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難易度는 보통 체조용어다 난이도와 관련된 체조 용어는 the degree of difficulty로 직역하면 고난도高難度며 매우 어려운 경지의 뜻이다 신심명에서는 이 난이를 무이무난無易無難으로 읊는다 쉬울 것도 없고 어려울 것도 없다
보통은 바꿀 역易 자로 새기나 주어진 상태와 상황에 따라 쉬울 이易자로 새긴다 주역周易이라 할 때는 담긴 대용이 변화를 논하기에 바뀔 역, 바꿀 역이다 바뀔 역이 제움직씨라면 바꿀 역은 남움직씨다 바꾸다는 사람 힘이 필요하나 바뀌다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울타리를 크게 치라는 말이 있다 소나 말을 놓아放 기를牧 때 만약 울타리를 좁게 치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비좁다 게다가 목초지가 한정되어 있어서 자연스레 울타리를 부수거나 뛰어넘어 밖으로 나가고야 만다 그리하여 남의 논밭을 휩쓸고 산이든 들이든 심지어 동네까지 아무 데나 마구 휘젓고 다닐 것이다
그러나 방목하는 목장 울타리를 생각보다 좀 넓게 칠 경우 뜯을 풀밭이 넉넉하고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구태여 울타리를 부수지도 않고 울타리를 넘어 남의 농토와 애써 지은 농작물들을 마구 짓밟지도 않을 것이다 만일 목장이 비좁다고 느끼거나 풀밭이 모자라면 으레 좁은 게 맞다
사람이나 또는 가축이나 공간을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다 사람이 주어진 공간이 답답하다면 가축들도 답답하게 느낄 것이고 사람에게 넉넉한 공간이라면 가축도 넉넉하게 느낄 것이다 동영상 <시대정신>과 함께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보다가 비육우 때문에 기겁을 한다 알고 보면 이는 목장이 아니라 소고기 출하 공장이기 때문이다
옛날 고문헌을 이끌어 온다 명심보감 성심편이다 대하천간大廈千間 야와팔척夜臥八尺 양전만경良田萬頃 일식이승日食二升 천 칸짜리 큰 집이라 하더라도 잠자는 데는 여덟 자면 되고 좋은 밭이 일만 이랑이라도 하루 양식이 두 되면 넉넉하다
이 말이 틀린 말은 결코 아니다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분수discretion를 지키라는 명언 중의 명언이라 하겠지만 여기에는 연기론緣起論이 빠져 있다 사람이 여덟 자 침대 위에서 편히 잠잘 수 있더라도 침대 놓일 여덟 자 공간 외에 남는 공간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그 자리에서 돌아버릴 것이다
만일 하루 두 되의 양식이면 충분히 배부를 수 있다고 했을 때 그냥 하루만 배불리 먹고 말까 하루 2되씩 1년이면 2×365=730되가 되니 넉넉잡아 7.5 가마니다 그리하여 만일 4인 가족이면 한 해 양식이 30가마니다 쌀 30가마니로써 충분할까 찬 없이 밥만 먹고 살 수 있을까
일만 이랑에서 농사를 지을 때 이랑의 길이도 길이겠지만 어떤 농작물을 생산할 것이며 농작물을 생산하더라도 해마다 반드시 풍년이 든다는 어떤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잖는가 게다가 모두 농사만 지을까 어떤 사람은 옷을 만들고 어떤 사람은 집을 짓고 어떤 사람은 질병을 고친다
따라서 하루만 살 게 아니라면 늘 연기법을 생각해야 한다 수감자가 감옥을 싫어하는 게 폐소공포증閉所恐怖症 때문이다 좌선하는 스님이 앉는 자리는 좌복 하나 크기면 넉넉하다 만일 좌복 크기 외에 나머지 공간이 없다고 하면 좌복 크기 땅이 있을 수 있을까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생명붙이는 공간에 관하여 크게 2가지 공포증phobia이 있다 첫째는 폐소공포증이다 폐소애호증閉所愛好症이며 밀실공포증密室恐怖症이라 한다 영어로는 다같이 Claustrophobia다 둘째는 광장공포증廣場恐怖症인데 좁은 공간에서뿐만 아니라 넓은 공간agora과 맞닥뜨릴 때도 생명붙이는 두려움phobia을 느낀다
다큐멘터리 동영상을 보다 보면 드넓은 사바나savanna에서 어쩌다 길을 잃고 어미 형제자매를 잃고 함께하던 무리까지 잃고 마침내 외톨이로 남은 맹수 공포의 눈빛을 지닌 들개를 본다 광장공포증agoraphobia이다 그러므로 삶에 있어서는 적당이란 게 반드시 필요하다
폐소공포증, 곧 밀실공포증이나 또는 광장공포증을 없애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촣은 답이 신심명에 들어 있다 곧 본체의 너그러움이다 무문無門처럼 문을 없애면 광장공포증 때문에 마땅치가 않다 썽찬은 문을 없애지 않은 채 큰길大道을 아주 적당하면서도 매우 너그럽게 펼쳐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도大道'라 하면 한없이 높고 넓다고 본다 오묘奧妙하고 깊으며 가믈玄하고 또 가믈玄하다 본다 마침내 언어의 길이 끊어지고 마음을 펼칠 곳마저 사라진 희한한 세계로 안내한다 말도 생각도 붙이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대도는 평이하다 글자대로 큰大 길道이다
너그러운 길 여유가 있는 길 행복과 희망이 있는 길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는 길 이처럼 본체體가 너그러운寬 길 이런 길에 쉬운 것이 무엇이며 어려운 것은 또 무엇일까 그래서 썽찬은 읊는다 무이무난無易無難이라 쉽다 어렵다가 아예 없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