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꽃창포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말 개화기를 경계로 하여 개화기 이후에 외국에서 들어온 식물들을 귀화식물이라고 부른다. 잡초처럼 한번 뿌리 내리면 무성하게 자라며 빨리 이웃으로 퍼져나간다. 주로 외국에서 들어온 물건을 따라 들어오는 수가 많고 비행기나 배 또는 사람의 옷에 묻어서 들어오기도 한다. 이렇게 들어온 식물들은 주로 사람이나 교통수단이 움직이는 곳에 먼저 퍼져간다.
토끼풀의 경우 처음에는 철도를 따라 무성하게 자라 한때 철도풀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개망초나 망초는 묵정밭에 가장 먼저 침투한다. 녹비식물의 하나인 자운영도 귀화식물이다. 봄가을 한 해 두 번 노랗게 피어나는 서양민들레도 마찬가지다. 여름철 강변 둔치를 노란 꽃송이로 수놓는 달맞이꽃도 그렇다. 가을날 시골길에 하늘거리며 피어나는 코스모스 꽃도 귀화식물군에 속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식물 중 귀화식물로 알려진 식물들은 약 110종류로 밝혀졌으며 그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꽃가루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돼지풀 같은 것은 생태교란식물로 분류되어 밉상으로 찍혔다. 강변에 흔히 자라는 가시박은 생장 속도가 아주 빠르고 무성해 제거작업을 해주어야 할 정도다. 미국자리공도 공단주변 공터나 내버려둔 땅까지 뻗쳐 자란다.
몇 해 전 내가 남긴 시 가운데 ‘노랑꽃창포’가 있다. “진달래에서 피면 진달래꽃이고 / 살구나무에서 피면 살구꽃이다. / 창포에서 피는 꽃이면 / 창포꽃이어야 할 텐데 꽃창포란다. / 그것도 색깔이 노랗다 해서 / 별스레 노랑꽃창포라 부른다. / 하, 고 녀석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 이름 뒤에다 성을 갖다 놓을 줄이야.” ‘창포꽃’이라 하지 않고 ‘노랑꽃창포’라 불러서 이런 가락을 읊었다.
토종 창포는 노랑꽃창포보다 잎맥이 좁고 가느다랗다. 꽃 색깔을 청초한 붓꽃처럼 보라색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 흔한 창포는 원산지가 유럽인 노랑꽃창포가 대부분이다. 잎맥이 무성히 지라면 1미터가 넘을 만큼 훌쭉 높이 자란다. 꽃 색깔은 노란색이다. 그래서 노랑꽃창포라 불린다.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연못이나 생태 하천을 복원시킨 곳에 심겨지거나 자라는 대표적인 습지식물이다.
앞서 소개한 귀화식물 가운데 가장 대접 받는 것이 노랑꽃창포지 싶다. 요즘 각 지방자지단체마다 생태환경 개선 사업이 우선순위이다. 청계천 복원 학습효과로 지방자치단체 장이나 의원은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기 좋은 정책이라 예산이 많이 들더라도 밀어붙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대강 사업이었다. 수자원이 확보되고 강을 깨끗해졌다는 긍정적인 면에 방점을 찍는 사람들도 있다.
창원에는 큰 강이 도심을 흐르지는 않지만 물줄기가 제법 되는 하천 두 개가 도심을 가로지른다. 용제봉과 불모산에서 흘러내린 물은 불모산동저수지와 성주사수원지를 거쳐 남천을 이루어 봉암갯벌로 흘러든다. 진례산성에서 발원한 물은 용동저수지를 거쳐 창원대학 앞을 지나 명곡로터리에서 봉암갯벌로 합류한다. 창원이 계획도시로 출범할 당시 강줄기를 곧게 펴고 시멘트를 발랐다.
세월이 흘러 강산은 다시 바뀌었다. 강바닥 깔았던 시멘트를 걷어내고 생태하천으로 새로 태어났다. 어디선가 자연석 더미를 실어와 강바닥에 깔고 가장자리는 축대를 쌓았다. 군데군데 운치 있는 징검다리를 놓기도 했다. 물억새나 수크령 같은 토종 식물들도 옮겨왔다. 갯버들과 조팝나무도 심었다. 물웅덩이엔 송사리와 붕어들도 헤엄쳐 다녔다. 백로와 왜가리가 날아와 먹이를 찾았다.
내가 아침저녁 걸어서 출퇴근하는 창원천변이다. 얼마 전 당국에선 창원천의 무성히 자란 갯버들과 묵은 물억새와 수크령을 잘라 하천이 한결 깨끗해 보였다. 하천 가장자리 노랑꽃창포 잎맥만은 남겨놓았다. 노랑꽃창포는 연꽃이나 부레옥잠처럼 수질정화 기능을 하는 식물이다. 며칠 전부터 그 시퍼런 노랑꽃창포 잎줄기에서 꽃대가 올라와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있다. 눈길이 한참 머문다. 1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