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은 500년이 넘도록 역사적으로 사마리아인들과 적대 관계였다. 사마리아인들을 혈통적으로 야곱의 후예들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유대인들은 사마리아 사람들과 접촉을 꺼렸고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러니 그날 수가성 야곱의 우물가에서 이 낯선 남자 그것도 유대인 남자를 만난 사마리아 여인은 몹시 불쾌하고 짜증이 났다.
자신의 명예롭지 못한 과거를 철저히 숨기고 살고 싶은 여인은 설사 같은 마을 주민들이라도 마주치지 않고 싶어서 인적이 드문 정오를 택해서 물을 길으러 나왔는데 이 낯선 행인을 만난 것이다.
(요 4:5) 사마리아에 있는 수가라 하는 동네에 이르시니 야곱이 그 아들 요셉에게 준 땅이 가깝고 (요 4:6) 거기 또 야곱의 우물이 있더라 예수께서 길 가시다가 피곤하여 우물 곁에 그대로 앉으시니 때가 여섯 시쯤 되었더라 (요 4:7) 사마리아 여자 한 사람이 물을 길으러 왔으매 예수께서 물을 좀 달라하시니
행인의 거침없는 요청에 당황해서 냉소적인 태도로 무시하다시피 던진 말 한마디가 빠져나올 수 없는 미늘이 되어 영혼의 코가 걸리고 말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인생의 최고의 로또가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요 4:9) 사마리아 여자가 이르되 당신은 유대인으로서 어찌하여 사마리아 여자인 나에게 물을 달라 하나이까 하니 이는 유대인이 사마리아인과 상종하지 아니함이러라
물 한 그릇의 호의를 요청하는 나그네에게 여인의 냉소적인 대답을 돌려받은 행인은 오히려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미소로 (요 4:10) 네가 만일 하나님의 선물과 또 네게 물 좀 달라 하는 이가 누구인 줄 알았더라면 네가 그에게 구하였을 것이요 그가 생수를 네게 주었으리라고 대답했다. 여인은 그 남자가 보통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꼈다. 무심하게 돌아설 수 있었지만 뭔가 풍겨오는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에 다시 대답하고 말았다.
(요 4:11) 여자가 이르되 주여 물 길을 그릇도 없고 이 우물은 깊은데 어디서 당신이 그 생수를 얻겠사옵나이까
그러면서 보통의 유대인들이 관념을 공격이나 하듯이 “우리 조상 야곱”이라고 하면서 당신이 야곱보다 크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그분은 동문서답하듯이 (요 4:13)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요 4:14)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고 말씀하셨다.
여인은 야곱이 판 우물(φρέαρ 프레아르)물에 관해 말했는데 그분은 전혀 다른 샘(πηγή 페게)물에 대해 말씀하셨다. 영원히 목마르지 않은 샘물, 그물이야말로 여인이 평생을 애타게 찾아 헤매던 것이 아니던가? 그동안 채울 수 없는 욕망을 채우고자 살아온 세월에 남은 것이라곤 다른 사람들의 질시와 미움 그리고 삶의 공허함과 더 깊은 갈증뿐인데 영원한 샘물을 주신다니 그런 물을 얻고 싶었다. 이제는 구하는 자가 주는 가가 되고 주는 자가 구하는 자가 된다.
(요 4:15) 여자가 이르되 주여 그런 물을 내게 주사 목마르지도 않고 또 여기 물 길으러 오지도 않게 하옵소서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직도 이 사마리아 여인은 그녀 앞에 계신 분이 누군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더 깊은 깨달음과 지혜가 필요했다. 그래서 주님은 남편 얘기를 꺼냈다. 자기 삶의 일부를 숨겨둔 채 생명수를 마실 수는 없었다. 그렇게 그날 그 여인은 자신 앞에 선 이 남자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엔 그냥 낯선 남자였고 그다음에는 유대인 남성이었고, 다음에는 유대인 선지자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모든 과거를 알고 그녀와 민족이 애타게 기다리는 메시아로 만나게 된 것이다. 예수님을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서 사람의 운명이 달라진다. 새로운 시각이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진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괜히 물으신 게 아니다.
하나님 아버지! 아직도 주님이 낯선 남자로 있는 세상의 많은 이들이 주님을 그들의 구주로 볼 수 있는 그날이 속히 임하길 원합니다. 모든 것을 들켜도 속이 후련한 그런 사랑 안으로 들어간 여인처럼 오늘도 주님 안에서 목마르지 않은 생수를 마시며 영원을 준비하는 삶을 살아가게 하시고 저세상으로 달려가 모세가 기록한 바로 그분이 여기에 있다고 소리칠 수 있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