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5년전 이맘 때. 우리는 온 국민이 하나되어 붉은 악마를 응원했고
지금으로부터 5년전 이맘 때. 결국 붉은 악마는 그들의 질주를 멈춰야만 했다.
그리고 5년 후.
히딩크 감독은 4강 신화와 함께 국민적 영웅이 되었고 그는 자랑스럽게 고국으로 금의환향하였다.
우리는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고 그와 함께 했던 '붉은 여름'을 회상하곤 한다.
요즘도 가끔 TV를 틀면 나오는 '2002년 월드컵 이경규가 간다.'가 나오면 필자는 무심히 지나치지 못해
처음부터 끝까지 결국 다 보고야 만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십번도 더 보았지만 매번 볼때마다 느껴지는
전율과 환희. 그리고 그 기적의 생동감 넘치는 드라마를 보면서 아직도 감동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곱씹곤 한다.
결국 우리에게 지난 4강의 신화는 더이상 아시아가 축구의 변방이 아님을 전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
임과 동시에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에 청신호를 밝힘에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러차례 외국인 사령탑을 불러들여 '히딩크의 신화'를 계승할
계승자를 찾아 헤매었지만 그 어떤 함대도 결코 종착역에 도착하지 못했고 더불어 한국 축구는
한 차례 '변혁기'를 맞이하기에 이른다.
히딩크식 축구가 가져온 대한민국 축구의 아이콘을 그대로 계승하며 강한 프레싱과 그에 필요한
지쳐서는 안되는 체력, 그리고 윙 포워드를 적극 활용하는 3톱 시스템 등 히딩크 이후의 대한민국
지도자들도 결코 그 틀을 깨지 못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지난 4강 신화의 빛나는 조연이었던 전 수석코치 '핌 베어벡'을 불러
들여 대표팀 사령탑에 앉히는데에 성공했다. 그는 히딩크와 함께 4강 신화를 이끌었고 그의 조력자로
활동하며 많은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그의 축구 스타일은 조금 달라보인다.
강한 프레싱보다는 오밀조밀한 존 디펜스를,
강력한 체력보다는 섬세한 스킬을,
그는 추구한다.
그의 인터뷰 내용 중 발췌한 내용으로 미루어 볼때
"나는 한국 축구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 물론 그것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변화는
현재 한국 축구에 반드시 필요하다. 변화가 없이는 4강 신화 재연은 힘들것이고 4강 신화 역시
히딩크 감독님께서 변화를 시도하셨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분명 그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의 한국 축구는 터프함을 잃었다. 과거 거칠진 않지만
이탈리안 그 누군가가 말한것처럼 '모기'와 같은 축구를 할줄 알았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 축구는 더이상 '모기'와 같은 축구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한국 축구를 보고 있노라면 대청마루에 누워있는 할머니가 된 기분이다.
후덥지끈한 여름 모기때는 달려들고 할머니는 연신 뒤척이며 모기를 쫓아보지만 결국 물리고 만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기다림의 축구'. '생각하는 축구'를 추구하는게 또 베어벡의 스타일이다.
함정을 파고, 무수한 연습으로 세워진 작전대로, 경기 전 상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수립하여 상대를 격파하는 스타일.
분명 4강 신화 당시 우리도 그런 축구를 하긴 했었지만 그때의 우리는 적어도 전방위에서부터 시작되는
강력한 프레싱과 빠른 스피드를 통해 상대 수비와 미드진의 공격가담을 늦춰줄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는 강력한 프레싱보다는 기다리고 생각하는 축구로 전환하고자 하는것이다.
5년전 월드컵을 대비하면서 우리는 무수한 치욕과 수모를 참고 견뎌야 했다. 오대영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히딩크 감독이 '명예 시민'이 될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치욕과 수모를 참고 견뎠던 덕분이다.
만약 그 때 히딩크가 아닌 다른 감독이었다면 '단기적 시책'을 적용하여 당장의 성과에만 연연하고
쉽게 말해 여론에 이끌리는 감독이었다면 현재의 대한민국 축구는 아직도 한일전이나 손꼽아 기다리며
유럽 축구를 두려워하고 있을것이 분명하다.
