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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즘 만세!!! 모든 권위를 타도하라!
(01)편: https://cafe.daum.net/Europa/2oQs/17144
(02)편: https://cafe.daum.net/Europa/2oQs/17146
(03)편: https://cafe.daum.net/Europa/2oQs/17148
(04)편: https://cafe.daum.net/Europa/2oQs/17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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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2
둘 다 살았다! 비행선에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배를 찾아 왔을까요...?
포그 씨의 상태는 아직 위험합니다. 틈틈이 간호합니다.
아직도 발에 감각이 없다시는 주인님.
DAY 33
자.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부상자들(포그 씨 포함)은 모두 의료실로 이송됐다. 우리는 모포를 꽁꽁 둘러맸다. 정말 효과가 좋았다. 그리고 김이 펄펄 나는 맑은 수프도 한 컵씩 했다.
유호 양은 파란 가티(Gákti)와 순록 가죽 코트를 입은 나이 많은 남자와 관측창 앞에 서 있었다. 그 뒷모습이 관측창에 비쳐 보였다.
(주: https://en.wikipedia.org/wiki/G%C3%A1kti)
“어떻게 이 비행선을 찾았어요?”
나는 유호 양에게 물었다. 그러자 남자가 진저리치는 소리를 냈다.
“라이어가 자기 의무를 제대로 수행했다면, 당신들은 여기 있지 못했을게요.”
“당신…방해꾼이 당신이었군!” 나는 격앙한 나머지 목소리가 떨렸다.
“탐사대가 북극점에 도달할 수 없게 해야만 했어요.”
유호 양은 자기의 동제 백합 브로치를 손으로 만지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장비를 조정해서 경로를 이탈하게 만든 건 나예요…하지만 부서지도록 조작한 건 하나도 없어요.”
“왜 발명가 조합을 배신하는 거요?”
그는 마음이 불편해 보였다.
“그보다 우선해야 할 사람들이 있으니까…우리 마을 사람들, 우리 식구들…”
“다 쓸데없는 소리. 유호,” 남자가 끼어들었다.
“실패한 이상…공허할 뿐이지.”
“저 사람들을 밖에서 죽게 할 수는 없었어요.”
그는 억제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누구요?” 내가 물었다.
“파스파르투.” 유호 양의 얼굴이 굳었다.
“이 분은 제 아버지예요. 이보르 유호(Ivor Juho), 북극권 거주민 의회 대표이세요.”
유호 양이 문득 창밖을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도착했군요.”
“어디 말이오?” 내가 물었지만, 그는 그저 손으로 가리킬 뿐이었다.
엷은 안개와 얼음 위로 웬 도시가 하나 드러났다. 마치 연금술의 꿈과 같은, 유리와 구리와 뼈로 이루어진 도시였다.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서리가 낀 반짝이는 유리 돔 아래, 믿을 수 없게도 푸르른 나무와 관목이 우거져 있었다. 순록 가죽으로 지은 천막이 줄줄이 이어져 있고, 고래 뼈를 깎아서 단단히 다진 눈 위에 길을 그려 놓았다. 얼어붙은 강 위로는 구리와 아연을 써서 지었을 정교한 다리가 놓여 있었다. 도시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증기 보일러 탑이 있고, 구리 파이프가 그득했다.
엥?
이거 진짜 완전 프펑 아니냐?
“북극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유호 양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성스러운 코수이툭입니다.”
코수이툭 QAUSUITTUQ
음, 그래서, 여기가 북극이란 말이지.
여기는 내가 생각했던 불모지가 아니다. 황폐하지 않고, 미개지도 아니다. 여기는 코수이툭이라고 하는데, 여러 북극 민족이 섞여 사는 곳이다. 사미 족이 많지만, 시베리아의 네네츠(Nenets) 족도 있고 문신을 한 유픽(Yupik), 넷실릭(Netsilik)도 있으며 알래스카의 이뉴피아트(Iñupiat) 족도 있다. 심지어 부랴트(Buryat)나 한티(Khanty)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유호 씨의 지시에 따라 다리를 절뚝이며 하선했다. 우리가 지나는 모습을 사람들은 수상하다는 듯이, 혹은 공포에 질린 듯이 지켜보았다.
나는 그들이 안심해 주기를 바라고 웃으면서 열심히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건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적극적인 네네츠 아이 몇 명이 부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우리와 함께 걸으며 재잘거렸다.
“사적으로 행동하지 마세요.”
유호 양이 내 팔꿈치를 잡았다.
“당신은 이 도시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여기에 들어온 외부인이니까.”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을 죽게 내버려 둔 거요?”
나는 조금 조심스럽게 물었다.
“몇 명쯤.”
대답하는 그의 모습은 분명 고통스러워 보였다.
“당신이 여기 올 수 있게 해 달라고 아버지께 애걸해야 했어요.”
“당신 아버님, 그럼 정말 중요한 사람이군.”
“중요한 분이시죠.”
그는 충분히 중립적 태도로 말했다. 그렇지만 말이 빨라지고 무뚝뚝해지는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이런 류의 대화를 오래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제 우린 어떻게 됩니까?”
