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남포건어물 공판장 이전
영화 '친구'의 촬영지로도 더욱 유명해진 80년 역사의 부산 남포동 건어물도매시장이 위기에 놓여 있다. 부산시수협이 공판장을 감천항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으로 옮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공판장이 가면 건어물도매시장도 명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건어물공판장 이전 사실상 확정=부산시수협은 "남포동 건어물공판장을 감천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으로 옮기기로 기본 방침을 정했고, 이달 말까지 이사회를 열어 사업장 이전과 세부 일정을 정해 통보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1일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관리사업소에 보냈다"고 2일 밝혔다.
부산시수협은 일단 내년 초매식을 감천 도매시장에서 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존 남포동 공판장 건물과 부지는 수협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매각을 하되, 당분간 임대 등 활용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공판장 이전은 부산시와 부산시수협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추진되고 있다. 부산시는 '자갈치수산관광단지' 조성 계획에 따라 영도대교~건어물시장 인근의 바다 쪽으로 길이 280m, 너비 20m의 도로(사업비 85억 원)를 낼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남포동 공판장 앞 물양장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또 부산시가 세운 감천도매시장은 냉동·원양·연근해 수산물에다 건어물까지 끌어와 위판량을 늘리려고 한다. 2008년 9월 문을 연 이래 물량 부족에 시달리다가 지난해 9월 조례를 개정해 건어물도 취급 대상에 포함시켰다.
부산시는 공판장이 감천도매시장으로 오는 조건으로 2층 경매장과 사무실 무상 사용, 수출선진화단지 내 가공공장 무상 분양 등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매시장은 어쩌나"=건어물도매시장 상인들은 공판장 이전으로 인한 시장 기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현재 건어물도매시장에는 중도매인 65명, 상인 200명(장사하는 중도매인 포함) 정도가 있다.
상가번영회 측은 1일 오후 긴급 회의를 가졌다.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올 봄 조사에서 중도매인 91%, 번영회원 92%가 공판장 이전에 반대했다"며 "시간적 여유를 갖고 결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건어물도매시장은 전국 건어물 집결지로, 1931년 일제 때 남포동 해안 매축이 이뤄지면서 생겨났다. 울산·기장을 비롯해 남해·통영, 멀리 서해에서도 건어물이 온다. 품질이 좋고 가격도 30~50% 저렴해 대형마트나 백화점에도 공급한다.
건어물공판장은 지난해 모두 350억 원 어치를 위판했다. 감천 도매시장 측도 건어물공판장이 오면 연간 500억 원의 위판고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갈 길 먼 건어물도매시장 현대화=부산시는 지난 2008년 4월 자갈치수산관광단지 조성 기본방침을 정했다. 계획에 따르면 건어물도매시장은 2013년까지 재개발하기로 돼 있다. 면적은 1만5천450㎡, 사업비는 1천억 원에 달한다.
옛 부산시청 터에 지난해말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들어왔고, 최근 신관도 개관하면서 주변 정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바로 코 앞에 있는 건어물도매시장 현대화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중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헐고 다시 짓는 전면 재개발을 검토했지만 이해당사자의 호응 부족으로 사실상 중단됐다"며 "현상을 유지하면서 개량하는 식으로 대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김마선 기자 m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