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한국 없었으면 어쩔 뻔" 도쿄올림픽 빛낸 세계최고 도핑적발 기술
이은지 입력 2021.08.10. 13:34 수정 2021.08.10. 14:39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8월 10일 (화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손정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도핑컨트롤 센터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약물 등을 사용하는 '도핑'은 스포츠계의 공정을 망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그래선지 국제대회와 '도핑 분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 우리나라의 도핑 전문가들이 파견됐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내용, 직접 도쿄에 다녀오신 도핑 전문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손정현 도핑컨트롤 센터장 연결해서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손정현 센터장(이하 손정현):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도쿄올림픽에 다녀오셨다고요, 어떤 일을 하고 오신 겁니까?
◆ 손정현: 아시겠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선수들의 도핑시료분석 업무를 했고요. 주로 분석업무 또는 데이터 판정하는 업무, 결과 판정, 리포팅 등의 업무를 하고 왔고요. 기본적으로 전 세계 도핑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라서 다른 센터장님들과 함께 앞으로 도핑기술 발전을 위해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들, 새로운 연구주제나 펀딩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습니다.
◇ 최형진: 지난 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활동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궁금한 것은 도핑센터는 각 국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운영하게 되는 건가요, 아니면 개최국에서 전담해서 운영하게 되는 건가요?
◆ 손정현: 그게 기본적으로 올림픽이라는 큰 국제대회를 치르게 되면 평소에 저희 센터에서 하고 있는 업무에서 200배 정도 업무가 가중이 되거든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그 나라에 센터가 있다고 한다면 운영이나 준비, 이런 것들은 개최국에서 하게 되고 그리고 각국의 전문가들이 다 힘을 모아서 할 수밖에 없는 그러한 상황이고요. 평창 때도 저희가 40분 정도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함께 대회를 치러냈습니다.
◇ 최형진: 일본에 가셔서 이번에 도핑 관련된 업무를 하고 오셨는데, 그럼 일본 가 있는 동안 급여는 일본에서 줍니까?
◆ 손정현: 그런 건 아니고요. 일종의 품앗이 정도라고 생각을 하시면 될 것 같고요. 물론 체재비나 이런 건 지원을 받게 되고요.
◇ 최형진: 다른 국제경기에도 함께 참가를 하십니까?
◆ 손정현: 이건 아무래도 국제경기 규모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고요. 저희가 국제경기라는 게 올림픽만 있는 것이 아니고 아시안게임도 있고,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있고 그런데, 2014년도에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있었는데 그거 같은 경우는 센터 자체 인력으로 대회를 치렀고요. 그거보다 조금 작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센터 자체 인력으로 일을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최형진: 최근 도핑 관련해서 가장 궁금했던 내용 중하나가 브라질 여자배구 선수의 도핑 문제가 밝혀졌는데, 해당 선수의 경우 7월 7일 검사 결과가 지난주에 나왔어요. 올림픽이 열리기 한참 전이잖아요. 도핑 시료를 경기 직전에 모든 선수를 상대로 채취하는 게 아닙니까?
◆ 손정현: 일반적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국 전에,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다른 나라도 대부분 사전 전수검사를 해서 내보내거든요. 왜냐하면 경기 중에 도핑 때문에 이슈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래서 아마도 채취 일자가 보고된 걸로 봐서는 브라질 쪽에서 출국 전에 사전검사를 한 결과가 발표가 된 것으로 보이고요. 저희 같은 경우는 출국 날짜 이전에 결과를 뽑기 위해서 신속 검사를 진행하는데, 브라질 쪽에서는 어떻게 했는지 잘은 모르겠어요. 그래서 리포팅이 된 시점이 언론에 유포된 건지, 아니면 언론에 나온 시점이 좀 늦어진 건지, 그런 건 확인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만, 사실 저희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시는 건 우리나라 선수들이 메달을 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느냐, 아무래도 그런 부분일 것 같은데요. 올림픽 시료 같은 경우는 저희가 10년 간 보관했다가 새로 개발되는 기술로 계속 재검사를 하기 때문에, 사실은 어느 나라든 어느 선수들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은 늘 존재하고 있습니다.
