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편: https://cafe.daum.net/Europa/2oQs/17144
(02)편: https://cafe.daum.net/Europa/2oQs/17146
(03)편: https://cafe.daum.net/Europa/2oQs/17148
(04)편: https://cafe.daum.net/Europa/2oQs/17150
(05)편: https://cafe.daum.net/Europa/2oQs/17156
DAY 15
오전 00:10
“이런 개망나니 같으니! 멍청하긴!”
내가 눈을 떠 깜박이자, 메젠스키 씨가 소리를 빽 질렀다.
“나는 그저 해치를 닫으려고 한 거야. 그놈에게 작살을 또 쏠 필요가 없었다고!”
그의 의도를 듣고 나는 조금 놀랐다.
“…음, 어쨌든 죽진 않았잖아요.”
“당신이 한 짓을 몰라? 자살행위였다고! 망할 민간인!”
그의 뺨을 보니 퍼렇게 부어 있었다.
“다음에는, 작살은 작살잡이한테 맡기시오!”
“그런데, 고래는 잡았습니까?”
“당연하지! 운 좋게도 제대로 들어갔소.” 메젠스키 씨는 상욕을 내뱉다가, 내 손을 잡고 악수했다.
“더 뭘 할 생각은 마시오.” 그는 방에서 나가기 전에 한마디 덧붙였다.
“당신이 바보 멍청이라는 생각은 변함없으니까.”
그의 험악한 언사에도, 그의 몸짓에서 따뜻함을 느낀 나는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아이스워커는, 그때도, 계속 전진하고 있었다…….
짜잔! 이렇게 끝날리가 있나요. 메젠스키 씨가 구해주었나 봅니다. 얼굴을 다쳤나 봐요. 운 한 번 끝내주게 좋은 파스파르투...오늘은 그냥 기절합니다.
어제의 교훈: 엄마가 나대지 말라시면 나대지 말자.
DAY 16
이제 좀 움직일 정신이 듭니다. 포그 씨 수염 깎아 드리고, 밖에 나갔다 와야죠.
......
아이스워커 뒤쪽에서 기계 집게 몇 대가 나오더니 물에서 고래 사체를 집어 올리고는 입으로 내장을 빼냈다. 발명가가 말하기를 북쪽으로 더 올라가야 해서 연료로 만들 거라고 한다.
나는 조금 더 다가가서, 작업장 위쪽의 철제 통로에 서서 지켜보았다. 아무래도 아이스워커 자체가 고래를 소모하는 듯했다. 거대한 관로(管路)들이 고래 사체를 뚫고 지나며, 고래기름을 꿀럭꿀럭 흡입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쪽에서는 긴 칼날이 윙 소리를 내며 고기에서 고래 지방을 썰어 내고 있었다.
선원들이 지방을 구리 솥으로 날라서 선체 바닥으로 난 구멍에 던졌다. 아래에는 가마가 있어서, 연기가 맹렬히 피어올랐다.
이 배는 기계 도살장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피에 흠뻑 젖은 그로테스크한 상상에 빠졌다. 선실로 돌아온 밤에도 그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고, 그 기름과 피 냄새는 꿈속에서까지 나를 쫓아왔다.
DAY 17
뭔가 이상한데? 수요일 도착이라지 않았나요. 일단 대화를 시도합니다.
“요키넨 씨!”
“아주 좋은 아침이구만, 파스파르투!”
“지금쯤이면 도착하기로 한 것 아니었나요?”
내가 물었다.
“아무도 간 적 없는 곳에 가는데, 계획이 조금 늦어질 수도 있는 거지?”
그는 별 문제 없다는 투도 대답했다.
“이 기계는 빠른 게 장점 아니었습니까?”
“미지 탐사는 이동 속도가 빠르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오. 아이스워커는 기동이 민첩하다는 게 진짜 장점이지.”
“그렇군요. 그나저나 아무도 간 적이 없다…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데. 도달하면 연구 외에 따로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까?”
“죽을 일 있소? 까딱하면 북극곰과 쇠오리 밥으로 전락할 마당인데.”
“참고로 우리 목적지는 자북(磁北)이에요. 진북(眞北)이 아니고.”
유호 양이 끼어들었다. 그 뒤로는 특별히 북극에 관해 물을 이야기가 없었고, 혹시나 하고 다른 이동 경로를 다시 물어 봤지만 역시나 소용이 없었다.
