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날 아쉬움이 있었던 광교산 정상을 향한 도전을 재시도한다.
그 전에 아침운동 때의 에피소드.
성복천 뚝방흙길에서 여느때처럼 맨발걷기를 1Km남짓 실시하고 슬리퍼를 벗어둔 기준점에 이르렀는데 아무리 봐도... 없다!
저만치 지나가는 영감이 아무래도 수상하길래 "영감님"하면서 불러 세웠는데 아닌게아니라 뒤로 감춰진 두손에 슬리퍼가 하나씩 들려있다.
내가 슬리퍼 닳아질까봐 이렇게 맨발로 돌아다니고 있는데 말야...ㅎ
퇴근길에는 엄청 서둘러 채비를 갖추고 지난 화요일과 마찬가지로 성복천, 정평천, 신봉동 먹자촌을지나 코나헤이븐 주차장에 이른다.
6시반이 됐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인 산행 시작.
서봉사 절터 발굴하는 방향으로 올라가기 시작해 희미한 돌길과 바위 경사로를 타고 한없이 오르던 끝에 난데없이 광교산 정상이 나타난다.
c급 등산로 수준이다보니 이정표가 있을리도 없고 그저 길이 나 있는 그대로만 따라서 올랐을 뿐인데... 경사가 가파르고 길이 험하긴 했어도 주능선 어느 재에 이를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관 너무도 달라서 적쟎히 당황!
5분 남짓 정상에 머물며 사방을 조망하고 인증샷도 찍어가며 혼자만의 감동을 만끽한 뒤 하산길은 주능선을 따라 형제봉 방향으로 잡아 나름의 루트를 개척하기로 한다.
작년 1월에 눈쌓인 이 산을 넘어 안양 중심부까지 달려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지만 지금은 한여름이라 분위기는 완전 딴판.
무엇보다도 부상에서 어느정도 회복이 되며 이렇게 산을 찾을수가 있어서 기쁘기 그지없다.
비로봉에 오르니 큼직한 정자가 만들어져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길래 또 거기서 기분을 한껏 내보고
...
여기 어디쯤에서 동쪽 방향으로 내려가야 원점으로 되돌아 갈텐데 그 어디에도 원하는 이정표는 나오지 않고 주능선 봉우리들의 남은 거리만 표시된 팻말만 이어진다.
어느덧 7시40분을 훌쩍 넘었고 동쪽 계곡길은 이미 날이 저물었는데...점점 초조해진다.
최악의 경우 주능선을 따라 형제봉 지나 도마치고개까지 이른 뒤 상현동 방향으로 하산해 귀가한 뒤 내일 아침에 자전거를 찾으러 신봉동 꼭데기까지 달려 와야 될거라고 플랜B도 구상해본다.
그러다가 앙지재라 불리는 간이 화장실이 설치된 곳에 이르렀고 바로 눈앞에 형제봉이 떡 하니 나타났으니 이미 상당한 거리를 주능선을 타고 왔다는 것인데도 하산하는 방향으론 어떠한 표식도 보이지 않는다.
능선에서도 어둠이 시작됐는데 계곡길을 확실치 않은 길을 따라 하산한다는게 어리석인 짓이라 판단해 그냥 플랜B를 가동, 주능선을 따라 형제봉 방향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문득, 엇그제 찍어놓은 광교산 지도가 생각나길래 핸폰을 꺼내 사진을 확대해보니 바로 아까 그곳 양지재에서 신봉동 방향으로 하산하는게 맞다.
급히 양지재로 되돌아가 희미한 숲길을 헤집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다보니 점점 길이 뚜렷해지고 초조하던 마음도 안심이 되어 가는데 그러던 중 엇그제 헤맸던 철조망들이 나타나며 상황을 정리.
내참 살다보니 철조망이 이렇게 반갑긴 또 처음이네!
코나헤이븐 아랫쪽 좋은나무 경계의 다리로 하산했으니 그 위 주차장까지 자전거를 찾으러 되돌아 올라가게 됐지만 지상에서의 움직임은 날이 저물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