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전환에 '딱'...세종시 한나절 여행
세종(특별자치시)으로 나들이 간다고 하면 십중팔구 "거기 뭐 있다고…"라는 답이 돌아온다. 도시가 처음 생기던 10년 전만해도 볼거리 변변치 않은 땅이었지만 요즘은 좀 달라졌다. 쉬엄쉬엄 걸으며 기웃거릴 곳이 적지 않다.
지난 3월 개통한 다리 하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금강보행교 얘기다. 이름처럼 도시를 관통하는 금강에 놓인 다리다. 뭐 그리 대수일까 싶은데 생긴 모양과 규모를 보면 눈이 놀란다. 일단 모양이 독특하다. 원형이다. 한글의 'O(이응)'을 닮았는데 그래서 '이응다리'라는 애칭도 붙었다. 둘레 길이는 1446m. 이것도 한글과 관련 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1446년을 기리는 의미를 담았단다.
금강보행교는 국내에서 가장 긴 보행자 전용교량이다. 복층 구조인데 1층은 자전거 전용, 2층이 보행자 전용이다. 똑같은 위치에 놓인 다리라도 원형의 다리가 일자로 쭉 뻗은 다리보다 길 수 밖에. 보행자 전용교는 폭이 12m나 된다. 무리지어 걸어도 넉넉하다는 얘기. 사람들은 여기서 강바람 맞으며 산책하고 또 자전거도 탄다. 자전거는 쉽게 구할 수 있다. 주변에 배치된 공공자전거 '어울링'을 이용하면 된다.
외관이 독특하고 시야가 탁 트여서 사진도 잘 나온다. 2층 보행교 중간의 인공나무가 특히 포토존으로 인기다. '빛의 시소' '숲속 작은 연주회' '뿌리깊은 나무' '눈꽃 정원' '빛의 해먹'같은 조형물도 눈을 즐겁게 만든다.
해질 무렵도 예쁘다. 도시의 야경과 유려한 강물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마음을 참 편안하게 만든다. 야간에는 조형물도 불빛을 밝힌다. 다리와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야경명소로도 손색이 없다. 금강보행교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개방된다.
금강보행교 주변에는 물놀이시설, 낙하분수, 클라이밍 체험시설, 익스트림 경기장 등이 조성됐다.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망원경도 흥미롭다.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자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는 이 다리를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했다. 덜 알려졌지만 인기 관광지가 될 공산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금강보행교 전망대에서는 국립세종수목원이 보인다. 멀지 않다. 여기도 나무와 꽃을 보며 머리를 식히려는 사람들에게 어울린다. 수목원은 흔히 산중턱에 있기 마련. 여기는 유일한 '도심형' 국립수목원이다. 그만큼 가기가 수월하다.
국립세종수목원도 광활하다. 크기가 축구장 90개를 합쳐 놓은 것과 맞먹는다. 20개의 테마 전시원에 전시 중인 식물만해도 총 2400여 종 161만 주에 이른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친근한 바오밥나무에서 높이가 30m 이상 자라는 '흑판수', 몸통이 항아리처럼 볼록하게 자라는 '케이바 물병나무'같은 낯선 식물들까지 다양하다.
사계절전시온실은 꼭 봐야 한다. 국내 최고 높이를 가진 온실이다. 지중해온실, 열대온실, 특별전시온실 등 세 개의 유리 온실로 이뤄진다. 지중해온실은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의 정원을 본떠 꾸며졌다. 32m 높이의 전망대도 있다. 열대온실에선 5.5m 높이에 조성된 덱 탐방로가 인기다. 시선이 불과 5m 높아졌을 뿐인데 정글이 완전 딴판으로 보인다.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무심히 걸으면 10분이 채 안 걸릴 구간이지만 사진촬영에 푹 빠진 사람들이 한참을 머문다. 나무 사이로 물길이 지나고 폭포도 떨어진다. 특별전시온실은 테마에 따라 그때그때 분위기가 바뀐다. 지금은 아쿠아리움을 테마로 꾸며졌다. 바다와 어울리는 식물과 선인장 등이 주를 이루는데 아이들이 좋아한다.
야외에 조성된 한국전통정원과 후계목정원도 기억하자. 한국전통정원에는 서울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와 부용정, 전남 담양의 소쇄원 일대를 그대로 재현한 정원이 있다. 후계목정원은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충북 보은),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경기 양평), 창덕궁 향나무(천연기념물 제194호·서울)처럼 한번쯤 들어봤을 나무들의 후계목을 전시한다. '뉴턴의 사과나무' 후계목도 있다. 1665년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던 사과나무의 4대손 후계목이다. 뉴턴이 사망한 후 전 세계의 유명 대학교와 연구소 등이 후계목 만들기를 요청했단다. 1978년 한국표준과학원이 들여온 '뉴턴의 사과나무' 3대손 후계목과 접목해 4대손 후계목이 탄생했다.
베어트리파크도 재미있는 산책공간이다.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다. 여기도 수목원인데 이름처럼 반달곰과 여러 동물들을 함께 구경할 수 있는 것이 독특하다. 반달곰동산에선 반달곰이 뛰어 논다. 꽃사슴동산도 있고 애완동물원도 있다. 들머리의 연못에는 '물 반, 비단잉어 반'이다. 이러니 나무만 있는 수목원보다 분위기가 활기차다.
나무와 식물도 많다. 자생하는 꽃과 나무가 1000여 종, 40만점이 넘는다. 오래전 '부잣집' 마당에나 심어졌던 향나무를 비롯해 5개의 잎을 가진 오엽송 소나무, 크리스마스트리로 잘 알려진 독일 가문비나무 등 흥미진진한 나무들이 수두룩하다. 산수화에서 볼법한 풍경을 축소한 듯 조경을 한 만경비원도 볼만하다. 호접란, 열대나무, 괴목, 고무나무 분재 등이 전시돼 있다. 베어트리정원은 좌우대칭 구조의 입체적 조형미가 아름답고 향나무와 소나무로 둘러 싸여 포근한 느낌이 든다.
하계정원은 꼭 봐야한다. 주황색 문을 열면 태고의 풍경이 느닷없이 펼쳐진다. 죽은 향나무를 타고 오르는 능소화 넝쿨들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도 인기 포토 스폿이다. 가슴 먹먹할 때 걸어보자. 물소리, 바람소리에 숨통이 좀 트인다. 때로는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기분전환을 위해 훌쩍 떠나는 한나절 여행지로 세종이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