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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호텔로 돌아온 뒤, 나는 조심스럽게 포그 씨에게 물었다.
“어느 쪽으로 가시려는지……?”
“은행 업무는 포기해야겠군. 음…횡단해서 뉴욕으로 가야지!”
뉴욕 싫어!
나는 뭐라도 먹으러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차이나타운은 목조 건물과 벽돌집이 너무 빼곡해서 혼잡했다. 절, 회사, 한약방, 빨래방, 과일과 꽃을 파는 노점으로 그득한 곳이다. 밝게 빛나는 형형색색의 등이 거리에 걸려 있고, 식당이나 도박장 앞에는 용 모양의 작은 자동기계가 검은 연기를 뿜으면서 행인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아이들은 거리에서 놀이를 즐기고 있었는데, 대부분 양털로 짠 방울 모자와 코트를 걸치고 안에는 장삼을 입고 있었다.
(주: changshan-cheongsam 인데 전부 長衫에서 온 말 같군요. 각각 만주 남녀 복식을 의미합니다.)
남자들은 잔뜩 모여 서서 끽연하고, 녹차를 마시고 서로 부드러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마치 집에 온 듯 편안했다. 세상의 반 이상을 돌아다녔는데, 이 이국(異國) 아메리카에서 또 다른 이국을 만나게 될 줄이야.
나는 이들 중 유럽풍 옷을 입은 노인과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내 소개를 하자, 그는 녹차 한 잔을 권했다.
“고맙습니다.” 나는 숨을 들이마셔 약초 향을 느끼고, 뜨거운 차를 재빨리 삼켰다.
“정말 친절하시군요.”
그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잘 다려 입은 셔츠를 매만졌다.
“내 친구들 여럿이 나에게 말하기를, 린(Lin, 林), 너는 이방인과 대화하고, 그들이 입는 옷을 입는구나,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오, 나는 이제 아메리카 사람이니까! 당신이 그렇듯이 말이오.”
그가 변발한 젊은이를 한 명 가리켰다.
“저이를 보오. 저 구식 머리 모양…여기서 저 모습은 위법인데도 저러고 다닌다오. 멍청한 놈들!”
뭐 그런 어처구니없는 법이!
“하지만 저건 당신들 전통이잖습니까! 왜 저 모습을 금하는 법이 있지요?” 내가 물었다.
“저런다고 해서 누구 하나 해를 입지도 않잖습니까?”
“구식 문화는 버려야만 하오.” 린이 조언했다.
“이제 우리는 아메리카인이니까.”
“도대체 왜 그런 법이 만들어진 겁니까?”
린은 이렇게 바보스럽다니 하며 혀를 차는 딱한 현인의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거야 그 사람들이 그렇게 이쪽 사람들처럼 되고 싶어 하니까 그런 것 아니오, 당연히.”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게지.”
DAY 40
아침입니다. 길은 정해졌으니 장에 가서 총을 사 와야죠.
북극에서 우리를 살려준 고마운 가죽을 팔고 권총을 삽니다. 한 오백 파운드 정도 이득입니다.
미리 역으로 가 있을까요?
대륙횡단 특급, 종점 뉴욕입니다.
오후 8시 출발. 아주 편안할 예정입니다.
이번에도 우리는 운이 좋게 적절한 때에 샌프란시스코로 들어와서, 대륙 횡단 특급 열차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몇 군데 정차하지 않기 때문에 뉴욕까지 여드레 정도면 도착할 터였다.
첫날은 꽤 재미있었다. 아메리카의 열차는 확실히 유럽 열차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들의 노력을 감상하는 것은 역시 즐겁다.
붙어 있는 포스터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었다. ‘풀먼 호화 침대차(Pullman’s Palace sleeping cars)’
하지만 객차는 소가 타기에나 더 적합해 보였다. 물론 충분히 부유한 소여야겠지만.
높은 산맥의 그림자 아래에서 열차가 길게 뻗은 사막을 가로질러 달리는 동안, 우리는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씩 마셨다.
이후 나는 포그 씨와 그의 섬세한 위장을 모셨다. 오늘 그는 이보다 더한 접대는 받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완전히 모험의 길로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사실 이번의 우리 ‘세계 일주’에 무언가 불편한 마음이 든다.
포그 씨는 전혀 문제가 없는 듯했다. “나는 내기의 결과에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네.”
그가 내기를 상기해 주었다. 가장 민감한 문제는 그것이 맞으니까.