현재 우리는 중요한 변혁기를 거치고 있다. 바레인에게 2-1로 역전패 당하고 그 이전의 경기에서도
만족스러운 내용과 결과는 아니었다. 최근의 평가전 결과를 봐도 분명 비등비등하지만 대패한 적은
없었다. 쉽게 말해 적어도 핀란드에게 5:0으로 져야할 만큼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성장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세부적인 부분을 다듬고 철저한 게획과 준비된 미래를 필연적으로
맞이해야만 한다. 언제까지 우리는 당장의 성적과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으로 축구라는 스포츠를
인식해야만 하는 것인가. 농구가 일본에 졌다고해서 큰 호들갑 떠는 것은 본적이 없어도 축구로
졌다고 하면 대필특보에 난리가 나더라는 것이다.
물론 현재에는 많은 발전을 했다. 여론도, 의식도, 사고도, 성적도.. 종합적으로 봤을때 분명 과거의
4강 신화가 현재에까지 미치는 영향력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현재에도 필자가 불만인것은
축구에 대한 인식은 분명 달라졌음에도 오히려 히딩크 효과에 대한 역효과로 인해 감독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잘못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필자는 미래라는 단어를 참으로 좋아한다. 더불어 방어적이고 보수적인 면이 있다.
흑과 백으로 따지자면 백에 가깝다고 해야할 것이다. 미래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대체 이 한국
이라는 나라의 사령탑은 왜 오래할수가 없는 것일까. 스벤손 감독처럼 수년간을 이끌면서 조련할만한
인재가 과연 현재까지 한국 A팀 사령탑 명단 중에는 없다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분명히 아니다.
결론을 간추려 말하자면 '베어벡에게 시간을 주자'라는 것이다.
물론 현재까지 큰 경질설 없이 베어벡은 잘 이끌어오고 있다. 비록 바레인전 패배로 인해
입지에 영향이 있는것은 분명하지만 여론에 이끌리지 않고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대표팀에 잘 갈아입혀주길 바라는 바이다.
더불어 그는 이기는 축구를 매우 선호한다. 이기고자 하면 축구에서 불법이 아닌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사용하고자 하는게 또 베어벡이다. 그런 그의 승부에 관한 강력한 집착과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심리를 잘 활용하여 우리나라 축구가 보다 발전하길 바란다.
난 내 눈으로 우리나라의 4강 신화를 목격했다. 그리고 마치 19세기 초 인류가 달에 갈 것이다 라고
부르짖던 미치광이에게 돌을 던졌던것처럼 우리는 불가능할것만 같았던 프리미어 리그에 한국인
선수를 무려 4명이나 보유하고 있고 이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망성이 다분하다.
분명 우리나라 축구는 기하학적으로 급속히 발전했고 그런만큼 이번에 찾아온 변혁기는 보다
오래 걸릴것만 같다. 하지만 변혁기가 끝나고 르네상스가 찾아온다면....
98월드컵을 기점으로 세계 일류 축구 강국으로 발돋움한 프랑스와 같이 될 수 있다라고
굳게 믿어본다.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을것이라고 90년대부터 믿어왔었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첫댓글 문제는 프랑스는 원래 강국 중 하나였고 우리나라는 아직 그정도는 아니라는거죠..전 이제 한 10년 후면 조금씩 바뀔꺼 같네요..물론 세계적인 강호들과의 격차는 여전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서서히 시작되는 체계적인 유스시스템과, 점차 해외(J리그는 제외)에서 축구경험을 쌓은 어린선수들도 많아지고..과거 가장 큰 변명거리중 하나였던 '맨땅축구'보다는 이제 그나마 '잔디축구'를 즐기고 있는 어린선수들이 많기에, 저도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ㅋ02년 월드컵이 단순히 신화가 아닌, 재현가능한 하나의 경험이 되기를..
제가 생각하는 건, 선수들의 악이 부족한것 같에요..;; 감독은 죄 없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국가대표는 한나를 대표하는선수들 입니다.. 국가대표가 클럽팀이 아니라는거죠.. 최단시간에 그나라의 최고선수들을 모아서 만드는 팀입니다. 더군다나 베어벡 감독이라면 우리나라 월드컵을 2번이나 보좌를했으니... 그 엄청난 지원을 기대하는것도 무리는아니죠,,, 한국축구가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한것은 사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