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하루의 끝을 마감하면서 또 다른 하루의 아침을 열기 위한 준비 시간이다. 밤은 단순할 것 같아도 그 속내는 아주 복잡할 수 있다. 심지어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어디에서 무슨 일이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외면상으로는 어둠으로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내면은 더 화려하게 꾸며지고 유혹하면서 없던 용기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예측불허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술에 취해 흐리멍덩한 것 같아도 더 또렷하면서 확실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더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어둠 속의 밤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확 바뀔 수 있다. 시작이 있으면 당연히 끝도 있다. 그 사이가 좁은 듯 아주 넓고 깊으며 허영에 가깝도록 채워보려고 안달을 할 만큼 만족하지 못해서 결국은 파탄에 이르고 분란을 일으킨다. 끝없는 욕심에 악의 구렁텅이로 전락하기도 한다. 자제하고 즐기면 더없이 낙원을 만들 수도 있을 텐데 수없이 함정처럼 빠져 허덕인다. 잘 조절하고 운영을 잘 하여야 오래도록 지탱하는 데 무리가 없다. 그런가 하면 내려놓으며 비워야 다시 새로운 것으로 채우며 만족감을 보탤 수 있다. 그 과정이 쉽지 않고 너무 험난해 수많은 대가를 치르며 허덕인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갈수록 허기를 느끼듯 무리하게 덤빈다. 자신이 한 일은 남에게 미룰 것이 아니라 끝까지 내 책임이다. 그러려면 헛된 일이 아닌 보람된 일을 하여야 한다. 남의 눈을 잠시 속여 뭔가 얻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떳떳하고 당당한 일을 하여야 한다. 내가 벌려 놓았으면 잘 수습하면서 좋게 맺어야 한다. 불리하면 나 몰라라 끝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 과정이 생각처럼 쉽지 않으며 피와 땀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더 보람되고 자랑스러운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거저 쉽게 되는 것은 없다. 얼마나 애착을 갖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확 달라진다. 초심을 잊지 않고 아무리 급해도 서두름보다는 과정을 챙기며 뚜벅뚜벅 기다림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