“혁신 클럽 사람들이 야심을 조금만 더 갖고 있었더라면, 극지 여행을 하리라는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의도라고! 분명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포그 씨가 북극 탐사대나 세상 꼭대기에 숨은 도시의 존재를 알았을 리가 없는데. 알고 있었다고?
DAY 41
어디서 약을 팔아? 어쨌거나, 이제야 한숨 돌릴 수 있겠네요. 차 한 잔 하고 신문이나 보지요.
- 타임즈(The Times)
모르몬 사막 철도 - ‘빠르고, 싸고, 건조해’
전에 탔던 샌피드로-솔트레이크 간 철도 기사입니다. 그때는 돈이 없어 별 수 없이 탔죠. ㅠㅠ
우리와 함께 가는 승객들의 구성은 매우 신기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 온 금은 시굴자와 개척 자영농, 농사꾼들이 있었고, 모르몬(Mormon) 교도, 선교사, 군인에 고개를 꼿꼿이 들고 다니는 신사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섞여 있었다.
(주: 개척 자영농-Homesteader. 일명 홈스테드 법에 의거하여 나라로부터 서부의 미개지를 받아 개척하고 소유권을 획득, 농사를 짓는 사람입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D%99%88%EC%8A%A4%ED%85%8C%EB%93%9C_%EB%B2%95)
나는 짙은 붉은빛 보닛(bonnet)을 쓰고 다른 이들까지 흐뭇하게 만드는 웃음을 띠고 있는 젊은 흑인 여자를 보고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주: 보닛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117XX48903127)
그의 이름은 티아라(Tiara)였다.
“샤이엔에 있는 남편을 보러 가는 길이랍니다.” 그가 말해 주었다.
“그이는 뉴욕에서 건설 공사 일을 했어요. 하지만…뉴욕은 더는 안전하지 않거든요. 이제 이사할 만큼 돈은 충분히 모았답니다.”
“떨어져 지내신 지 얼마나 됐습니까?”
티아라는 매력적인 손짓으로 보닛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 십 년이네요!” 그가 경쾌하게 말했다.
“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백인 마나님들이 있는 여러 부잣집에서 일했고, 그이는 뉴욕에서 건축 일을 했고요. 이제야 겨우 같이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 생겼네요.” 그는 밝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나도 그에게 그간의 모험 이야기를 조금 들려주었고, 그는 아주 재미있어했다. 한낮의 해도 저물고 저녁이 되었고, 우리는 솔트레이크 근처 오그던(Ogden)에 도착했다.
우리는 승객들이 내리는 모습을 보았다. 차창 너머로 비옥한 들판과 잘 관리된 목장의 모습이 보였다.
DAY 42
- 타임즈(The Times)
트리니티 동문 포그, 세계 일주에 재도전!
트리니티 대학발 홍보 기사가 떴군요.
오늘은 화장실에 갔다 나오는데 웬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콧수염을 엄청 깔끔하게 다듬고 흠잡을 데 없이 좋은 정장을 입은 사람이었다. 나는 길을 터서 그가 지나갈 수 있게 해 주었지만, 그는 나에게 손을 불쑥 내밀었다.
“펠릭스 그레인저(Felix Granger)라고 합니다.” 그가 말했다.
“당신은 누구신지 제가 종잡을 수가 없군요.”
나는 대단히 당황스러웠다.
“저를요? 알 수가 없다고요?” 나는 경악에 차 되뇌었다.
“무슈, 이 사람은 과거가 훤히 알려진 깔끔한 사람이랍니다!”
“음, 이런. 그럼 당신이 여기 대륙 횡단 열차에 어떻게 타게 되었는지 얘기해 주세요. 긴 이야기가 된다고 해도 좋습니다, 선생!”
어쩐지 나를 시험하는 질문 같아, 나는 그의 동기가 즉각 의심스러워졌다. 나는 법적 문제가 없을 이야기만 몇 가지 들려주었다. 그러나 그는 나를 더 압박했고, 결국 나는 그에 대항하여 목적을 솔직히 밝히라고 따졌다.
“예리한 손님이시군요. 실수도 없고!” 그가 씨익 웃었다.
“그러나 해를 끼칠 의도는 없습니다. 저는 핑커턴(Pinkerton) 요원입니다.”
나는 핑커턴에 관해서는 거의 모른다. 핑커턴은 사설탐정 사무소인데, 아메리카 내전 때에는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이 그들을 고용했다고 한다.
