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 3만5000원 하는 킹크랩 3마리와 꽃게 5마리를 반값도 안 되는 10만원에 팔았다니까요. 추석 전날(21일)에만 100만원은 족히 손해 봤어요."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상인 박옥례(54)씨는 좌판 맨 앞줄에 축 늘어져 있는 킹크랩 한 마리를 보며 울상을 지었다. 지난 21일 오후 4시 30분쯤 수산시장 냉동창고에 낙뢰가 떨어져 시장 전체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죽은 킹크랩 20여마리 중 한 마리였다. 수족관에 산소를 공급하는 기폭기와 냉각기가 멈추면서 대목인 추석을 맞아 평소보다 많이 들여놓은 킹크랩과 게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이다. 박씨는 "털게 6마리, 랍스타 2마리, 꽃게 30마리도 전부 죽어서 반값 이하에 팔거나 오빠와 동생에게 나눠줬다"고 말했다.
▲ 지난 21일 폭우 속에 번개가 떨어져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전체에 전기가 끊겼다. 23일 한전이 지원한 임시 발전기가 가동돼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석호 기자
농어·숭어·도미 등 활어 10여마리를 잃은 상인 왕상철(48)씨는 "전기가 나간 뒤 4~5시간 동안 수족관 물을 바가지로 휘저으며 물속에 산소를 넣어줬다"며 "갑작스러운 정전에 많은 상인이 수온 유지를 위해 얼음을 구해다가 수족관에 넣었고, 차례 지내러 고향에 간 상인들은 추석 당일 새벽 3~4시에 나오기도 했다"고 했다.
이날 오전 노량진수산시장 경매장 한쪽에서는 한전이 지원한 대형 발전기가 소음을 내며 전기를 공급하고 있었다. ㈜노량진수산 관계자는 "비상 발전기 4대를 동원해 전체 가게의 20~30%에 전기를 공급했다"며 "완전 복구는 연휴가 끝난 뒤에야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폭우 피해를 당한 일부 지역에서도 정전 때문에 주민들이 엎친 데 덮친 고통을 겪었다. 서울 강서구 화곡1동 반지하 방에서 사는 배미선(37·회사원)씨는 "추석 전날 허리까지 차오른 물이 오후 늦게부터 빠진데다 전기까지 끊겨 근처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며 "추석날 오전부터 복구를 시작했지만, 저녁에야 전기와 가스가 들어와 집에서 밥해 먹는 건 생각조차 못 했다"고 말했다.
강서구 화곡1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주민들이 물을 빼내려고 양수기를 빌려갔지만,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무용지물이 됐다. 폭우에 이은 정전 사태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침수 피해가 심했던 양천구 신월1동 주민 김은철(48·어린이집 운영)씨도 "23일 오전에야 집에 전기가 들어왔다"며 "추석날 밤에 랜턴을 들고 물에 불은 장판과 벽지를 뜯어내는 생고생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