◇ 최형진: 이번에 배구 같은 경우는 세 명 이상이 도핑 적발이 되면...
◆ 손정현: 사실 가능성이 그렇게 높다고 볼 수는 없죠. 이제 단체 경기 같은 경우는 그런 조건이 있어서 계속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최형진: 이렇게 채취한 시료 분석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 손정현: 일반적으로 소변하고 혈액시료를 저희가 주로 분석을 하고요. 아시겠지만 소변이라는 건 체내의 여러 가지 잔여물들을 체외로 배출하는 거기 때문에 저희는 검출하고자 하는 800여 종의 약물이 있는데, 그건 계속 농축을 하고 그 외의 물질을 계속 제거를 하는 여러 가지 과학기법을 사용해서 진행하고요. 분석 방법에 따라서는 짧게는 수 시간, 길게는 수십 시간씩 걸리는 그런 방법들이 있어서 다양한 방법들을 조합해서 최종결과를 도출하게 됩니다.
◇ 최형진: 일반적으로 도핑이라고 하면 약물을 떠올리는데, 최근에는 뇌에 전기를 가해서 운동력을 향상시킨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요. 이런 방법도 사용됩니까?
◆ 손정현: 네, 그런 방법도 지금 도핑금지 방법 중 하나도 대두가 되고 있고, 아무래도 저희가 검출하는 방법도 계속 개발하고 있지만, 이걸 도핑하시는 쪽에서는 도핑검출방법을 피해가는 새로운 방법들을 계속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말씀하신 것이 전기적인 자극을 줘서 일반적으로 뇌도핑 또는 브레인도핑이라고 일컫는 부분인데요. 이미 과학적으로 균형감각, 지구력 등에 굉장한 순간적인 향상을 할 수 있다는 게 이미 검증이 됐고, 저희들도 이런 전기적인 자극을 뇌에서 매개하는 신경전달물질, 이런 것들을 분석해서 뇌도핑 사용여부를 판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최형진: 약물도 아닌데 뇌도핑 같은 경우는 어떻게 분석하는 겁니까?
◆ 손정현: 앞서 말씀드린 거와 같이 직접적으로 뇌도핑을 했다는 증거를 밝히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신호를 매개하는 물질을 분석하는 방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 최형진: 내년은 베이징 올림픽도 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있고, 월드컵도 있습니다. 바쁘시겠는데요?
◆ 손정현: 아무래도 그렇게 큰 대회가 있으면 저희들도 파견을 갈 일도 많이 있고 그래서 상당히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다만, 저희가 도핑을 검출하고 도핑한 것을 잡아내는 역할을 하지만, 그것보다 사실은 더 중요한 것은 어린 선수들이 도핑에 대한 경각심을 알고 그거에 대한 교육을 잘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해서 사실은 미리 그런 걸 예방할 수 있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바꿔나가는 부분도 상당히 중요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최형진: 좋은 말씀 해주셨는데, 사실 국제무대뿐만 아니고 우리나라 스포츠에서도 이러한 도핑 문제가 적발이 되거든요. 혹시 선수들에게는 굉장히 무서운 존재 아니십니까?
◆ 손정현: 저희들은 물론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약물에 의해서 공정하지 못한 스포츠 경기가 치러지고 열심히 성실하게 운동했던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사실은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저희는 최소한의 어떤 방어막 정도로 생각을 하시면 될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사실은 무분별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있어요.
◇ 최형진: 제가 내년에 바쁘지 않겠냐고 여쭤본 이유가 지금 우리나라의 도핑을 적발하는 기술이 제가 알기론 세계 최고수준으로 알고 있거든요. 다른 나라에 없는 기술들을 우리나라가 지금 확보하고 있는 상황입니까?