포그 씨는 발명가들 사이에서 조용한 사람으로 계속 남아 있었다. 정말이지 신비한 능력이다. 정말 부럽다. 여러분, 나도 저리 쉽게 평온을 찾을 수 있다면!
궁금증을 갖고 찾아온 연구원은 이제 갓 스물이나 됐을까 싶은 젊은이였다. 잘 생겼고 푸르스름한 눈을 지닌 사람으로, 보아하니 기상학 분야에 비상한 실력을 지닌 듯했다.
나는 그가 주인님을 보는 모습이 그리 좋지 않아서, 그가 사람들과 하는 놀이를 보러 접근했다. 과연 그는 주인님에게 어떤 속셈이 있었다. 그가 무언가 숨기면서 눈썹을 파들파들 떠는 모습과 수압계(水壓計)에 관한 불분명한 은유를 던지는 것을 보니 분명했다.
나는 그 발명가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그 게임이 끝날 때까지 눈도 거의 깜빡이지 않았다. 그는 느끼하게 웃고는 자기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사라졌다.
잘 준비를 마친 후, 포그 씨는 나를 오래 쳐다보았다. …설마, 멍하게 있었던 건가?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아 자꾸 분위기 이상해...뭔가 몰아가려는 느낌...
DAY 18
“아, 여기 있었구만, 파스파르투!”
요키넨 씨가 활짝 웃으며 튀어나와서 나는 깜짝 놀랐다.
“이따 오후에 나하고 기구 타러 갈 생각 없소? 기상 관측을 좀 할 건데, 실은 그 핑계로 소풍 가는 거라서.”
이 무료함을 깨고 싶던 나는 열렬히 환영했다.
한 시간 뒤, 우리는 줄사다리를 타고 선체에 매달린 기구로 올라갔다. 나는 덜덜 떨면서 아래를 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한참 높이 올라가면서, 나는 지난번 포경 자이로콥터에서의 끔찍한 추락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요키넨 씨는 훌쩍 곤돌라로 들어가서는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고 올라갔지만, 내가 무릎으로 그의 긴 코트 단을 찍는 바람에 둘이 함께 구르고 말았다.
“정말 죄송합니다, 무슈!” 나는 수치심에 떨며 외쳤다.
나와 함께 일어선 그는 웃더니 나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비티(Vitti)라고 불러도 좋소. 어? 이쯤 됐으면 서로 알 만큼 알잖아.”
그는 잠깐 자리를 옮겨 밧줄을 풀고 장비를 설치했다. 그동안 나는 점심으로 가져온 고래고기와 오트밀을 안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예쁘게 깔아 두었다. 심지어 나는 작은 수지 양초까지 슬쩍 집어 왔다. 문명의 향기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그 후 나는 전망대로 가서 난간에 있는 비티와 함께했다. 희뿌연 안개 속으로 짙은 연기를 뿜어내는 거대한 아이스워커가 보였다. 우리는 끝없는 하늘 가운데 매달렸다. 잠깐이지만 평온한 시간이었다.
“고맙습니다.” 작은 소리로 내가 말했다.
비티는 부끄러운 듯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따뜻한 아래로 피해서 멋진 점심을 즐겼다.
DAY 19
오늘은 점심시간에 아이스워커 조종사가 일등항법사 얼굴에 호로딸기 파이를 던졌다. 내가 우리 식사 친구들에게 사랑싸움이 났다고 한 것을 제외하면, 그 외에 돌려 말한 것은 전혀 없다. 아, 조종사와 일등항법사는 그냥 친구이다.
하…….
나는 뻔뻔하게도 두 여인의 싸움을 엿들었다. 핵심은, 우리가 정상 경로에서 몇 도 틀어진 것 같다는 것, 그래서 그들이 서로를 비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상 경로가 있었다고?”
나는 작게 중얼거렸지만, 그들의 주의를 사기에는 충분히 큰 소리였다. 일등항법사가 불타는 시선을 내게로 돌렸다.
“당신은 우리가 그냥 나침반이나 보고 ‘가자, 북으로!’ 하고 가는 줄 아나요?”
“아니, 아니.” 금방이라도 터져 나오려는 그의 분노를 막으려고 서둘러 말했다.
“절대 아니오.”
일등항법사는 조종사에게 해도 묶음을 던졌다. “보라고! 하고 싶으면 다시 확인해 봐! 나는 제대로 알려 줬으니까.”
