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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발바르로 갈 것이야.”
발음하기가 아무래도 버거웠던 모양인지, 포그 씨는 더 쉬운 노르웨이어 섬 이름으로 불렀다.
(주: 보니까 이 시절에는 주로 스피츠베르겐이라고 했답니다.)
밤이 되고, 나는 몇 시간쯤 밖을 걸어 다니다가 쾌활한 성격의 한 그리스인 과부를 만났다. 그는 개를 찾고 있었는데, 내가 시계공 가게 근처에서 찾아냈다.
그가 나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 후 우리는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러다가 오타와의 수집가들이 개스타운의 아코디언을 얻으려고 터무니없이 큰 돈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고맙다고 말했고, 그는 미소 지으며 가던 길로 떠났다.
DAY 6
“내 친히 교통편을 마련해 뒀지.”
포그 씨가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하지만 무슈. 그건 제 일인데요!” 내가 외쳤다.
“제 일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요?”
“자네가 우리의 다음 목적지를 들으면 제법 놀라리라고 생각해서.”
그는 이렇게 통보하면서, 신문을 뒤적였다.
“북쪽으로 갈 것이네.”
그는 차 한 잔을 홀짝이고는 말했다.
“아주 북쪽으로.”
“얼마나 북쪽으로요?”
나는 의심을 가득 담아 말했다.
“스미런버그지.”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기 일정표에 표시해 둔 장소를 보여주었다. (밤사이에 이름을 익혀 두신 듯하다.) 물론 확실히 ‘아주 북쪽’이다. 아무래도 ‘매우 매우 북쪽’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군.
어쨌든, 그곳에 간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파모르(Pomor) 족의 사냥용 기구를 준비해 두셨군요. 파모르는 백해(白海) 일대에 사는 민족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Pomors)
......
“그래서, 그 다음은요?”
포그 씨는 눈을 빛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파스파르투, 가끔은 말이야.”
그는 느릿느릿 말했다.
“매듭을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매듭을 실제로 푸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을 수 있네. 때로는 간단하게…잘라 버릴 필요도 있는 것이지.”
나는 중얼거렸다.
“알렉산드로스(Alexandros)의 해법.”
나는 그의 차가운 푸른 눈이 조금 뜨거워진 것이 아닌가 망상했다.
“무슈. 그렇지만 당신이 알렉산더 대왕이라고 한들, 제가 헤파에스티온(Hephaestion)이 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말한 뒤, 나는 너무 주제넘었음을 자책하며 고개를 숙였다. 헤파에스티온은 단순히 알렉산드로스의 장군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친구이며, 경호원이며, 왕의 또다른 자아라 할 수 있지만 나는 그저 시종일 뿐이다.
그러자 포그 씨는 그저 가볍게 숨을 내쉴 뿐, 그러고는 신문을 바스락바스락 넘기며, 곧 출발해야 하니 짐가방이나 챙기라고 명하는 것이었다. 엄청나게 과묵한 그의 습관을 아는 나는 정말이지 감읍할 따름이었다.
음...잘못했다간 분위기 묘해질 뻔했네요...헤파에스티온이 왕의 연인이라는 설도 있어서. ㄷㄷ
고위도에 고공 비행이라 엄청 추운데, 모피 코트를 사길 아주 잘 했습니다. 따뜻하네요. 오전 8시 정각 출발입니다.
출발!
으흥흥...기분 좋으니까 주인님 몸 단장을 해 드리겠습니다.
기분 좋다고 하십니다.
우리가 탄 기구의 기장은 야나 스타로스티나(Yana Starostina)라는, 갈색 눈썹이 인상적인 여자였다.
유빙만이 휘돌고 완전히 황량한 불모지를 상상하고 있던 나는 그에게 물었다.
“스메이런뷔르흐는 대체 어떤 류의 정착지인가요?”
기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 같은 사람이 자기 정신을 바짝 잡고 있어야 하는 그런 곳이죠.”
그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무법지예요. 그리고 당신과 당신 주인은 보니까…품위 있는 분들 같군요.”
나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조금 내밀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대단히 기쁩니다, 마담!”
스타로스티나 기장은 억지웃음을 지었다.
