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심장질환 완치 멀지 않았다"
토론토/송광호 특파원
유시준 캐나다 토론토 어린이병원 심장전문의
유시준 심장전문의
캐나다 토론토 어린이 병원(Hospital for Sick children/ 약자 HSC)은 세계에서 첫째가는 아동병원으로 손꼽힌다.
각국의 수많은 어린이 환자들이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 토론토를 찾는다. 이 세계적인 병원에 한인 의사 한명이 근무하고 있다. 어린이(소아) 심장의(心腸醫)인 유시준(54) 박사다.
유 박사는 심장진단부분의 제1인자로 평가받는 전문의다. 그는 방사선과 영상의학부문의 권위자로 해마다 국제학회 초청 세미나 강사로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을 방문한다.
그는 토론토 대학교(U of T) 방사선과와 영상의학과(Diagnosific Imaging Department) 정교수이다. 병원 내 20명 전문의 중 3명이 교수직함을 갖고 있는데 그중의 한명이다. 토론토 아동병원측으로부터 지난 97년 정교수(45세 때)로 발탁했다.
한국 아산병원에서 심장의로 근무하는 그를 직접 스카우트한 것이다.
이때 토론토 의과대학 측에서 부교수직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교수로 임명한 경우는 한인으론 그가 처음이며 최연소이기도 하다. 선진국의 유명병원이나 대학 측에서 한국경력을 100% 인정해 주고 정교수로 임명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심장 기형 100% 치유… 조기진단 중요
한국사회 '태아윤리' 가치관 변화 필요
유시준(사진 왼쪽) 어린이 심장 전문의가 북미 소아방사선학회에서 최우수논문상 수상 후 공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시준(yoo, shi-joon)은 1953년생으로 지난 197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서울대 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끝내고 30년 세월을 어린이 심장 진료부문에 종사해 오고 있다.
그가 어린이 심장 전문의가 된 것은 일반 의사들이 어린이 심장연구에 그다지 관심을 안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심장 전문병원인 세종병원에서 4년간 일하다 아산병원으로 옮길 즈음 어린이심장에 관한 한권의 영문서적을 펴냈다. 36세 때인 86년에 발간한 '선천성 심장질환의 심장혈관 조영(照影)술'이란 영문책자다. 이 책을 영국(Oxford University Press)에서 판권을 사가면서 유 박사의 실력이 널리 알려졌다.
서울 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그는 지난 91년 1년간의 연수를 받기 위해 캐나다 토론토로 왔다. 교환교수직의 신분이었다. 그러나 일반 교환교수직과는 처우가 완전히 달랐다. 직접 병원 의료 활동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1년 후 한국으로 귀환할 때까지 봉급조건 등 일반교수와 똑같은 대우를 받았지요. 책임감을 갖고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병원근무를 했습니다.”
당시 그의 탁월한 실력을 기억하고 있던 토론토 아동병원측으로부터 97년에 그에게 연락이 왔다. 아동병원에 자리가 생겼으니 올 수 있냐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캐나다 시민권 등 특혜를 주는 조건으로 병원 팀 전문멤버로 그를 끌어들인 것이다.
유 박사에 따르면 어린이 심장병은 선천성 심장병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어른들의 경우는 후천성 심장병으로 관상동맥질환, 혈관 협착증, 판막증, 심근염 등이 주를 이룬다. 선천성 심장병은 혈관과 심장관계를 잘 이해해야 한다.
“어린이 심장병은 임신 100명당 1명 정도가 발병합니다. 크게 통계로 치면 1000명당 8명 발생으로 계산하지요. 그 종류는 다양해서 심장(4개/2실 2방)벽에 구멍이 생긴다든지 하는 중격(심실사이막) 결손이란 게 있지요. 아동심장병 중 이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또 심장 심실 유출로가 좁아지는 (협착) 경우, 대동맥 협착, 판막협착 등이 있다. 이때 초음파 등 섬세한 진단으로 빨리 문제점을 발견해 섬세한 수술 등의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어린이 심장의 이상(異狀) 현상에 대해선 아직 가장 큰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유전적인 케이스와 염색체가 잘못된 경우를 원인으로 보나 사실 대부분 다인성(多因性)이지요. 염색체 이상인 경우는 다운(Down)증이라고, 21번 염색체가 2개 대신 3개가 되는데 지능이 현격히 떨어지고 면역기능 등이 떨어져 보통 40세 이상 살지 못합니다.”
어린이 환자 치료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캐나다 토론토 어린이병원(Hospital for Sick children).
유 박사에 따르면 태아심장을 진단할 때도 그 질환에 대해 초음파에서 100% 파악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심장 기형은 100% 치유가능하며, 대체적으로 어린이 심장병의 치료성공률은 50%에서 99%까지로 보고 있다.
그리고 한국과 캐나다는 소아(아동)병원에 대한 연령개념이 다르다고 한다. 캐나다에선 19세까지를 아동범주에 넣으나, 한국에선 15세까지를 어린이로 간주해 아동(소아)에 대한 범위규정에 차이가 있다는 것.
유 박사는 어린이 심장에 대해 문제점을 발견할 때 태아에 대한 한국인의 윤리적 문제를 크게 우려했다.
태아에 대한 임신중절 등 가치관이나 윤리가 선진국보다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심장아동을 가진 부모들의 대처방법도 다르다. 한국의 경우는 집안의 수치로 생각해 일체 모른척하는 반면 캐나다는 수동적이지만 외부에 숨기지 않고 자녀들 병 문제를 공개한다는 것이다.
“지금 유전인자 지도가 거의 다 그려졌어요. 그런데 우린 오래전부터 산아제한이라 표현하며 태아가 문제 있을 경우 쉽게 임신 중절을 시키는 등 윤리적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지요. 태아에 대한 가치관이 가톨릭이나 무슬림처럼 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매일 오전 7시30분경 병원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하루 일과가 끝난다. 이때 50%는 환자를 보고 나머지 50%는 연구, 교육시간을 갖는다. 의대교수직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병원환자에 더 밀접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지난 2005년엔 미국 소아방사선학회로부터 ‘학회장이 주는 공로상’을 받았다. 또 공저로 여러 전문지에 수록돼 있고 곧 출판될 영문서적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어린이 심장전문병원인 세종병원에선 지난 89년부터 해외 빈민국 심장병 어린이들을 데려다 무료수술로 이들을 완치시켜 새 삶을 주고 있다. 이미 300명을 성공적으로 수술한 실적을 갖고 있다.
최근엔 일부 한국 기독교계에서 북한 어린이 심장병원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병원건립에 대해선 이미 북한 측과 합의가 끝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아심장병은 대체적으로 다른 불치병에 비해 비교적 치료가 어렵지 않은 편이다. 이 때문에 태아검사시 심장에 문제점이 발견됐다 해서 경솔히 행동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강원도민일보 기사 : 2007-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