그러나 그의 말은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기 어려웠다.
“부상자는 치료해줄 거고, 당신도 쉴 수 있을 거고요…그리고 내일, 그럴 가능성이 큰데, 의회가 당신을 소환할 거예요.”
“무슨 판결이라도 하나요?”
나는 반쯤 농담조로 물었다. 적어도 나 자신에게 한 농담이기는 했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는 조용히 천장이 낮은 천막으로 나를 인도했다. 천막 안에는 바다코끼리 엄니로 만든 조각과 잘 다듬은 사슴뿔이 걸려 있었다. 누가 보아도, 우리의 방문에 맞추어 급히 치운 티가 역력했다.
상관없다. 어쨌든 적어도 살아남았잖은가.
DAY 34
나는 침대에 모피와 담요를 잔뜩 깔아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포그 씨의 침상을 보고 가는 입이 험한 의사를 쫓아 나간 뒤…몇 가지 답을 더 듣기 위해 유호 양을 찾아갔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이미 그는 일등항법사와 열띠게 싸우는 중이었다.
나는 나서지 않고, 잠시 기다리며 언쟁을 들었다.
“난 우리가 동료라고…친구라고 생각했어!” 일등항법사가 퍼부었다.
“그런데 내 장비를 건드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어.” 유호 양은 짧게 대답했다.
항법사의 외침에 나는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파괴를 의도했는가, 아닌가?” 내가 불쑥 물었다.
“그것이 문제로다.”
“아니에요. 하지만 당신들을 구조할 사람이 없다는 건 알았어요.” 그의 짙은 머리칼이 얼굴 위로 흩날렸다.
“이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아요. 당신이 나를 악당으로 몰 생각이라면, 순순히 받아 줄 생각은 없어요!”
“그럼, 당신이 도대체 뭔데?”
“나는…난…” 그의 분노가 사그라지고, 그의 얼굴에 남은 것은 공허함뿐이었다.
“이렇게 태어난 내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을 뿐이에요. 당신도 봤잖아요, 이곳 사정이 얼마나 이상한지. 다락방 위로 숨은 좀도둑 같은 꼴이잖아요.”
“우리는 상황에 안주하지 않소.” 나는 그를 꾸짖었다.
“우리는 각자 새로운 길을 찾아갈 수 있소. 필요하면 만들 수도 있지.”
“어떨 때는 선택에는 희생이 필요해요. 당신들이 정할 수 있는 건, 오직 무엇을 버릴지 뿐.” 유호 양이 몸서리치며 말했다.
“무슨 죄수처럼 말하는군요.”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도리질을 치고는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고 말도 없이 캄캄한 밤거리로 달아났다.
DAY 35
의회는 증기 보일러 탑과 함께 도시 심장부에 있었다. 비유적 표현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위치가 그러하다. 열다섯 명의 남녀가, 그들의 명에 따라 제작되어 경이로운 기술 수준을 드러내 주는 짐승 힘줄과 털로 만든 간단한 의자에 앉아 자신들의 권위를 과시했다.
탐사단 생존자들이 여기로 집결했다. 익숙한 얼굴도 몇 보였다. 일등항법사와 조종사. 서로 싸우던 자들이지. 그리고 메젠스키 씨와 파모르 족 사냥꾼 무리. 그들은 하나같이 주위를 노려보거나 하품을 하고 있었다.
포그 씨는 의원들이 그의 옷가지를 가져가고 대신 사미 족 복장을 입혔다고 제법 성이 나 있었다. 나는 포그 씨와 함께 떨어져 섰다. 나는 발명가가 아니니, 그 일원으로 취급 받고 싶지 않았다.
이보르 유호 씨가 일어서자, 주위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가 한 마디 명령조로 말했다. 헌데…튀르크어?
발명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대체로 북유럽계인데도, 내가 보기에는 그 언어에 아주 능통했다. 나는 곤혹스럽게 그들을 쳐다보았다.
유호 양이 내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
“집중해요!” 그가 작게 소곤댔다.
나도 팔꿈치로 살짝 찌르면서 속삭였다.
“튀르크어는 못해요!”
유호 양이 의원의 말을 통역해 주었다.
“코수이툭의 설립 목적은 하나다. 극권 거주민이 증기기관과 내연기관, 자동기계 기술을 습득하고 개발하는 영역을 구축하는 것. 그대들이 우리의 집과 문화와 생활양식을 파괴하기 전에 우리 손으로 해 내기 위함이다.”
“원대한 계획이군!” 내가 중얼댔다.
“현명한 계획이야.”
“우리는 아메리카 원주민, 캐나다 선주민, 카자흐(Kazakh)와 부랴트인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똑똑히 보았다.” 석상 같은 표정으로 말하는 유호 양의 말은 매우 명확해서, 마치 의원의 말이 아니라 자기가 생각을 표명하는 것 같았다.
“우리까지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둘 생각은 없다.”
곧 의회는 논쟁으로 들끓었다. 누군가 말하기만 하면 바로 논박이 들어와 끊기는 듯했다.
“지금 무얼 가지고 논쟁하는 거요?” 내가 물었다.