“취하지 말고, 최대한 싸움은 피하세요. 그러면 확실히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때 항법사실에서 기장을 불러 그는 돌아갔고, 그래서 나도 객실로 돌아와 쉬었다.
DAY 7
기구는 차가운 대기를 지날 때 더 빠르게 움직이는 듯했다. 기구 아래로는 얼음 같은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런 모습을 이토록 생생히 보게 되다니 대단히 놀랐다. 물로 뛰어드는 짐승들, 빠르게 헤엄쳐 가는 물고기 떼. 그리고 고래가 올라와 꼬리로 바다를 철썩 치는 모습을, 적어도 한 번은 보았을 것이다.
나는 기장에게 이 북방에도 사람이 많은지 물었다. 그는 웃었다.
“서로 말싸움을 할 정도는 충분하죠.”
그가 말했다.
“아니, 충분한 정도 이상이죠.”
그 후 기구는 좀 더 아래쪽으로 가라앉았다. 우리는 착륙하면서 포경선이 피 흘리는 레비아탄(leviathan)을 끌고 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메이런뷔르흐 SMEERENBURG
세상에...더 큰 도시에도 없는데, 이런 곳에 은행이 있습니다. 배경을 봤는데 뭐 정확히 어디를 표현한 것인지 그림을 봐서는 모르겠습니다. 얼음 산하고...하여간 황량합니다.
스메이런뷔르흐는 네덜란드인이 포경 기지로 삼으려고 만든 개척지입니다. 포경선이 몰려서 산업이 제법 커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아직 네덜란드령이라고 할 수는 없는 곳이네요. 20세기 들어 제도가 노르웨이령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장부터 보고 은행에 갑니다.
오타와에서 인기라는 가죽이 여기 있는데, 막상 여행 가방은 팔지 않네요. ㅡㅡ...
스카프는 먼지 많은 곳에서 사용하는 세트의 일부입니다.
오후 12:15
포그 씨가 그의 장부를 들여다보고는 말했다.
“내 생각에는, 은행에 방문할 필요가 있네. 파스파르투.”
왜 포그 씨는 몇 번 겪어 보고도 딱 4000 파운드만 들고 온 것일까?
나는 은행을 둘러보았다. 마치 석조 궁전 같은 모습으로, 바닥에는 번쩍이는 대리석이 깔려 있고 아름다운 창과 분수, 식물이 함께 있었다.
“인출하시겠다고요?”
은행장이 말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겁니다.”
“천 파운드를 내 주시오.”
내가 말하자, 그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절차인데, 먼저 런던에 연락을 넣어야 합니다. 내일 다시 답을 드리겠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사과했다.
은행을 떠나면서 포그 씨는 말했다.
“항상 그렇듯이, 처리할 시간이 조금 필요하니까.”
스메이런뷔르흐 어디를 가도 악취가 진동했다. 냄새는 석탄 때는 연기와 뿜어져 나오는 김에 함께 뒤섞여, 불쾌하고 끈적하고 우울하고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름진 음습한 독기(毒氣)를 이루어 온 정착지에 퍼졌다.
나는 포그 씨를 향해 기침하고 캑캑거렸다. 우리를 이 구린내 나는 곳으로 인도한 책임은 그에게 있으니까.
“고래입니다.”
근처에 있던 한 친구가 점잖게 끼어들었다. 그는 핀란드 억양이 들어간 영어를 구사했다.
좀 미개한 곳이라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외관상 문명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며, 나는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는 주위에 있는 구리 솥 몇 개를 가리켰다. 여러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데, 그 굴뚝과 이어진 벽돌 오븐 위에 솥이 올라가 있었다.
“고래 지방을 정제하는 겁니다. 기름과 연료를 얻기 위해서죠. 냄새에는 곧 익숙해지실 겁니다.”
나는 내 소개를 했고, 그는 나와 악수를 하였다. 하지만 이런 만남에는 별 관심이 없는지 습관처럼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비티 요키넨(Vitti Jokinen)이오.” 그가 말했다.
“물개 사냥꾼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밀수꾼도 아닌 것 같고.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세계 일주를 하고 있지요!”
라고 내가 말은 했지만, 아마 그 단어가 주는 만큼의 희열이 담긴 어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오, 그럼 모험가시군요?”
그의 말꼬리에서 짙은 경멸이 묻어났다.