◆ 손정현: 네, 맞습니다. 브레인 도핑 말씀하신 부분도 마찬가지고,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IT 기술이 상당히 많이 발전하고 있는 나라라서 저희가 인공지능과 같은 최신 트렌드에 맞는 도핑기술에 그런 기술들을 접목하는 연구를 많이 하고 있고, 다행인 것은 저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종합연구소라서 저희 주변에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하시는 분들이 있고, 그 분들하고 협력을 하기 굉장히 쉬운 구조라서 저희들이 아무래도 조금은 이점이 있고, 그런 걸 잘 살려서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인 것 같습니다.
◇ 최형진: 제가 방송 전에 기사 같은 걸 많이 보고 들어왔는데요. 이런 도핑기술을 일본에 전수하신다는 말씀을 들었거든요? 조금만 전수해주면 안 돼요? (웃음)
◆ 손정현: 하하, 그런 우려를 많이 하시는데요. 이게 전수라는 단어가 제가 볼 때는 올바른 것 같지는 않고요. 그냥 협력을 한다고 보시는 게 맞을 것 같고요. 저희가 국제대회를 할 때도 마찬가지고 일본에서도 과학자 분들을 많이 보내주시고 하기 때문에 이런 도핑 업계에 종사하시는 과학자 분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서로 협력한다고 생각해주시면 되고. 저희뿐만 아니고 사실은 일본 도쿄올림픽 할 때도 국내에서도 많이 자원봉사자 분들이 가셨고, 거기 선수촌 내 클리닉 센터를 운영할 때도 많이 가 계시고, 어떤 세계인의 축제에 저희가 동참한다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술적인 유출이나 이런 것들은 전혀 없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 최형진: 여담입니다만, 올림픽이나 국제대회 기간 중에 물론 당연히 업무를 수행하시고 그 외 시간은 올림픽 등을 함께 즐기시나요?
◆ 손정현: 사실 저희는 그럴 여력은 없고요.
◇ 최형진: 그 정도로 바쁘십니까?
◆ 손정현: 저희들이 근무하는 시간은 9시간으로 정해져있지만 일을 하다보면 시간을 오버할 때도 많고 시료 분석이 평소보다 200배 정도 가중된다고 말씀드린 것 같은데요. 내리 24시간 운영해야 되는 체제라서 비상상황이 굉장히 자주 도출돼서요. 그런 여력은 없지만, 뉴스를 통해서 방송을 통해서 결과 정도는 접하고 있었습니다.
◇ 최형진: 올림픽 기간 동안 6천 건 정도 시료분석을 하시는데 참 바쁘실 것 같고요. 우리나라에 반도핑 연구소가 생긴 게 1984년이라고 하는데요. 40년밖에 안 됐거든요. 우리나라에서 도핑을 연구하는 분들이 많습니까?
◆ 손정현: 사실은 그 부분이 상당히 제가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 부분이고요. 40년 전에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올림픽을 준비해서 우리나라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서 세워진 센터고요. 그동안 선배님들이 잘 닦아놓으신 밑거름을 바탕으로 해서 저희가 계속적으로 기술개발도 하고 발전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고요. 하지만 인력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저희들이 생명공학, 분석과학, 약학, 이런 전공하신 분들이 많이 지원을 해주시면 좋겠는데 현재 센터가 30여 분 연구원들이 같이 일을 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 센터와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편이에요. 그래서 젊은 과학자 분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해주시면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 최형진: 조금 전에 많은 과학자 분들이나 약사 분들 지원해달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도쿄올림픽 하나도 못 즐기고 바빠서 힘들다고 말씀하시면, 기회를 다시 드릴까요? (웃음)
◆ 손정현: 하하, 맞습니다만, 과학자들은 아무래도 그러면서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있어서 저희들이 끝까지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최형진: 오늘 센터장님 하고 인터뷰하면서 자랑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손정현: 고맙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