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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밤카페
 
 
 
카페 게시글
자유게시판 스크랩 나무야 나무야.. 서서 자는 나무야
나윤 추천 1 조회 64 13.04.10 22:26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요즘들어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푸념중에 하나가 한결같이 사는 재미가 드럽게 없다는 겁니다 미친듯이 돌아가는 세상 꼬라지도 재미없고 젖무덤에 얼굴묻고 떼굴떼굴 눈동자 굴리며 활짝 웃던 이쁜새끼들도 이젠 지팔 지맘대로 흔들고 다니면서 지네들 꼴리는데로 하는것도 꼴보기 싫어 죽겠고, 볼때마다 화들짝 놀라게 만드는 야속한 거울땜에 환장하시겠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어요? 사는 재미가 없다고 지랄하는 그네들은 그나마 이부자리에 따땃한 온기라도 있지.. 허구헌날 독수공방에 시린 발등 데워줄 서방도 없는 우리같은 쏠로들이야 저기압의 영향을 억쑤로 받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사는건 무조건 신나는일이니깐 장미빛 인생을 향해 고~ 라고 외친단 말씀이요 어째서 인생이 장미빛이냐구요? 그거야 인생이란게 노랑도 파랑도 아니라 바로 장미빛 색깔로 칠해져 있응께 그라지^^ 어둠이 대지에 내려앉는 순간.. 나는 꿈길을 걸으며 장미빛 인생임을 실감하는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나 제주는 풍성한 나무덕에 뭘 잘못먹고 급체를 했어도 몇걸음만 걷다보면 숨통이 바로 트인다니깐요? 진짜여~ㅎ 게다가 언니네집 근처에 공원이 하나 있어서 그곳을 산책하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몰라요 볼품없는 조형물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는 산책로가 빠른걸음으로 15분 정도 소요되는 작은 공원인데 봄은 벗꽃이 아름답고 가을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과 단풍들이 주홍빛으로 무장한 가로등의 조명빨로 디게 아름다운 곳이지요 세상에서 나무만큼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나무만큼 우리 인간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게 또 있을까요? 나무는 긴 세월동안 말없이 늘 우리들 곁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훌륭한 존재인 나무님을 백년도 살기힘든 인간주제에 막 함부로 깔보고 있으니 정말 안타까운 노릇이에요 좀전에도 공원을 돌고있는데 새삼스레 나무의 둥치들이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언뜻 보기에 그것은 마치 코끼리의 피부같기도 하고 아주 오래된 거북이의 목덜미 껍데기 비슷하기도 하고 색깔로 치자면 먹빛의 구렁이를 닮은것도 같았습니다 장수하는 것들은 피부결이랑 색깔도 닮은 꼴인가벼 좁다란 산책로 양옆으로 빽빽하게 서있는 나무들은 가로등 조명으로 아주 매력적인 실루엣을 만들어 상당히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그걸보니 베르베르 책속에 등장한 나무가 생각났고 갑자기 신산공원에 살고있는 나무들도 그곳을 찾아오는 나한테 뭐라뭐라 속삭이는것 같더군요 사는게 영 재미없고 힘든가요? 그렇다면 그 오랜세월을 꼼짝도 못하고 온갖 풍상을 겪어야 하는 나무들을 살펴보십시요 살아온 세월만큼 깊어진 뿌리는 대지를 가로질러 탁한 숨결을 뿜어내는 삼라만상 모든 생명들을 향한 구원의 손길이 돼줍니다. 그뿐인가요? 그토록 여리고 고운 잎새는 인간들의 탁한 영혼을 곱게 물들이기 위해 시절마다 힘든줄도 모르고 환골탈태를 해주고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무를 허벌나게 사랑한답니다 난 어떻게 니가 나무한테 관심이 없는지 그게 너무너무 이상하고 기가 차 ㅋ 먹고살기도 바빠죽겠는데 왠 나무사랑이냐구요? 허구헌날 사랑타령에 이젠 나무타령까지 해대는 이몸에 팔자가 늘어진것같아서 눈꼴시럽나이까? 그러거나 말거나 오차원 내공을 가진 섹씨천재는 개뿔도 신경 안쓴다 마리야..그저 모니터 뒤에 앉아서 느낀바를 씩씩하게 이야기할뿐~푸핫 마음대로 걸어 다닐수있는 너희들이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것은, 너희들의 無知와 그로인한 어리석음 때문이다...라고 앉지도 못하고 눕지도 못하고 죽는 순간까지 오롯히 서서 살아야하는 운명을 가진 나무들이 날 향해 그렇게 조용히 나무라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신산공원 열바퀴 돌고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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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04.11 21:39

    첫댓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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