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편: https://cafe.daum.net/Europa/2oQs/17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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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롬서!”
……?
나는 달리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포그 씨도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걷기 시작했다.
“뭐라고요?”
“…흠흠. 제대로 묵을 수 있는 곳이나 알아보지.”
그럼 지금 내가 무슨 헛짓을 한 거지?
숙소를 찾아 들어온 나는, 포그 씨의 콧수염을 다듬어 드리고 시중이나 들었다.
DAY 4
트롬쇠 행 피오르 쾌속비행정을 탑니다. 서둘러야 해요.
다행히 그리 불편하진 않습니다.
비행선 부두에서 탑승 시각까지 기다리는 동안은 입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였다. 선장은 대단히 강렬한 빛깔의 금발을 지닌 여인으로, 마치 조각처럼 단정하고 엄격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따뜻한 차를 양철 컵에 따라 우리에게 건네주더니 주먹을 내밀어 서로 맞대기를 고집하는 게 아닌가.
그가 돌아간 후 나는 주인님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그는 개의치 않는 듯했다.
“조종사가 정신을 다잡자면 그런 행위도 좋겠지.”
그가 말했다.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는 그런 일도 전혀 쓸모 없는 것만은 아니니.”
우리가 승선하자, 곧 비행선이 떠올랐다. 정교한 레이스 무늬처럼 생긴 노르웨이 해안선을 따라 북으로 갈 준비가 끝난 것이다.
비행선이 상승을 마치고 순항을 시작한 후, 나는 포그 씨에게 물었다.
“무슈, 몸 상태는 좀 어떠십니까?”
“음, 괜찮네.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는 진이 더 빠지는군.” 그가 가볍게 답했다.
“네…그런데 트롬쇠로 가려 하신다는 게 아직도 좀…무언가 들으신 게 있습니까?”
“흠, 예를 들어, 트롬서에서도 열기구를 타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고 하더군. 조금 피곤할 수는 있겠지만. 여기 말이네.”
그가 자신이 들고 다니던 책 한 권을 펴서 보여주었다. 스미…이렌…부르크? 스메이런…뷔르흐…라는 읽기도 어려운 곳이 아닌가.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곳에 대한 재미있는 기사라도 찾으신 겁니까?”
“음, 그곳 버펄로 가죽이 캐나다에서 아주 인기라고 하더군. 특히 오타와에서.”
“다른 건 없나요?”
그는 대답하는 대신 책을 덮고 고개를 살짝 까닥일 뿐이었다.
이쯤 해서 이 경로를 굳이 선택한 주인님의 의도에 조금 혼란스러웠음을 고백해야만 하겠다. 아니, 뭐 북으로 갔다가 남쪽으로 돌아서 다시 오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어쩌면 아메리카를 아래로 질러서, 혼 곶으로 간 다음, 오스트레일리아가 있는 저 아래쪽 끝까지 지나갈지도 모르지.
당연한 말이지만, 한쪽 극을 지난다는 것만 해도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다. 아무리 내기가 걸렸다 한들, 이런 짓을 감행한다는 것은 정말 어불성설이다. 남북극을 다 가겠다? 정말 환상적이겠군.
무슨 잡지를 본 건지, 포그 씨가 트롬쇠에서 스발바르 제도의 스메이런뷔르흐로 가는 방법을 알아냈네요.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비행선은 급한 양쪽 경사면 사이에 자리를 틀고 있는 작은 어촌에서 하강했다. 내 생각에, 이곳은 내가 본 장소 중 가장 작은 곳이다.
트롬쇠 TROMSØ
놀랍게도 여기에도 은행이 없습니다. 보이는 건물은 찾아보니 트롬쇠 어항(漁港) 일대하고 교회당인 것 같아요. 왜 저렇게 집을 위로 올려 짓는 걸까요?
스메이런뷔르흐로 가는 열기구가 있기는 한데, 알아보니 이틀 후에나 출발입니다. 포그 씨가 교섭에 나섭니다.
“대단히 비신사적인 언행이 아닌가!”
700 파운드나 더 주어야 합니다. 아직은 딱히 주고 싶지 않네요. 은행이 없어서.
밤의 트롬쇠는 정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밤이 깊을수록 꽤 추워진다. 홀로 조금 거니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우연히 선원과 여자 몇몇이 체스를 겨루고 있던 어느 바에 들어갈 때까지는. 도저히 좋은 유희라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나도 몇 판 해서 이겼다. 적어도 여행자로서의 문화적 의무를 조금이나마 수행한 것 같은 느낌이다.
