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봄, 행복과 절망을 거쳐 마침내 마음의 평화에 다다르다
바이칼 호수, 북쪽 삼나무 숲의 곶 오두막에서의 은둔 일기
베스트셀러 여행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실뱅 테송은 마흔이 되기 전 깊은 숲속에서 은둔자로 살아보리라 결심했다. 그는 현실과 도시에서 ‘한 발짝’ 물러나 바이칼 호수 근처 북쪽 삼나무 숲의 곶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오두막에서 여섯 달을 보냈다.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30도로 떨어지고, 여름에는 곰들이 어슬렁거리는 곳. 이따금 친구와 술 한잔 기울이고 싶으면 남쪽으로 한나절, 아니면 북쪽으로 다섯 시간을 걸어가야 하는 곳. 테송은 완전한 고독과 야생에서의 생존에 직면하는 동안 자연의 아름다움과 깊은 내면의 평화를 경험한다. 실뱅 테송의 독특한 은둔 생활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한다.
“그때 내가 바람이었다면
이제는 뿌리를 내리고 땅이 되고 싶다”
고요한 삶이 가져다준 깨달음
‘뭣 때문에 케첩의 종류가 열댓 가지나 될까.’
실뱅 테송은 현대 시스템의 젖줄에 매달려야 하는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울창한 숲속에 고요하게 홀로 파묻혀 지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마침내 이곳, 바이칼 호수에 온 실뱅 테송은 온갖 상업적 속박에서 벗어나 필요한 것을 오직 자연에서 얻는 러시아인들처럼 겨울과 봄, 두 계절을 살아간다. ‘이동하지 않는 삶’은 여행이 더 이상 주지 못하는 것을 가져다주었고, 시베리아 숲이 지닌 힘은 그로 하여금 시간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는 은둔자가 되어 침묵과 고독에 몸을 맡기며 내면의 삶을 들여다본다. 차가 없으므로 걸어야 하고, 슈퍼마켓이 없으므로 낚시를 해야 하고, 보일러가 없으므로 장작을 패야 하고, 텔레비전이 없으므로 독서를 하는 삶으로부터 테송은 고요한 삶이 오히려 생기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의 과정을 은둔자의 일기에 담담히 담았다.
은둔자 테송이 겪은
시베리아 숲의 겨울과 봄을
그래픽 노블로 다시 만나다
실뱅 테송의 에세이 『시베리아의 숲에서』는 2011년 프랑스 메디치 상 에세이 부문 수상작으로, 독자와 평단에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에세이가 비르질 뒤뢰이에 의해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하여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뒤뢰이의 섬세한 그림체와 풍부한 색감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우리를 테송의 오두막으로 안내한다.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 눈 덮인 숲, 드넓은 타이가, 격렬한 돌풍을 눈으로 좇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테송의 곁에서 곁불을 쬐며 차가워진 마음을 녹이게 된다. 뒤뢰이의 감각적인 그림은 테송의 겨울과 봄의 속도에 맞춰 흘러간다. 책장을 덮는 순간, 테송의 여섯 달은 우리에게 오롯이 남아 특별한 힐링을 선사할 것이다.
P.3
이곳에 책과 시가, 그리고 보드카를 가져왔다. 그 외에 내게 필요한 공간이며 침묵이며 고독은 이미 거기에 있었다.
P.25
오두막에서는 시간의 고통이 누그러진다. 시간은 온순하고 늙은 개가 되어 우리의 발치에 엎드려 있고 어느 순간 우리는 시간이 여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지금 순간순간이 자유롭기에 나는 자유롭다.
P.38
정오에 세르게이는 3리터짜리 맥주병을 딴다. 라벨에는 ‘시베리아 용량’이라고 쓰여 있다. 나는 5년 동안 이런 삶을 꿈꿔 왔다. 지금 나는 대수롭지 않은 꿈이 실현된 듯 그 삶을 음미한다.
P.69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P.107
나는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 그러나 이제 나는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