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을 위한,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의’ 중국이 왔다
내수중심 경기부양 나설 듯
한국 자동차·반도체에 기회
미·일 편향외교를 지양해야
▲3월 5일 장쑤성 전인대대표 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번 양회에서 중국 공산당의 최고결정기구인 상무위원회 상무위원들이 모두 시진핑의 인물들로 채워졌다.
‘시진핑(?近平)을 위한,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의’ 중국이 공식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마오쩌둥 이후 중국 정치권력 향배를 보기 위해서는 중국 공산당의 최고결정기구인 상무위원회 위원의 구성을 보고 계파를 구분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모두 시진핑과 그의 심복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상무위원 모두 시진핑의 사람들
지난해 10월 전인대에서 임명된 중앙정치국상무위원회(中央政治局常委) 상무위원은 시진핑을 비롯해 리창(李强, 총리),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후닝(王??, 정협 주석), 차이치(蔡奇, 중앙서기처 서기), 딩쉐샹(丁薛祥, 부총리), 리시(李希, 기율위 서기) 등 7명이다. 자오러지와 왕후닝은 시진핑의 책사 역할을 했고, 나머지 4명은 오랜 인연으로 심복 역할을 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5년의 정치를 시작하는 게 명확해졌다.
지난 3월 4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되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는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中?共??第二十?中央委??)의 2차 회의지만, 실질적으로 첫 업무 시작을 알리는 회의다. 지난해 10월 1차 회의에서는 5년을 이끌 새로운 인물을 선발하고, 5개월여의 인수기간을 둔 후 이번부터 실질적인 업무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 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간은 12일 오후 3시에 열리는 대표소조회의(代表小???)다. 이 회의를 통해 정부방향, 올 경제계획, 예산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중요한 경제 기조는 전임 리커창 총리의 보고와 사전 회의들을 통해 공개됐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경제성장률인데, 금년 목표는 5%로 제시됐다. 지난해 5.5%를 제시했지만, 코로나 역풍으로 3%밖에 도달하지 못한 만큼 이번에는 보수적으로 잡았다.
물가상승률은 3%로 잡았고, 조사실업률은 지난해와 같은 5.5%를 목표로 한다. 신규 고용숫자도 중요한데, 지난해 실적과 비슷한 1200만 명으로 잡았다.
경기부양의 방향은 내수 확대
한국 등 주변 국가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의 내수시장 흐름과 이에 영향을 받는 국제거래, 즉 자국의 수출일 것이다. 일단 중국이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약 3조8800억 위안으로 잡고, 예산적자율을 3%로 2.8%인 전년에 비해 확대했다는 점은 약간 긍정적이다. 경기부양의 방향은 내수 확대다. 내구재와 생활 서비스 중심으로 한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비시장의 25%를 차지하는 자동차, 가전, 가구, 요식업 위주 후속 지원책을 마련하는 상황이다.
이제 한국 기업이 거의 빠져나온 가전 분야는 큰 영향이 없지만, 현대나 기아가 활동하고 있는 자동차에게 내수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특히 현대차는 물론이고, 하청업체들은 시장이 부활하거나, 최소한 안정적으로 철수할 수 있을 만큼 회복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난해 현대차의 경우 중국 내 자동차 판매 점유율 1.68%까지 추락한 상태를 어떻게 반전시킬 수 있는가이다. 특히 BYD나 상하이자동차 등의 전기차가 약진하는 상태에서 이 시장에 도전을 지속할 수 있는지조차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산업정책적으로 올해 중국은 제조업과 과학기술 혁신에 대한 선별적 대출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때 주목받는 분야는 에너지, 식량, 광산자원, 반도체다. 여기에 인공지능, 양자기술, 녹색저탄소기술, 신형 인프라(5G, 산업인터넷, 데이터센터, 특고압 송전, 전기차 충전)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번에도 한국 반도체에 기회될까
지금까지의 큰 흐름을 보면 중국 정보 산업이 발전하면서 한국 반도체의 수출 기회가 확대될 때,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큰 도움을 받았다. 문제는 한국이 우세한 국제 D램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 있는가와 중국 내 한국 반도체 회사가 정상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가이다. 60조 원이 투자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내 공정이 미국의 압박으로 낮은 단계의 제품만 생산하는 상황으로 몰릴 경우 한국 반도체의 미래 전략을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중 관계다. 현 정부가 미국과 일본에 편향적인 외교정책으로 가고 있음을 중국 역시 모르고 있지 않다. 문제는 최악의 순간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접근이다.
중국은 여전히 외자유치를 확대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더 많은 국가들이 들어오기를 고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차선출해’ 잘 활용해야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출구는 많은 곳에 있지 않다. 중국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으로 수출이 쉽지 않은 상황임에 따라 중국은 멀리는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에 생산기지를 만들려 한다.
가깝게는 한국에도 생산기지를 만들어 세계로 나가는 ‘차선출해(借船出海, 배를 빌려 대양으로 나간다)’ 전략을 쓰고 싶어 한다. 이에 따라 서해안권부터 남해안권까지는 중국 기업들의 투자유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시진핑 장기집권으로 인한 해외 이주 희망자들도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에 대비한 부동산 프로젝트 등은 여전히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한국 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현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인천 송도나 청라, 영종지역과 제주도의 부동산 매입 가능성은 여전하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중국으로 수출하던 상품들이 초격차를 유지해 생명력을 연장하고, 새로운 수출 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이다.
이미 대중국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익히 알려진 점이다. 품목별로는 올 2월 반도체 일평균 수출액이 47.7% 감소해 1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난 상태다. 반도체 외에도 수출이 줄어든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철강 등의 대부분 주요 품목의 수출 방향은 중국이었다.
한국의 국가전략을 어떻게 가져갈까
문제는 중국 밖에도 있다. 미국이 글로벌가치사슬(GVC)을 잘라 버리면서 관련국들이 각자의 역할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지속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국가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다.
과거에는 한국이 국제무역에서 작은 톱니였다면 지금은 상당히 중요한 톱니로 컸다. 따라서 미국이나 일본도 국제 전략을 짜면서 한국을 빼고 자기들의 방향으로만 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해 미래 먹을거리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 숙제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