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mayfly] 날개가 레이스 모양이며, 날아갈 때 갈라진
가느다란 꼬리가 뒤로 늘어지는 우아하게 생긴 곤충. 하루살이
라는 이름은 이들의 인생이 매우 짧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성충은 겨우 몇 시간 또는 며칠밖에 살지 못한다..."(생략)
-21세기 웅진학습백과사전 17권 발췌-
눈이부실만큼 짧은 인생... 온힘을 다해 삶은 완성하고 사라지는
작은 생물들...
하지만 하루살이가 하루를 살아도 행복한 이유는
서로를 믿어주는 좋은 친구가 있기 때문이래요.
나에게 니가 있는 것처럼...
#01
"야야, 우리 주말에 노래방갈까?"
"그래! 아참참, 나 뽀샤시사진도 찍고싶어."
"나 싸게 해주는데 알아! 아으아..; 아직도 수요일이야? 대체
토요일은 언제오니?!"
평범한 여고생들의 대화. 모든 고등학교의 아무 교실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대화들이다.
내 인생 18년. 스트레이트로 달려온 평탄한 인생!!
좋은 친구들도 많고 가정 탄탄하구 성적도 꽤 되구.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내 인생은 활짝 열린문이라구~
"잎파리!!!!!!! 매점가자!"
.................이 자식만 없다면 말이야...ㅡ_ㅡ+
어렸을때 사고 많이 쳤을 것 같은 인상의 남자아이가 우리반으로
대뜸 들어와서는 내 팔을 확 잡아 끌었다.
"왜, 왜이래?! 난 가기싫어! "
"세상에, 매점을 싫어하다니!! 니 머리에 뭔가 문제가 있나보다. 가자!"
왜 싫긴...... 가면 항상 내가 돈내니까 그렇지! ㅠ0ㅠ
나는 안따라가려고 교실문을 붙잡고 안간힘을 써댔다.
"어? 잎파리... 너 힘이 꽤 세졌는데!? 우이씨...우이씨!!!!!"
그 자식은 나를 교실문에서 떼내려 있는 힘을 다써댔다.
내가 아무리 팔힘이 좋다지만 남자아이를 이길 수는 없다.
결국 복날 개끌려가듯 매점으로 어기적 어기적 걸어가게 된 나...ㅡ_ㅜ
"야! 너 나 잎파리라고 부르지 좀 마!"
"왜? 그렇게 부르는게 편한데."
"잎파리라 그러면 성이 '이'고 이름이 '파리' 같잖아!!! ㅠ0ㅠ"
"걱정하지마. 그런 귀 삐꾸인 녀석들은 내가 혼내줄께."
......ㅡ_ㅡ+++ 니가 더 삐꾸다...;
이 어처구니 없는 녀석! 내 이름을 그렇게 모욕하지마...ㅠ_ㅠ
이쯤에서 여러분들은 궁금해 하실 것이다. 내가 왜 잎파리라고 불리는지.
(아니라고 하지 마시길. 민망함...-_-;)
내 이름은 잎새다. 윤.잎.새...;
울 엄니 태몽이... 엄마가 방안 흔들의자에 앉아있는데 창문을 통해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고... 천창에서! 녹색 잎 하나가 팔랑~ 팔랑~ 팔랑~~ 떨어
지다가 엄마 배위에 살포시 놓여졌다나 뭐래나...-_-;
그래서 내 이름이 졸지에 잎새가 되버렸다.
그래, 뭐. 나도 내 이름 맘에 들어! 시적이고 뭔가 분위기 있어 보이잖아?
그치만, 이 자식아! 그따구로 바꿔서 부르면 이미지 다 깨지잖아....ㅠ0ㅠ
저노마는 유치원때부터 나와 소꿉친구였던 왕뺀질이. 정.하.루.이다.
저 녀석 이름도 한특이함 한다. 저 자슥이름은 또 왜 저러냐?!
나도 모른다. 하루어머니께 물어보시길. 태몽에서 하루살이를 보셨나?-_-;
"너 자꾸 그러면 내가 너 하루방이라고 부른다!?"
"응. 나 하루방 좋아해. 그 심오한 무표정이 뭔가 의미심장해 보이지 않냐?"
"............-_-;;;;;;"
결국 매점까지 끌려간 나. 초등학생이 고등학생에게 삥뜯기듯이
하루에게 음료수랑 빵 하나를 사주고 말았다.
