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있었던 6개 지역 재보선 선거운동은 각 정당의 중앙당 사무실이 영천인지 아산인지 착각할 정도로 치열한 선거전이었다. 후보 당사자나 지도부 입장에서는 피를 말리는 선거운동이었다고 하겠지만, 관람하는 관람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지루하고 짜증이 났는지 모른다.
비방과 비난은 선거때마다 있던 일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자기 당의 후보 당선을 위한 거짓공약이 남발되고 고발과 고소 흑색선전에 심지어는 스토커전략까지 펼치는 것을 보면서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후보의 얼굴은 거의 볼 수 없었고, 지역민들을 찾아다니며 읍소하는 각 당의 대표와 지도급들이 드라마에 나오는 주연탤런트처럼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는 대통령선거운동 못지않았다. 우리당 후보가 당선돼야 지역이 발전한다며 표를 구걸하는 모습을 한심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나라를 위해 밥도 굶어가며 고생한다고 해야 할지 안타까울 뿐이었다.
흔히 세상에서 제일 큰 사기꾼이 누구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정치인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두 번째가 부동산사기꾼이고 세 번째가 일반 사기꾼이라고 한다. 우스개 소리지만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얼마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풍문이다.
그런데도 TV에 나오는 일부 얼뜨기 정치인들은 옛날과 달라 기업주를 협박하거나 차떼기로 불법정치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며 자신들의 업적인 양 자랑스럽게 늘어놓는다. 반세기가 넘는 동안의 불신을 걷어내려면 뼈를 깎는 고통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그들이 한심할 따름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여당의 실세들이나 고위층도 혐의가 인정되면 구속되는 세상이 된 것에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4.30재보선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중간평가’니 ‘대선 전초전’이니 ‘우리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나라가 산다’느니 하는 협박성 읍소 작전과 중앙당의 무리한 지원은 민생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국민의 정치혐오와 분노만 살 뿐이었다.
이번에 치러진 재보선은 중차대한 시기에 치러졌다. 4대개혁입법을 비롯한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국회차원의 대응, 북핵문제와 6자회담 등 중요한 현안들을 외면하고 재보선에 눈을 돌림으로써 시간과 정신을 낭비했으니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민생경제와 사법제도개혁 등 논의하고 의결해야할 사안들이 산적하게 쌓여있는데도 지역구 의원 한 사람 당선시키기 위해 국회를 비워두고 중앙당이 총출동한다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국민을 이해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다. 각 당의 지도부가 총동원되었던 이번 재보선 선거에 쏟은 경제적, 정신적 시간적 비용을 돈으로 따진다면 엄청날 것이라 짐작된다.
그래서다. 앞으로 17대국회에서 여·야가 선거법을 개정할 터인데 17대, 아니면 18대 국회부터라도 보궐선거를 폐지하는 법안을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이전투구와 기득권싸움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은 선거철이 되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느니 ‘’그 놈이 그 놈‘이라는 말로 정치혐오증을 표출한다. 그렇지만 출마한 후보들을 긍정적으로 관찰해보면 나름대로 장단점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니 보궐선거를 하지 말고 차점자가 의원직을 승계하는 방식을 택하자는 것이다.
지역구 의원이 부정이나 비리에 연루되어 의원직을 상실하거나 선거법을 어겨 당선이 무효가 됐을 때는 소속정당과 관계없이 차점자가 의원직을 승계하는 제도도 경제적이고 현실적이지 않겠는가. 단 예외를 둔다면 현직의원이나 당선자가 사망했을 때만 재선거를 치르는 방법도 연구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초를 다투는 디지털정보화시대에 보궐선거는 의정활동을 방해하고 국민의 갈등만 일으킬 뿐 지역화합이나 서민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첫댓글 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