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 오영수 ‘꺾기 춤’… 에미상 뒤풀이선 ‘주연’
애프터파티서 관절 꺾는 격한 춤
동영상 SNS 올라와 55만뷰 화제
머리에 조선 장신구 ‘첩지 꽃장식’
정호연, 베스트드레서에 선정돼
12일(현지 시간) 에미상 시상식 후 넷플릭스가 주최한 애프터 파티에서 배우 오영수가 관절을 꺾는 ‘꺾기 춤’을 선보였다. 미나 해리스 트위터 캡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비영어 드라마 최초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 6관왕에 오르면서 오징어게임 팀을 향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미상 애프터 파티부터 시상식 패션까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에미상 뒤풀이에서 춤을 추고 있는 배우 오영수. 트위터 @Meena Harris
넷플릭스 주최로 12일(현지 시간) 시상식 직후 열린 애프터 파티의 주인공은 오징어게임으로 에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배우 오영수(78)였다. 파티에서 오영수는 ‘꺾기 춤’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미국 유명 작가 겸 변호사 미나 해리스는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O Yeong-su cutting it UP’(오영수가 떠들썩하게 즐겼다)이라는 글과 함께 35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오영수가 브루노 마스와 앤더슨 팩이 결성한 실크소닉의 ‘리브 더 도어 오픈’ 음악에 맞춰 관절을 꺾으며 격한 춤사위를 선보이는 모습이 담겼다. 그를 둘러싼 사람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 영상은 트위터에서 조회수 55만 회를 넘겼다. 이날 파티에는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에미상 후보에 오르거나 상을 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배우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시상식에서 베스트드레서로 꼽힌 배우 정호연이 입은 검은색 드레스는 루이비통이 600시간의 수작업을 통해 만들었다. AP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오징어게임의 배우 정호연(28)은 의상으로 주목받았다. 모델 출신인 정호연은 시상식에서 다채로운 색상의 비즈 드레스를 입었다. 머리에는 조선시대 왕비 등이 쪽머리 가르마에 하는 장신구 ‘첩지’를 연상케 하는 꽃 장식을 달았다. 미국 패션잡지 코즈모폴리턴은 에미상 시상식의 베스트, 워스트 드레서를 선정한 기사에서 정호연을 베스트 드레서 1번으로 꼽았다. 코즈모폴리턴은 “정호연은 시크하고 절제된 스타일을 선보였다. 머리의 꽃 장식은 기발했다”고 평했다. 미국 패션잡지 보그US는 “눈썹 위까지 내린 앞머리와 컬이 들어간 단발머리를 크리스털 플라워 브로치로 묶은 정호연은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전했다. 정호연이 입은 드레스와 머리 장식, 가방은 그가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루이비통이 맞춤 제작했다.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정재(50)의 행보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스타워즈 드라마 시리즈 ‘어콜라이트’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상태.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들의 러브콜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재희 기자
오영수 댄스
모든 시상식의 주인공은 수상자다. 그제 열린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선 아시아 최초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가 특히 주목받았다. 그런데 시상식 뒤풀이를 뒤집어 놓은 건 조연배우 오영수(78)였다.
▷에미상 뒤풀이 참석자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35초짜리 영상엔 ‘오영수 꺾기 춤’ 현장이 담겼다. 점잖게 정장을 차려입은 백발의 신사가 뜻밖에 관절을 꺾어가며 격렬하게 춤추자 사람들이 박수치고 환호하는 영상은 시상식 하이라이트 장면 못지않게 화제가 됐다. 해외 누리꾼들도 “깐부 할아버지의 대변신” “78세 배우에게 이런 에너지가 나오다니”라는 댓글을 달며 놀라워했다. 그가 요즘도 매일 아침 집 근처 남한산성 밑에서 평행봉 50개를 하며 속 근육을 단련하는 줄 모르나 보다.
▷오영수는 팔순 가까워 찾아온 전성기를 누리는 중이다. 오징어게임에서 ‘1번 참가자’ 오일남 연기를 선보인 후로는 마스크를 쓰고 나가도 “사인해 달라”며 줄을 선다. 에미상 남우조연상 수상은 불발됐지만 올해 1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라 우리 속의 세계입니다”라는 그의 수상소감은 명대사 “우린 깐부잖아”와 함께 해외 언론도 보도했다. ‘글로벌 스타’의 티켓 파워는 다르다. 오징어게임 이후 출연작인 연극 ‘라스트 세션’은 전석 매진이었다.
▷시작은 미미했다. 월남한 흙수저 집안에서 ‘오세강’으로 태어나 막노동 하다 1967년 극단 광장에서 ‘오영수’로 배우 인생을 시작한다. 연기가 좋아서가 아니었다. 학력이 보잘것없어 번듯한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존재감 없던 내가 무대에선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황홀한 경험”을 하는 맛에 50여 년간 200편 넘는 연극에 출연했다. 동아연극상(1980년)과 백상예술대상(1994년) 연기상을 수상한 실력자이지만 데뷔 45년 차에도 언더스터디, 즉 주연배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투입되는, 무대에 선다는 기약도 없는 배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빛나지 않아도 무대에 진심이었던 시간은 내공으로 쌓였다.
▷그는 에미상 시상식 후 기자간담회에서 “전에는 민족의 나약한 면을 느꼈는데, 이제는 자신감을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45달러이던 시절 연기를 시작해 3만5000달러였던 지난해 오징어게임으로 전 세계 미디어업계를 흔들어 놓았다. 가난한 나라의 ‘딴따라’였던 그가 이제는 대중문화의 최강국에서 ‘명배우’로 대접받는다. 오영수는 흥이 날 만도 한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