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에서 시작한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의 기획자인 박혜성 학예연구사는 20세기 한국 자수사를 잘 보여주는 인물로 박을복(1915~2015)을 꼽았다. 2부에 그의 도쿄 여자미술전문학교 졸업작품인 ‘국화와 원앙’이 그의 밑그림과 함께 나란히 걸려 있다. 정교한 도안과 비단실의 호화로운 광택을 잘 드러내는 자수 기법 등이 돋보인다.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자연을 관찰해서 사실적인 밑그림을 직접 그리도록 했고 그럼으로써 자수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고자 했다”고 박 연구사는 설명했다. 그 후 박을복은 귀국해서 이대 등에 출강하고 국전에 참여했다. 이때 여자미술전문학교 후배인 중요한 화가 박래현(1920~1976)과 교류했으며 현대미술로서의 자수작품도 창작했는데 그러한 작품들은 3부에 나와 있다. 그의 차남인 박을복자수박물관 오영호 이사장은 "박래현 선생이 직물 작업을 실험한 데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