들을 위무한다는 생각에서..분위기 반전에 도움이 될까해서..
나는 그지역 군민회관에 "폭주기관차"라는 영화를 빌려와 상영하게 된다.
영화관 하나 없는 산간오지..그 오지 지역사회에 영화를 상영한다하니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당시 이일을 기획집행했던 젊은 나는 운집한 주민들을 보며 보람을 느꼈을 터..
그보다 5-6년전..
나는 무장탈영범 체포조장으로
현장을 덮치라는 명에 의해 살기가 감도는 곳으로 투입되었다.
비무장에 맨손으로 무장탈영병을 때려잡으라는 명을 감수해야 했던시절..
현장체포조도 아닌 간부들은 실탄에 권총을 휴대하고 느긋한데..
정작 무장탈영병을 체포해야하는 나는 맨손이었던 비정의 세월..
젊은시절..
군에서..그리고 산업현장에서
갈등과 분열,폭력과 위기감이 넘치는 현장에서
젊은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무법천지에서는
갈등상황에서는
양극단이 매우 유리하고
법을 지키고 성실히 일하는 보통사람들은 매우 불리해진다는
그래서 소모적 갈등과 무질서로 야기되는 부담을 보통사람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그 비정함에 마음이 한없이 비통하고 무거웠던 것이다.
봄에는 세월호..
여름에는 40%가 전과자라는 지방선거..그리고 청문회,무장탈영범 총기난사..
금년 갑오년도 이래저래 비등점없이 끓는다.
역사적으로..그리고 내가 경험한 바
이땅의 법질서란 주기적으로 무력화되곤 했다.
한동안 그런대로 그나마 평화를 맛 보았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 평화도 이제는 이것으로 끝이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됨은 나자신이 엉뚱하기 때문일까?
법질서가 흔들리고..
리더쉽이 허약해지면 우리네 민초의 삶이 허물어지고..
오냐오냐로 자녀교육이~군기강이 휘청거리면 나라가 망하게된다.
반복되는 역사에서 좀 배우고 실천하면 이 무더위 덜 덥고
그래도 어느정도 청량감을 느끼며 시원하게 지낼수 있을텐데..
인간은 아무래도 제동 안되는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다가
사고를 반복하는~~ 많이 어리석고 약삭빠른 존재 같다!
* 영화 폭주기관차(Runaway Train)..1985년 제작된 이영화는
황량한 알래스카를 배경으로 서스펜스 박진감 넘치게 전개되는데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감옥에서 교도관들의 폭력에 시달리던 매니(존 보이트)와 벅(에릭 로버츠)이
어느날 탈옥 기관차에 올라타게 되고..그런데 그 열차의 기관사가 때마침 심장마비로 죽게된다.
매니와 벅 그리고 철도원 사라(레베카 드 모내이)는 다른 기차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달리는 기관차 안에서 애를 태우고..
한편 기관차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안 철도회사는 희망을 가지고 이들과 연락을 취하면서 열차를 정지시키려 한다.
또 한편으로 경찰은 탈옥한 매니와 벅을 체포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강구하는데,.
탈옥범 2명과 여자 철도승무원이 고장난 기관차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긴박한 일들..
이런 상황이 박진감 넘치게 묘사되고 있다.
** 60년대.. 문명의 혜택과 거리가 먼 시골에도 간혹 영화가 상영되었다.
가설극장 말이다..이런경우 대개 면사무소 앞마당이나 학교 운동장에
천막을 두르고 스크린을 세우면..가설극장이 완성되는데..
한편으로는 영화 홍보를 위해 영화업자들이 동네 곳곳을 돌며 확성기로 이리 손님을 유인하곤했었다.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푸~~거장 신상옥감독이 메가폰을 잡고..워쩌구저쩌구~~"
그러면서 확성기를 타고 흐르는 음악이 대체로 박재란님의 "님" 이었으니~~ㅎ
에필로그..
영화홍보용 차량을 따라 달리던..
유치했던 그 어린시절이 감미롭게 추억되는 오늘입니다.
사람이 때로는 무망함,환멸감으로 새가 되고 싶을 때가 있죠.
그럴때는 나래를 펴고 한동안 먼곳으로 비행하는 것도 좋을거 같습니다!
첫댓글 아이구 '님'이라는 박재란의 노래를 애절하게 들으면서 ............
상당히 긴문장으로 구성된 좋은글을 주~`욱 읽어보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문제가되는 실체를 이야기하신것 같습니다. 국가나 사회나 모든질서가 확실히 확립되엉야 하는데 ,우리모두의 숙제로 받어들어야될것같습니다
만장봉님..
