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농구판에서 강동희(48) 전 동부 감독의 이름 석 자는 사실상 사라졌다.
그
는 작년 3월 구속 수감돼 감옥에서 10개월간의 실형을 살았다. 2010~2011시즌 KBL(한국농구연맹) 정규리그 막판에 인터넷
도박 사이트의 브로커 두 명에게서 4700만원을 받고, 주전 대신 후보 선수들을 기용해 4차례 승부를 조작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였다. 의정부지법으로부터 징역 10개월과 추징금 4700만원을 선고받았던 강 전 감독은 지난 1월 만기 출소했다.
올해 1월 출소 후 가까운 농구계 선후배, 지인들과 만남
강
동희 전 동부 감독은 팀이 2010~2011시즌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하고 나서 치른 8경기 중 4경기에서 승부조작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브로커 일당은 강 감독에게 돈을 건네면서 10% 정도를 용돈 명목으로 받아 해당 경기의 스포츠토토를 사는
방법으로 승부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감독은 작년 8월 실형이 확정되자 항소를 했다가 “남은 기간 자숙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항소를 취하했다. 끝까지 항소했더라면
실형 기간이 2~3개월쯤 줄어들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강 전 감독은 자신의 이름이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까 봐 부끄러워
항소를 포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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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희 감독이 작년 3월 11일 밤 경기도 의정부지방검찰청을 나서 의정부교도소로 향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프로농구 승부조작 혐의로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에 대해 청구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뉴스1
그는 작년 9월 KBL로부터 영구제명당했다. KBL 재정위원회는 상벌규정
제24조(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부정, 담합, 매수행위, 농구체육진흥투표권 구매 금지)를 징계 근거로 삼았다. 이에 따라 강 전
감독은 KBL이나 프로 농구단, 대한농구협회 등 농구 관련 단체에선 일할 수 없게 됐다. 강 전 감독은 지난 1월 출소하고 나서 한동안 두문불출하다 가까웠던 농구계 선후배나 지인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가끔 골프 모임을 갖기도 했다. 여전히 공식적인 자리엔 나타나지 않는다. 그
는 승부조작에 연루되기 전까지 농구계에 ‘적’이 없었다. 사람 됨됨이가 부드럽고 친화력이 뛰어난 호인이었다. 많은 농구인은 강 전
감독이 승부조작에 휘말린 이유도 주변 사람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탓일 것으로 본다. 강 전 감독이 제명될 때 KBL
총재는 한선교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었다. 한 전 총재는 지난 6월 말 3년 임기를 마치고 사퇴하면서 “강동희 감독의 승부 조작
연루 사건이 가장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한 전 총재는 요즘도 강 전 감독의 얘기가 나오면 안타까워한다. 역대 최고 포인트 가드라는 명성과 자존심에 큰 상처 강동희 전 감독에 앞서 축구, 야구, 배구에서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 60명이 영구제명됐다. 그러나 4대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현역 감독이 승부조작으로 구속되기는 강 전 감독이 처음이었다. 스포츠계 전체에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강
전 감독은 현역 시절 ‘코트의 마법사’로 통했다. 역대 한국 농구의 포인트 가드 계보를 따질 때 첫손가락에 꼽힌다. 프로 원년인
1997년 기아 소속으로 뛰며 팀의 정규리그·챔피언전 통합 우승에 앞장섰다. 정규리그와 챔피언전 MVP(최우수선수)를 차지했다.
시즌 어시스트 1위를 4번 했다. 강
전 감독 이후 이상민(42·현 삼성 감독), 김승현(36·은퇴), 김태술(30·KCC)이 국내의 대표적인 포인트 가드로 이름을
날렸다. 이들의 나이 터울에 빗대 ‘6년 주기설’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6년에 한 번씩 걸출한 포인트 가드가 나타났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강 전 감독은 경기를 보는 눈, 창의적인 패스, 슈팅 능력 등 포인트 가드에게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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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농구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이 작년 3월 8일 새벽 소환 조사를 마친 뒤 경기도 의정부지검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강 전 감독은 지도자로 변신한 다음에도 챔피언전 준우승 두 번을 일궜다. 동부
사령탑이던 2011~2012시즌엔 역대 한 시즌 최다승(44승·10패), 최다 연승(16연승) 기록을 썼다. 특히 그가 고안한
정교한 수비 전술은 ‘질식 수비’로 불렸다. 강
전 감독의 명예는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물거품이 됐다.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직업’을 잃긴 했어도 그에게 돈은 문제가
아니다. 강 전 감독은 수도권에 중식당 하나를 소유하고 있다. 한때 동업 형태로 한식당 운영에도 관여했다가 손을 뗐다.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엔 부인이 가계를 돌봤다. 중식당은 인기가 많아 장사가 잘된다고 한다. 그가 한식당 사업을 하다 자금난에 시달려
승부조작에 손을 댔다는 추측성 보도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농구계 ‘백의종군’ 할 수 있을까? 강
전 감독은 승부조작이라는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 농구계에 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강 전
감독의 한 농구 선배는 “외국의 농구 불모지에 가서 농구를 전파하는 봉사활동을 한다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크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는 조언을 했다. 강
전 감독의 재능을 아까워하는 농구계 인사는 많다. 조심스럽게 그를 다시 끌어안을 길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강
전 감독의 자세가 중요하다. 그는 아직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두려워하고, 자숙의 시간을 더 갖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감독은 언제쯤 ‘농구인’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