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고아원
한인준
아침에 일어났더니 마음이 저 밑으로 내려가 있었습니다
저 밑이라니요
사람의 관점에서
나는 일어나면서 동시에 누워 있을 수 없지만
깃털에 비둘기가 고이면 어째서 끔찍한 웅덩이로 느껴지는가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관점에서
어제는 아버지께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나무고아원이라는 곳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었는데
나는 그곳에 가지 않을 생각이고
그곳에 있는 나무들이 그다지 쓸쓸하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나무고아원이라는 이름만이 독특해보였을뿐
사람의 관점에서
콜라를 마시고 하리보젤리를 씹고 고래밥을 털어넣으며
나는 그저 울창해졌습니다
뱃속에서 한꺼번에 뭉개지는 무럭무럭같은 것으로
아이스크림에게 필요한 입속 같은 것을 지닌 채
나무고아원이라는 곳에는 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나무고아원이라는 곳을 여러 번 말하며
그곳에 가지 않고도 다녀온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나는 은근히 기대나 하면서
재떨이에 마른 침이나 뱉으며 담배를 비벼끄고 말았습니다
사람의 관점에서
언제부터 마음이 한가운데에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왜 중심이 여기인지
나는 잘 안 보입니다 아예 보이지 않아야 괜찮을 거라며
마음을 머릿속에서 으깨버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마음이 저 밑으로 내려가 있었습니다
저 밑이라니요
첫댓글 마음을 머릿속으로 으깨버리고 나면 쿨럭거리는 마음이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을 지켜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