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4-27 11:53
'인기폭발!'
2005년 프로야구가 불같이 달아오르고 있다. 야구장의 '체감온도'는 500만 관중 시대가 열렸던 지난 95년을 연상케 할만큼 뜨겁다. 77경기를 치른 26일 현재 평균관중은 723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215명) 보다 16.5% 증가했다. 역대 최고기록인 95년(경기당 평균 1만727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폭발'의 징후는 그 어느 해보다 뚜렷하다. 자고 나면 순위가 바뀌는 치열한 판세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1점차 역전승, 호쾌한 홈런쇼, 팽팽한 투수전 등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공동선두(삼성, 두산)과 공동꼴찌(현대, 기아)의 승차는 불과 3경기. 야구전문가도, 열혈팬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다. 중계방송 시청률도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MBC-ESPN의 시청률은 지난해까지 1%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최근 1.5%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야구토토 참가자 급증, 야구장 편의시설 개선, 한국인 빅리거들이 전해오는 희소식까지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 프로야구 르네상스의 원인을 살펴봤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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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팀 대약진 '준비된 열성팬' LG - 롯데
오늘 이기면 내일 관중 두배 |
올시즌 프로야구 인기몰이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LG와 롯데다. LG와 롯데는 '오늘 이기면 당장 내일 관중이 두배로 증가한다'고 할만큼 '준비된 열성팬'이 넉넉한 구단들이다. 4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롯데는 연승과 역전승을 밥먹듯이 하며 무기력증을 벗어던졌다. 부산 뿐만 아니라 잠실, 수원, 대전 등 원정경기까지 자발적으로 구성된 '갈매기 응원단'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26일 수원구장은 '제2 사직구장'이나 다름없었다.
LG는 이순철 감독의 야구가 제 색깔을 내기 시작하면서 팬들의 발걸음을 끌어모으고 있다. 26일 삼성전서 LG 타자들이 배영수를 난타하며 9대5로 역전승을 거두자 팬들의 열기는 절정에 올랐다. 3할4푼의 불방망이에 '연예인급 외모'를 겸비한 신인 외야수 정의윤(19)은 '차세대 LG맨'으로 10~20대 여성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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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인기팀 추락 지난해 챔프 현대 하향세도 한몫 |
지난시즌 우승팀 현대가 올시즌 초반에도 독주를 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프로야구의 인기가 지금과는 다른 상황으로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상대적으로 현대 팬이 적기 때문이다.
수원을 연고로 하는 현대는 해마다 홈 평균 관중수에서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초반부터 독주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해의 경우만 해도 홈에서 평균 1955명(7위)에 불과했다. 8개구단 꼴찌였던 한화(1916명)와 거의 비슷한 수준.
현대의 팀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수원구장을 찾는 팬들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수원에는 상대적으로 축구가 강세를륽보이고 있는데다 현대의 수원 연고지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지난 2000년 SK에 인천을 물려주고 수원으로 간 현대는 당초 3년후에는 서울로 연고지를 옮길 계획이었으나 모기업이 어려워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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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5일 근무시대 휴일 개인에서 가족중심 변화
편의시설 개선도 팬 증가 요인 |
서민들의 건전한 여가선용을 목적으로 시행된 주5일 근무체제가 서민들의 발길을 야구장으로 돌리고 있다. 일요일 단 하루 주어지는 휴식일로 인해 고급화된 극장과 인터넷 등에 실내 놀이문화에 주도권을 내줬었던 여가생활이 보다 많은 시간이 주어짐에 따라 활동적인 실외 놀이 문화로 바뀌고 있는 것이 썰렁했던 야구장이 북적이는 이유다. 휴일이 개인 중심에서 가족 중심으로 변화하게 된 것도 프로야구 인기 회복의 힘이 되고 있다.
낙후된 편의 시설의 개선 또한 팬들의 발길을 야구장으로 돌렸다. 팬들의 고급화 추세에 발맞춰 무질서하게 입점해있던 야구장 내 각종 편의 시설 등을 구단에서 직영 또는 간접 관리하고 편의점, 유명 패스트푸드점 등을 유치해 먹거리 개선을 도모한 것도 관중 증가의 한 요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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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의 마력 짜릿한 경기보고
짭짤한 수입까지
'일석이조' |
야구 경기를 보는 재미가 두 배로 늘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는 동시에 짭짤한 수입까지 본다면 일석이조 아닌가. 그렇다. 야구토토 인기가 장난이 아니다. 지난해에 비해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 회차 참가인원 10만명 시대를 열었고, 총 발매금액도 10억원(한 회차)을 가뿐히 돌파했다.
다득점 3개팀을 순서대로 맞히는 스트레이트 방식과 순서와 무관한 박스 방식은 둘 다 매력적이다. 우선 다수의 정답자가 매 회차 쏟아지고 있는게 야구팬들을 유혹하는 주 요인이다. 로또 처럼 100% 행운에 기대지 않고 통계 분석 자료를 이용해 가능한 팀을 고르는 것도 야구토토의 매력이다. 또 시즌 초반 대혼전이 펼쳐지면서 의외의 팀들이 다득점해 21회차(4월 27일)처럼 초 고배당(스트레이트 방식-473.5배)이 쏟아져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야구토토 인기와 프로야구의 부흥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모양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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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팬의 향수 선동열 - 이순철 불꽃 대결
'옛것이 좋아' | | | ◇ 선동열 | ◇ 이순철 |
올시즌 초반 프로야구 인기 부흥의 또한가지 열쇠는 올드팬의 향수 자극이다.
지난 82년 출범, 프로 구기종목으로는 가장 오래된 프로야구에는 유난히 올드팬이 많다. 그들이 얼굴만 봐도 반가워할 사람들이 다시 프로야구판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게 바로 호재다.
80∼90년대 해태 전성기의 투-타 간판이었던 선동열과 이순철이 각각 삼성과 LG 감독으로 라이벌 전쟁을 펼치는 것이 바로 올드팬들을 운동장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 LG 이순철 감독이 지난 겨울 프로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인 선동열 감독을 공공연한 라이벌로 지목하면서 시작된 둘간의 신경전은 팬들에게 더없이 좋은 볼거리다.
라이벌답게 경기 내용도 용호상박이다. 첫격돌인 지난 5∼7일 잠실 3차전서는 비로 한경기가 취소된 가운데 1승1패씩을 주고받았다. 스코어도 두경기 모두 2점차로 박빙의 승부. 대구에서 다시 만난 26일 경기서는 LG가 최강 배영수를 격침시키며 적지에서 의외의 1승을 먼저 안았다. 객관적인 전력차가 무시된 것은 전형적인 라이벌전의 특징.
선수로서 프로야구 최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두사람이 사령탑으로 처음 격돌해 불꽃을 튀기고 있는 올시즌. 둘은 자꾸 비교되는게 껄끄러울지 몰라도 팬들은 그럴수록 야구 보는 맛이 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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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년간 코리안 빅리거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가 메이저리그에서 극심한 침체에 빠지면서 국내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졌던 것이 사실.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박찬호의 부진으로 야구 자체에 대한 흥미가 반감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시즌은 다르다. 박찬호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면서 야구 인기회복에도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 특히 박찬호와 서재응이 지난 24일 뉴욕에서 동시에 선발승을 거두는 등 극적인 사건도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홈런 신기록의 보유자인 이승엽(지바 롯데)이 지난해의 부진에서 벗어나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야구중흥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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