우윽... 이 빈대같은 자식.ㅡ_ㅜ
하루는 의자에 앉아 빵과 음료수를 와구와구 먹어대며 씨익 웃었다.
어후, 저 뺀질이...;
하루는 나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남자라는 느낌이 안드는 녀석이다.
사실 이노마와는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이라 볼거 안볼거 다
본 사이다///∇/// (☜수줍음의 의미는?)
"야, 좀 쉬면서 먹어라. "
"이게 나한텐 쉬면서 먹는거야."
무슨... 그지가 따로 없구만...-_-;
"근데 너 그 과학포스터그리기 대회인가 뭔가는 어떻게 됬냐?"
"선생님이 오늘이나 낼 결과 갈켜준다 그랬는데... 아직 안부르시네."
"너 입상하면 한턱 쏴라!"
"웃기네...-_-+"
그렇다. 나는 약 2주 전 학교대표로 동작구 과학포스터그리기 대회에
내 그림을 제출했다. 정말정말 할줄 아는거 별로 없는 나...;
그나마 잘하는게 그림그리기랄까?!
울 엄마도 미대나오셔서 지금은 화랑을 운영하고 계시고
울 아빠는 건축디자이너... 한마디로 미술 집안이다.
방과후, 나랑 같은반 친구 효민이와 학교앞에서 헤어진 후 집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갔다.
"잎파리!!!!!"
"너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같은 방향인데 같이 가야지!"
씹혔다. 으어! 이 정하루 자식! 이 놈과 같이있음 입운동과 엘돌핀
생성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없다.
우리가 치고박고 티격태격 싸우는걸 남들이 본다면 사귀는 사이구나~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흥!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금촌댁네 사람들 정선희 버전)
사실 고등학교 올라와서도 우리 둘이 사귄다고 소문이 났었지만
둘이 하고 노는꼴이 하도 추하고 유치하다보니 소문이 점차 사라지드라...;
아파트 단지안으로 들어온 우리 둘.
하루는 우리 앞동에 산다. 대충 잘가라고 인사를 해준 다음 집으로
들어왔다.
텅텅 비어있는 우리집에 들어선 나는 냉장고를 뒤져 허기진 배를 채운담
컴퓨터를 했다.
멜확인하고 스팸멜 지우고 카페 돌아다니고... 여기저기 쑤시도 돌아다니
다 보니 저녁때가 다 되어 있었다. 엄마가 올때가 됬는데...
띠리리리리리리리리리♬♪♬♪♬♪♬♪♬♪♬♪♬♪
그때 충전기에 꽂혀있던 내 폰이 열심히 울렸다.
"여보세요?"
[잎새야!]
"또 뭐 부탁할라구? -_-++"
하루다... 이자식은 꼭 나한테 뭐 부탁할일이 있을때만 내 이름을
제대로 부른다.-_-;
[우리집에 밥이 없어! 와서 밥 좀 해줘! ㅠ0ㅠ]
"미친! 내가 니 식모냐?! 하진이도 있잖아!"
[그 지지배 친구네서 밥 먹고온데...ㅡ_ㅜ 집에 암두 없고... 배고프고...]
.....ㅡ_ㅡ;; 제길... 맘 약한 나... 흔들리네...;
[누나아아아~ ㅠ0ㅠ]
"........-_-; 아 그래그래! 간다, 가!"
나는 핸드폰을 탁 닫고 집을 나섰다. 앞 아파트로 가서 7층을 누르고
하루의 집에 도착한 나...
하루가 화아아알짝 웃으며 날 반겼다.
"환영해!! 나 열라 배고파!"
"기다려봐. 냉장고에 뭐 있나 좀 보자."
나는 어렸을때부터 하루네 집을 수천번씩 들락날락거렸기 때문에
이 집 구석구석 다 꿰고 있었다.
냉장고 정리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반질고리가 어디있는지, 응급구조
박스가 어디있는지... 하다 못해 나는 하루의 여동생 하진이의
비밀일기장이 어디있는지도 알고있다.-_-;
나는 계란 두개와 밥, 간장, 소금, 참치를 꺼내 참치김치볶음밥을
만들 준비를 했다. 나를 뒤에서 빤히 보고있던 하루가 말했다.
"나 샤워 좀 하고올께."
"어! 가긴 어딜가?! 도와야지!ㅡ0ㅡ+"
"땀나서 찝찝해. 금방 나올게!"
