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햇살이 너무도 강렬해 바깥활동을 하기가 힘든 날씨.
하지만 이런날 오후 3시 반을 조금 넘겼을 무렵 등산을 위해 밖으로 나섰다.
싼타페엔 신나는 말리가 동승.
일단 산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적어도 햇볕은 가려지기 때문에 이런 날씨에도 큰 문제는 없을거라고 판단을 한 것인데... 문제는 어느산으로 가느냐?
모악산처럼 큰 규모의 산으로 갈수록 시원함은 더하겠지만 차를 몰고 멀리 가기도 쉬운일이 아니길래 가장 가까운 황방산으로 핸들을 돌린다.
가장 먼 코스로 오래 돌아다니려면 지난번에 파악해놓은 북부능선길을 이용하면 좋겠는데 차를 세워두기가 좋은 곳을 찾아 덕진경찰서로 가게 되었다.
등나무 벤치에서 물을 한모금 마시며 말리에게도 미리 먹어두라고 권했지만 녀석 시건방지게 그딴것 필요없다는 듯 외면을 한다.
"니가 욘석아 이 더위에 고생을 좀 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물병을 들고 다니기도 번거롭고 그렇다고 차에 두면 금방 달궈질 것 같아 등나무 벤치 아래 바람이 잘 통하는 시원한 곳에 놔두고 산행을 시작.
초반에 2~300미터쯤 경사가 제법 심한 오솔길을 타는 동안 더위가 실감이 난다.
하지만 능선에 올라간 뒤로는 한결 부드러워졌고 대신 말리녀석이 달리듯 걷는 발아래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것이 요즘 가뭄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상을 지나 일원사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되바위까지 간 뒤 다시 주능선으로 되돌아오는 경로를 잡았는데 1시간이 지날무렵부터 말리녀석 덥고 목도 마렵고 고생하는 것이 확 느껴진다.
'내가 그럴줄 알았지!'
주능선 바로 아래에 있었던 약수터에도 가봤는데 가물어서 그런지 물이 전혀 없다.
말리녀석 물이 없는 약수터에서 빈 우물을 뚫어져라 바라보는데...
"그런다고 물이 나오냐?"
주능선에서 북부능선으로 갈아타고 완만하고 한적한 등산로를 내려가는데 마음이 급한 말리녀석 저만치 앞장을 서서 아빠 빨리오라는 듯 길을 서두른다.
만성리 입구로 내려가는 길과 갈아지는데선 기가막히게 길을 찾아 덕진경찰서로 하산하는 쪽으로 올라가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마치 급할것 없어보이는 아빠가 만성리로 하산해서 한바퀴 빙~돌아 올것같아 걱정이라도 한 듯 보이는데... 그나저나 어떻게 길을 알았지? 무심코 가다보면 직진을 할 수밖에 없는 갈림길인데...
등나무 벤치에 도착하니 맡겨놓은 물 내놓으라는 듯 보채더니 거의 반병을 다 꿀꺽꿀꺽.
나머지는 내가 한입 축이고 있는데 웬 영감님이 물 좀 달라는 바람에...
거리는 정확히 5Km가 찍혔고 소요시간은 1시간반.
운동효과나 노면의 안정성 조망까지 고려해봐도 이만한 코스는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