“아마 당신들이 지질학자일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궁금해진 내가 물었다.
“지질학자를 자주 기다립니까? 가망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요. 이런 곳에서는.”
“여기는 북극이오.” 그가 어깨를 다시 으쓱였다.
“사냥꾼과 모험가 다음으로 흔한 것이, 과학자란 종자지요.”
“그럼 당신의 목적은 뭡니까?”
그는 미소를 짓더니 옷깃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백합 모양의 동제 핀이 털가죽 위에서 금속 광택을 내며 달려 있었다.
“발명가(Artificer)입니다.”
“여기에, 조합 기지가 있다고요?”
“아니, 그건 비르고함나(Virgohamna)에 있소. 근처요, 여기서 조금 가면 나오는 곳이지. 나도 북극 탐사로 여기 온 거요. 공교롭게도 말이야.”
그는 격식 없이 말했다.
그 말을 듣자 포그 씨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렇군.”
그가 발언했다.
“이보게 자네, 내가 한 잔 대접해도 되겠나…여기서 마실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좋네.”
나는 아연실색하여 주인님을 쳐다보았다. 그가 ‘현지인’에게 직접 관심을 표명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인지라.
주인님은 애당초 북극 일주를 할 생각으로 이 북쪽까지 올라온 것인가? 그렇게 단숨에 내기를 끝내 버리려고? 그렇게 무모하게 굴기에는 너무 합리적인 사람인데…아니었나? 하기야, 이 모든 여정이 그의 무모함의 발로가 아니면 무엇이었단 말인가? 주인님은, 결국 완전 미친 도박꾼이었어!
“파스파르투,” 그가 말했다.
“가서 재미있는 시간 보내게. 이따 돌아가도록 하겠네.”
그 말과 함께, 그는 요키넨 씨를 데리고 사라졌다!
DAY 8
주인님 없이 나는 이 추운 도시에 홀로 남겨졌다. 나는 자갈 깔린 길을 지나고 증기가 뿜어져 나와 따뜻해진 골목을 걸어 다녔다. 나는 아주 노련하게 고래 뼈에서 살을 발라 내는 남녀 무리를 구경했고, 부두에서 오들오들 떠는 매춘부들과 편안하게 수다를 떨기도 했다. 한 선술집에서는 말싸움이 붙을 뻔했는데,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도 나는 북극에 관한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실재하는 여느 장소와 마찬가지로, 그곳을 향한 동경도, 신화도 존재한다. 많은 사람이 그런 것을 찾다가 죽었다. 빙원(冰原)이나 적막한 바다 한가운데에서 죽거나 오랜 세월 실종되었다는 말이다. 그들은 썰매 개를 먹고, 죽은 친구의 시신을 먹고, 마침내는 얼어붙은 황야에서 자기의 영혼까지도 내려놓고 만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주인님이 돌아왔다. 뺨이 대단히 붉게 달아오른 채로.
“파스파르투.” 그는 여태껏 본 적 없는 수준으로, 느릿하고 불분명하게 말했다.
“북극으로 갈 걸세!”
“따뜻한 물을 준비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이외에 다른 할 말이 무에 있겠는가?
아침이 되어, 포그 씨에게 경로 설명을 들었습니다. 하...구불구불한 것이 깝깝하네요.
쇄빙선일 줄 알았더니, 아이스워커(Icewalker)랍니다. 뭘까요? 얼음을 걷는 배인가. 그나저나 하트 깎이는 거 보세요. 얼어 죽겠습니다. 코트를 사 놓지 않았다면...끔찍하군요.
......
“곧 출발이니 서두르게.”
포그 씨가 말했다. 하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지, 어제 일을 하나 잊어버린 모양이다. 그에게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지적했다.
“하지만, 은행은요?”
다음 이야기: https://cafe.daum.net/Europa/2oQs/17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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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북극점...ㅎㄷㄷ...
아우다를 잃고 눈보라를 얻었다
아우다 ㅋㅋ 보고 싶습니다...ㅠ
지구를 한 바퀴 도는 2번째로 추운 방법
ㅋㅋㅋ 살려주세요...
저 추운 곳을 건너야 한다니 파스파르투가 참 불쌍 ㅠㅠ
살려주세요!!!
(사실 되돌아갈 방법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