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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암칼럼] MB의 진짜 화두는 '兎營三窟'(토영삼굴) | ||||||||||
지난해에도 ‘일로영일’(一勞永逸`지금의 노고를 통해 이후로 오랫동안 안락을 누린다는 뜻)을 내걸었고 2009년에는 ‘부위정경’(扶危定傾`위기를 맞아 잘못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이란 화두를 내세웠었다. 중국 정치 지도자들이 흔히 저네들 고전이나 사자성어(四字成語) 등에서 따온 말로 함축적 의지를 내보이는 멋을 연상시킨다.
집권 막바지 4년차에 접어들면서 ‘기회 잡았을 때 매끄럽게 이뤄내 보자’는 결의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왕 토끼해의 화두라면 ‘토영삼굴’(兎營三窟)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거들어 본다. ‘토영삼굴’은 ‘토끼가 굴을 세 개 만들어 둔다’는 뜻으로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와 위험에 대비해서 미리 굴을 3개 만들어 ‘단속’해 둔다는 의미다. 집권 4년차 새해를 맞은 이명박 정부로서는 가장 중요한 남은 숙제가 무엇인가에 맞춰 화두를 내걸어야 신년 화두로서 제격일 것이다.
이 정부의 숙제는 크게 3가지다. 가장 큰 숙제는 국법 질서와 진정한 민주 양식(良識)을 회복시키고 10년 겪어본 좌파정권 부활의 불안과 불신을 뿌리까지 뽑아 나라를 안정시키라는 것이었다.
집권 3년이 지난 지금 그 숙제를 제대로 해냈는가. 성적표를 보면 아직도 한참 멀었다. 여전히 낡은 좌파적 잔재들은 도처에서 큰소리치고 그들 세상 때보다 더 극렬하고 저질적인 언어폭력으로 판치고 있다. 분열과 혼란의 잔재를 숙정(肅正)시키라는 숙제를 부여받은 쪽이 오히려 잔재 세력의 체질화된 파괴적 힘에 밀리고 끌려다닌다. 500만 표 차로 힘 실어준 쪽이 거꾸로 좌파정권 시절 장관으로부터 ‘악의 무리’로 지목되고 ‘죽여 버려야 할’ 존재로 공격당하는 지경이라 하는 말이다.
인터넷 허위 유언비어조차 단속 못 하게 된 어지러운 상황 속에 숙제는 언제 어떻게 해낼지 감감한 채, 여기저기 대책 없이 뚫리고 밟히고 있는 꼴이다. 3년 전보다 나아졌거나 치유됐다는 느낌이 전연 없다. 호전적 투쟁의 고비마다 ‘민심 들먹이는’ 좌파들의 상투적 수법 또한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바뀐 것이 없다. 언제 다시 그들이 권력을 되잡을지 모르는 불안은 그대로, 아니 더 커지고 있다. 결국 첫 번째 숙제는 한 문제도 제대로 못 풀었다는 얘기다.
국방 안보라는 두 번째 숙제도 마찬가지다. 천안함, 연평도, 잇달아 터지면서 숙제는 고사하고 백지 노트를 펴 둔 채 연필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던 수준임을 드러냈다. 미국이라는 과외교사가 없으면 그 숙제 또한 얼마만큼 제대로 풀지 막막해 보인다. 굴(窟) 주인이 굴 단속을 야무지게 못하니 북한, 좌파, 저질 댓글패들이 더 덤비고 설치는 건 당연한 노릇이다.
경제 다지기는 어떤가. 좌파정권의 경제 성적표는 5억 달러 퍼주기+수백조가 넘는 국가 부채 증가였다.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로 표를 얻어낸 MB정부로서는 그 숙제만은 3년이 지나면 최소한 B학점은 받을 줄 알았다. 그러나 새해 아침 기준 신선 채소류 값은 21.4%나 뛰고 있다. 1994년 이래 최고치라고 한다. 주택`건설 경기, 청년실업률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아직은 부족하다. 단숨에 매끄럽게 해내겠다는 一氣呵成도 좋지만 만사 투쟁적이고 거친 입과 행동으로 경제`안보를 불안하게 만드는 친북좌파의 肅正과, 국방 안보, 경제 회생 대처가 더 시급하다. 남은 임기, MB정부는 토끼가 굴 세 개를 미리 파두듯 국가 위기에 대처하고 좌파에게 역공의 빈틈을 주지 않을 2중, 3중의 단단한 굴을 만들어 놔야 한다. 兎營三窟의 자세. 그것이야말로 토끼해의 진짜 화두다. 김정길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
첫댓글 김 정길 선생님 좋은글 다지고 또 다지고보고 감니다
이와같이 좋은글 보고 읽고 보고 깨닿지 못하면
맞아죽어도 정신 못차립니다 정신차리겠지요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