“나도 네 지시대로 정확히 했다고!” 조종사는 그 해도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그럼 이걸 뭐 어쩌자는 거야?” 항법사가 팔짱을 꼈다.
“대답해 봐!”
“어쩌면 방해 공작이 있었는지도.”
내가 추측하자, 소름 끼치는 적막이 주위를 감돌았다. 나는 발을 꼼지락거리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았다.
“여기 있는 건 우리 단원뿐인데.” 조종사가 느리게 말했다.
“그럼, 우리 중 한 명이라는 겁니까?”
“오, 나야 모르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가능성을 제시했을 뿐.”
“서로에게 손가락질하지 말자.” 일등항법사가 선언하고는 화해의 의미로 손을 내밀었다. 조종사가 그 손을 잡았다.
“지혜를 모아 보자.” 조종사가 한 마디 덧붙였다.
“전진해야지.”
DAY 20
오늘은 이 계획에 없던 우회 기동을 조사해 보았지만, 쓸만한 것은 거의 알아내지 못했다. 항해도를 지키는 사람은 없었고 잠금장치도 없었다. 각종 장비는 워낙 정교하고 복잡해서, 그 누구도 쉽사리 오작동을 유발할 수 없었다.
나는 소문을 캐 보기로 했다. 일등항법사는 브리튼 출신이다. 어릴 적에 모 백작과의 염문이 난 적이 있다고 한다. 조종사는 자기 선실 한쪽에 몰래 청포도를 숨겨 모은다고 한다. 무해한 사실로, 가치가 거의 없었다.
......
킁킁...사건 냄새가 나는데...조금 더 알아봐야 하나...
DAY 21
주인님을 꾸준히 관리해서 하트가 아주 높은 상태죠. 북극 별 것 없네요. 지체가 많이 돼서 걱정일 뿐.
흡족해 하시는 주인님.
......
별 볼 일 없는 하루였다. 발명가 한 명이 실수로 거미 모양의 자동기계 포장을 푸는 바람에, 아랫갑판 선원 전체가 소개(疏開)했다. 우리는 계속 얼음을 가로질러 나아갔다. 그 외에 무슨 말을 할 거리가 있을지 모르겠군.
DAY 22
인사나 하려고 항법사실을 기웃거렸다. 조종사는, 평소대로 일등항법사와 불꽃 튀는 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파이라도 가져올까요?” 내가 제안했다.
두 사람이 불꽃을 튀기며 나를 바라보았다.
“2도 30분 어그러졌어요. 또.”
일등항법사는 어찌나 이를 갈던지,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
“내게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요!”
“물론 있을 수 없으시겠지.” 조종사가 으르렁댔다.
“완, 벽, 한, 분이시니까. 안 그래, 카밀라(Camilla)?”
“그러면 역시 방해 공작?”
나는 두 사람의 싸움을 막을 수 있을까 싶어 끼어들었다.
“그건 절대 아니거든요! 극점 가까이에서는 장비를 믿을 수가 없어요.”
그러자 일등항법사는 빽 소리를 지를 준비가 끝난 듯했다.
“너 그럼, 내가 그런 자기(磁氣) 간섭도 계산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이…돼지 같은 게!”
나는 그들 가운데로 끼어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일등항법사가 조종사에게 주먹을 날리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너무 늦어서, 나는 바닥을 구르고 말았다. 충격으로 머리가 아찔했다.
“세상에!”
일등항법사가 공포로 하얗게 질렸다.
“어쩌면 좋아! 정말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으. 괜찮소.”
나는 꾹 참고 미소를 지었지만, 곧 찡그리고 말아 별 소용이 없었다.
나는 잔뜩 사과를 받았고, 항법사가 나를 선실로 데려다주었다.
DAY 23
운 좋다고 한 것, 북극 별 것 없다고 한 것, 다 취소입니다.
오후 10:00
재난이 닥쳤다. 너무 춥다.
아이스워커가 파괴되었다.
우리는 빙원에 고립되어 평생 겪어 보지 못한 혹독한 추위를 겪었다. 이렇게 끼적일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가장 중요한 사실만 남겨야겠다.
구조될 가망은 거의 없고, 보급품도 거의 없다.
우리는 여기서 죽을 것 같다. 다만…아직 살아있을 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아아악!!!!!!
|
첫댓글 이래서 집밖은 위험하답니다 여러분!!
GG
파ㅋ괴ㅋ
--- 지금까지 모험기를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너무 갑자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