“의회는 이곳을 고립 상태로 유지하고 싶어 해요. 당신들을 모두 감옥에 집어넣으려고 하네요.”
유호 양은 슬피 동정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무당들은 평소에는 순순히 찬성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그 의견을 따라 표를 던질 거예요. 하지만 진보당원들은 얼마 전 바렌츠(Barents) 해에서 석유와 천연 가스전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외부에서 시추 전문가를 고용해 올 수 있게 해 달라고 진정을 넣은 상태인데, 그 사람들은 고립에 반대할 거예요. 그리고 국제연합당은 자기의 짐을 내던질 핑계만 엿보고 있는 상황이죠.”
“국제연합당?” 나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 네. 그 사람들은 북극권 제 민족 국가를 원해요. 북극권에 속한 모든 땅을 하나로 묶겠다는 생각이죠.”
유호 양이 미소 지었다. “러시아인, 핀인, 라플란드(Lappland)인, 뭐가 중요하겠어요. 우리는 다 북극인인데. 그렇잖아요? 모스크바에 사는 자들이 과연 진짜 겨울이 뭔지 알까요?”
“국가라는 건 구성원의 유사성만으로 세워지지는 않습니다만.”
“만약 성공한다면 우리는 전 세계의 절반과 전쟁을 치러야겠지요. 그런데 저는 전란을 자초하기에는 너무 현실적이라서.”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하여간, 지금은 그렇다는 말이에요.”
갑자기 주위가 소란해지더니 큰 소리로 무언가가 발표됐다. 나는 탐사단원 몇 명이 헉 하는 모습과, 몇몇 사람 얼굴에 미소가 떨리는 모습을 보았다.
“의장이 뭐라고 한 겁니까?”
내가 물었다. 하지만 유호 양은 멍하니 있었다.
“파스파르투, 미안해요.”
“뭐라고 했는데요?”
“당신들을 우리의…손님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해요. 의회가 우리 스스로 존재를 온 세상에 공표할 때까지. 저번에 당신이 했던 말처럼 여기 죄수가 된 셈이네요.”
나는 우리의 사정을 간청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잠시 생각하던 유호 양은 나의 말을 곱씹어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파스파르투, 당신의 세 치 혀 놀림이라면 이미 봤어요.”
그가 쌀쌀맞게 선언했다.
“당신이라면 분명 의회를 설득해서 당신에게 이롭고 우리의 이익에 반하는 일을 하게 만들 수도 있겠죠. 돕지 않을 거예요. 두 번은 안 돼요.”
일군의 경비대가 우리를 다시 숙소로 끌고 갔다. 나는 섶을 깔아 둔 내 잠자리에 드러누웠다. 아무래도, 우리의 이 위대한 모험은 여기에서 끝인가 보다!
여행 일수 : 36일
방문한 도시 : 5개
이동 거리 : 3109 마일 (5003 km)
해상 이동 거리 : 0 마일
육상 이동 거리 : 99 마일 (159 km)
공중 이동 거리 : 3011 마일 (4846 km)
선호 교통 수단 : 비행선
메르카토르_도법_문제점.jpg
애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다음 회부터는 Frostpunk: 북극에서 살아남자! 편이 연재됩니다.
“잠깐!”
DAY 36
어슴푸레한 밤, 주인님이 어깨를 흔드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포그 씨!”
그는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리고…그의 몸짓 지령에 따라, 나는 조용히 얼음을 깔아 만든 거리로 따라 나갔다.
“파스파르투, 나는 여기에 머물러 있을 생각은 없네.”
그가 내게 말하더니, 도시 서쪽에 있는 짙은 색 비행선 한 쌍을 가리켰다.
“내기에 질 수는 없거든. 바로 저게 우리가 빠져나갈 방법일세.”
“저걸 탈취한다는 말씀이죠?” 나는 조금 피에 목말랐다는 느낌으로 잔잔히 웃었다.
“비행선에 숨어서 코수이툭을 벗어날 때까지 기다린 다음…” 그가 품위 있게 잠시 말을 골랐다.
“발생하는 상황에 맞추어 계획을 수정토록 하겠네.”
“아.” 나도 사려 깊게 말했다.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주인님.”
“그렇고 말고.” 그는 내 말을 듣자마자 바로 답했다.
“어떤 비행선을 목표로 할까?”
나는 두 배를 유심히 관찰했다. 멀리서 보니까 알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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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Qausuittuq은 실제로는 캐나다 북극 제도 콘월리스 섬에 있는 마을이라고 합니다. 이누이트어 발음 찾느라고 애먹었네요;; 게임 상에서는 그 위치는 아니고, 북극의 가상 도시명으로 나왔습니다.
Oui! C'est alléchant!
ㅋㅋㅋ...
북극점으로 가려 한것 뿐인데 뭔가...ㅋㅋㅋ
어째 산으로...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ㅋㅋ 북극에서 그렇게 당하시고도 정신 못차리신 주인님...
게임의 장르는 물론이고 다른 게임으로 아예 바뀌는 느낌인데요;
괜찮습니다. 안심하고 플레이를 구경해 주십시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