좋은 말씀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포동 6 29
이젠 그것도 추억이 되어버렸네요
나도 80년대 추억의 자락들을 끄집어내보려니
연애한것밖에 기억이 없네요
사랑얘기 쓸려니
또 혼날까봐ㅎㅎ
혼?
아무래도 강박증같은게 있나보군요
사랑얘기 좋죠..목숨보다 더 귀한건 사랑이라고 노래에도 나오누만요..ㅎ
60년대 그시절이 다시 왔으면~
가설극장 천막을 헤짚고 몰래 들어가다가 워카발에 손가락이 체이고
멱살을 잡혀 곤봉으로 머리를 얼마나 맞었던지~
어쩌다가 용케 들어가 처녀들 옆에 있으면
왜 그리 몸이 뜨거워 졌을까? 지금 생각하니
그때가 사춘기였던것을~~~ㅎ
ㅍㅎㅎㅎ
캄캄한 어둠속에서도
여자 옆자리를 찾아갈수있는 비법
그비법 일찍도 터득하셧습니다... 역시 방장님~~^^
고교때 버스를 몇번씩 갈아타고 갔던 농촌봉사활동...
그곳에 흑백영사기와 툴툴 되는 이동식 발전기를 돌리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동네 모든 분들이 어찌나 좋아 했던지 ~ ㅎㅎ
봉사활동의 추억
아주 따듯한 추억입니다..
그런게 바로 삶의 커다란 활력소겠죠..ㅎ
@가을이오면 하루에 버스가 10 여번 정도인가 ?? 그렇게 들어가던 동네였습니다.
40 년이 조금 못된 세월이지만 가슴에 훈훈하게 남아있는 추억입니다 (^_^)
@적토마 고맙습니다..
사실 내가 쪼끔 미워했는데..ㅎㅎ
아뭏든 장점이 많은 분이니 더욱 발전하리라봅니다.
여름지나고 가을에 보기로하죠..좋은밤되시길~~^^
@가을이오면 화이팅 ~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소생이 좀 고리타분해요..
시온친구 오늘도 좋은밤~~^^
"폭주기관차" 는 잘 모르겠구요~이 노래는 울 엄니가 가끔씩
구성지게 부르셔서 들어본 적 있어요~좋은 저녁 되십시요~!!
폭주기관차는 당시 흥행에 실패!
하지만 폭주기관차란 말이 널리 널리 회자되고 있음..ㅎ
젊은 시절 땀 많이 흘리셨군요.
본전도 생각나시죠?
요즘 세태를 보면 왜 그렇게 땀을 흘렸는지 하는 생각이 들것 같아 해본 소리입니다.
ㅎㅎㅎ..예
그렇습니다..제 마음을 너무 잘 아십니다.
대통령부터 중심 좀 잡고 잘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많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님의 축약된 삶의 여정을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영화 내용도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오래된 영화지만 저에게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지요
제가 영화에대해서는 잘모르고..
어떤 경우라도 일방 폭주는 안좋다는 사회적 상징성에 무게 중심을 둔거 같습니다..제생각..ㅎ
부모가 자식에게 회초리를 들지않으면
결국은 자식이 부모를 향해 회초리를 들게되지요.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허용되는 건지
우리나라처럼 경찰력이 약한 나라도 없고
요즘 세태를 보면 이것이 한계인가 ..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길떠났다가 돌아와보니
반가운 댓글이 있군요..ㅎ
감사합니다!..편안한 밤 되시길 바래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ㅎ
저는 결혼하면 그만두어야하는 예전의 법을 노태우정권당시 결혼한 여성도 직장보장이되서
오늘까지 직장생활이 유지되서 나름 감사함도 느끼고 살아요
저의 제2인생이 보장된거죠
잘지내시죠?
가을이 오면님
반갑습니다^^~
위도 핀란드님 덕분에
먼길 떠난 이사람 돌아왔습니다..ㅎ
그나저나 노태우정권시절 좋은 일 있으셨다니 제게도 좋은 일이군요.
그게 무슨일인지 이제는 좀 알려주셔도 될텐데..
아~~깊어가는 이밤 고거이~~궁금타~~^^
@가을이오면 ㅎㅎ 무슨일여? 결혼하면 그만두어야했던 여자들의 직장문화가 결혼후에도 쭈욱이어지는 혜택이 주어진거죠 해서 저도 그 혜택을 받고 아직까지 살고있으니... 궁굼증 해결되셧나요??
좋은 오늘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