DAY 5
하루 더 묵기로 했으니, 주변에 무엇이 있나 살펴봐야겠죠? 잘 하면 당일 출발할 수도 있고. 탐색합니다.
......
트롬쇠 거리를 거닐었다. 인상적인 산비탈과 빙하호(氷河湖) 덕분에, 경치가 좋아서 한 바퀴 둘러볼 만은 했다. 듣기로 여기에는 대학이 있다고 한다. 이 추위를 버티고 책을 읽을 사람이 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플레이셔(Fleischer) 양을 만난 뒤, 나는 빠르게 분노가 치솟아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말았다. 그가 거리에서 물어볼 게 있다며 나를 잡더니, 진지하게 ‘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도시를 방문해 보니 즐거운가’ 하고 묻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프랑스인으로서 말이죠?”
“물론이죠!” 그가 말했다.
“트롬쇠는 북방의 파리라고요!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와 다른 여러 도시 간 연결편이 많이 생길 거라고 약속을 받았어요. 당신 같은 사람이 더 오지 않겠어요? 트롬쇠는 노르웨이 제2의 수도가 될 거라고요!”
나는 최대한 화를 드러내지 않으려 애를 썼다. 대단히 훌륭하고, 유행을 선도하고, 활기가 넘치는 나의 도시를 이곳과 비교하자면, 이곳은 좀 별난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외딴 어로(漁撈) 정착지라고밖에는 할 수 없다. 여기에 대학교가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마드무아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상냥함을 담아 말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만, 저는 그저 지나는 객일 뿐입니다.”
그는 풀이 죽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런가요? 아, 그래요. 무슈. 트롬쇠를 마음껏 즐기고 가세요!”
그 말과 함께 그는 내 팔을 놓아 주었다. (손아귀가 마치 강철 같았다.) 그리고는 거의 튀어 날듯이 자갈 포장된 거리를 따라 내려갔다. 아, 첨언하건대, 절대 대로(大路)는 아니다!
다른 길이 있긴 하네요. 헬싱키로 갈 수 있습니다.
장에도 들러 봅니다.
자수정이나 버펄로 가죽이 좋을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차리친, 민스크, 상트 페테르부르크 등의 러시아를 비롯하여 슬라브 권역 각지에서 비쌀 물건입니다. 사면 좋겠다 싶은 게 있으면 얘기해 주세요.
외투는 비싸게 쳐 주더라고요. 260 파운드에 팔고, 모피 코트를 하나 샀습니다. 72 파운드인데 이게 더 따뜻하지 않을까요.
나는 주변 탐색을 끝내고 서둘러 호텔로 돌아갔다.
“무슈, 알아보니까 오후에 헬싱키로 가는 열차편이 있습니다.”
“스메이런뷔르흐 행 열기구는 그대로 내일 오전 8시 출발이고요.”
다음 이야기: https://cafe.daum.net/Europa/2oQs/17150
첫댓글 아 글 쓰는데 다음 에러 엄청 많아졌네요 ㅡㅡ...
업데이트 이후 뭔가 불편해진 느낌이 드는데 에러까지 많아지면...
@931117 맞아요 생긴 건 깔끔한데 예전보다 불편하네요.
@koringenieur 당장 저도 글 쓰고 연재하는데 번거로워진게 많다니까요.
사진을 여러개 올릴때 옆에 붙이는게 안되지를 않나 스크롤 길이 변경이 안되서 일일이 스크롤을 올렸다 내렸다 해야 하지 않나.
그나마 임시저장 기능 생긴게?
@931117 임시저장 없는 것보다는 나은데 자동저장도 아니고...임시저장 쓰다가 에러난 적이 있어서 예전에 하던 대로 워드프로세서로 써서 붙이고 있어요;;
@koringenieur 전 아직까진 없어서.사실 임시저장도 비상용이고 대체로는 오래 쓰면 메세지 떠서 돌아가든지 하잖아요?
그럴떈 아예 뒤로가기 해서 그대로 다시 등록합니다 내용확인하고.
북극으로 갑시다!북극으로 아메리카를 먼저!
으으; 북극루트라니;;
북극이라니..ㄷㄷ
전 이게임에서 북극루트가 제일 기억에 남더라고요. 북극으로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