그렇게 말하고 나서 하루는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집안에 남여가 둘뿐인데... 남자가 샤워를 하고있다!!!!!!!!!
좀 수상쩍어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 사이에는 그런거 전혀
없다. 그 넘도 날 여자로 안보고 나도 그 넘을 남자로 안본다.
한참 계란과 참치를 익히고 밥과 함께 볶으려는 차...
목욕탕안에서 흘러나오는 하루의 노랫소리...
"내 몸엔~♬ 때가 너무도 많아아아아 서! 때수건... 쉴 곳... 없!네!♪♪"
.............-_-;;;
조성모씨에게 하루를 대신해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다.
계란볶음밥이 다 만들어졌을쯤 하루는 목에 수건을 걸고 부엌으로
걸어왔다.
"오우! 냄새 죽이는데!!!!!"
"잎새표 참치김치볶음밥이다."
"잘먹을께~ ^0^"
하루는 그렇게 말하고 군대에서 쓰는 국자같은 숟가락으로 볶음밥을
푹푹 퍼먹기 시작했다.
철컥!!!!
그때 문따는 소리가 들렸고... 하진이가 밝게 웃으며 들어왔다.
"어! 잎새언니왔네?! 또 오빠 밥해준거야?!?!"
"니 오빠가 굶고있는게 하도 딱해서 말야."
내 말에 하루는 뻔뻔스럽게 베시시 웃고는 볶음밥을 아예 마시듯
다 먹어버렸다.
"으앙! 오빠 다 먹어버림 어떻게해?! 나도 볶음밥 먹고싶은데..."
"너 밥먹고 온대매?!"
"그래도 잎새언니 볶음밥은 맛있단 말이야!"
이집 남매 식성? 죽여준다...-_-;
"하진아, 언니가 또 해줄께."
"우흑! 역시 언니 뿐이야~~!"
나는 다시 계란 두개와 밥, 간장, 소금, 참치, 옵션으로 스팸햄도 꺼내
다시 볶음밥을 만들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후 나는 '속히 집으로 귀가하거라, 딸아' 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하루네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나는 간다, 동무들~"
"언니, 오늘 저녁 진짜 고마워!"
"어, 같이 나가. 나 슈퍼가야돼."
그래서 하루와 나는 함께 아파트를 나섰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다음 하루가 내게 말했다.
"슈퍼 같이 갈래?"
"뭐 사줄라구?"
"그러지 뭐! 밥도 해줬는데."
"우힛~^^"
그래서 우리는 함께 슈퍼로 향했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울 아파트 단지 중앙에 있는 커어어어다란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엄청시리 큰 소나무... 아파트회사에서 보기좋으라고 심어놓은 나무이다.
근데 이 나무에는...; 하루와 내가 어렸을때 저지른 범죄가 숨어있다.
나무 가까이 다가가자 기둥에 써져있는 작은 글자가 보였다.
'잎새랑 하루랑'
저게 아마 6학년때 해논거지?! 둘이서 맥가이버칼 들고 야밤에
밖으로 나와서 나무에 칼빵해주기...;; 나무야 미안....ㅠ0ㅠ
암튼, 걍 심심해서 한 짓이었는데 다 팠을때쯤
경비 아저씨한테 걸려서 뒈지게 혼나구...ㅡ_ㅜ
하루가 나무에 쓰여있는 글자를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이거 평생 안 없어지겠다."
"니가 하도 깊이 박아서 그렇잖아."
"나무야, 미안..."
............-_-; 우리는 친구였다.
암튼 난 하루가 사준 과자를 들고 집에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응. 어서와라. 잎새야! 이리와서 이 그림 좀 봐!"
엄마는 소파에 앉아 액자 하나를 들고 뚤어져라 보고계셨다.
나는 엄마 옆으로 다가가 액자를 쳐다보았다.
물감이 어지럽게 늘어져있는 화려한 그림이었다. 대체 형체를 알아볼 수
가 없다. 작품성 어쩌고 하겠지만 난 아직 그런거 모른다.
엄마가 감탄하듯 말하셨다.
"멋지지 않니?!"
"......으음... 누구 그림이야?"
"엄마 그림."
"............-_-; 나 들어갈께."
울 엄마 특기. 자신이 그린 그림에 도취되기.
그래도 울 엄마는 디자인공모전이나 그림대회에서 상도 많이 휩쓸었고
요즘엔 대학교에 가끔 초대강사로 강의하러 가시기도 한다.
첫댓글 짱재밋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