“여기서 무얼 하는 겁니까?” 흥미가 동한 나는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가까이 기대어 귓속말로 자신의 진짜 목적을 털어놓았다.
“무법자 제시 제임스(Jesse James)가 이 열차를 털 거라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그러니 잘 지켜보십시오!”
(주: 핑커턴, 유명하죠? 싫지만 아래 설명으로 넘어가겠습니다. ㅠㅠ https://namu.wiki/w/%ED%95%91%EC%BB%A4%ED%86%A4%20%EC%A0%84%EB%AF%B8%ED%83%90%EC%A0%95%EC%82%AC%EB%AC%B4%EC%86%8C
제시 제임스도 실존하는 열차 강도입니다. 어째 불안...
https://en.wikipedia.org/wiki/Jesse_James)
DAY 43
우리는 와이오밍(Wyoming)의 샤이엔에서 몇 시간 정차했다. 핑커턴 요원은 여기에서 내려서는 키가 6 피트 정도로 큰 여인과 이야기를 했다. 그는 유행하는 최신식 슬림스커트를 입었는데, 허리띠에는 권총이 한 자루 달려 있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찬 시간에, 나는 경외가 묻어나는 시선으로 객차를 바라보던 강인한 모습의 한 시굴자를 붙잡고 밖의 여자에 관해 물었다.
“그분은 에스더 호바트 모리스(Esther Hobart Morris)예요. 아메리카 최초의 여성 치안판사이십니다.” 그가 열심히 설명했다.
“그분이 무슨 문제라도?”
(주: 이 시기에는 나이 많은 분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Esther_Hobart_Morris)
핑커턴 요원은 마지막 기적이 울리기 직전에 열차에 다시 올라탔다. 그의 얼굴에는 긴장하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 타임즈(The Times)
필리어스 포그의 ‘두뇌파’ 시종 전격 해부!
크하하! 내가 두뇌파라고 한다. 좀 아는구만. ...그런데 이번에 내가 뭘 했지?
DAY 44
아침에 오마하를 통과합니다. 큰일은 없고, 포그 씨도 이제 이만하면 괜찮으니 이번에도 신문이나 봐야겠습니다.
- 타임즈(The Times)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의 폭동
뭘까요? 중국인 간 문화 갈등인가. 후일담을 나중에 다시 가서 들을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그런 게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핑커턴이 예상한 대로, 우리는 무법자에게 걸렸다! 그들은 나무 둥치를 선로에 떨어뜨려 길을 막고는 열차를 강제로 세웠다. 그들은 총칼을 휘두르며 차에 올라탔다.
그들은 객차를 넘나들며 귀중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흔히 그렇듯이, 핑커턴 요원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주인님을 바라보았다. 눈빛이 심상찮았다. 틀림없이 이 무법자들의 요구에 저항하려는 것이리라. 법률이라는 존재를 대단히 존중하는 사람이니까.
강도 무리의 두목이 허공에 총을 쏘았다.
“이 몸은,”
그가 선언했다.
“제시 제임스라 한다. 이제 가진 것 다 내놔!”
기병도가 내 목 아래로 올라왔다.
나는 내 육혈포(六穴砲)를 꺼내려고 했지만, 남자는 내 손을 쳐냈다.
“자, 다들 얌전해지자고. 그게 좋겠지?” 그가 충고했다.
나는 핑커턴 요원의 경고를 듣고 이미 귀중품을 잘 숨겨 두었다. 그래서 나는 그가 내 짐을 뒤질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는 거의 얻어낼 것이 없었다.
칼끝이 움직였다. 이제 끝은 포그 씨의 목으로 향했다.
“네놈은 어떤가? 뭐 좀 있어 뵈게 생겼는데.”
나는 포그 씨가 뭐라고 답할지 두려워졌다. 그의 용감함은 이런 작자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을텐데.
포그 씨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칼을 내려 주었으면 하는데. 곤란한 지경에 처하고 싶지 않다면.” 그는 말했다.
나는 두려운 마음으로 계속 들었다.
“곤란? 너 때문에?” 제시 제임스가 대답했다.
“과연, 그렇게 될지 궁금하군.”
포그 씨의 몸이 조금 굳었다. 그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그가 무언가 무모한 짓을 하려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나는 눈을 굴려 모퉁이를 보았다. 어떤 움직임이 있었다. 핑커턴 요원이 열차 옆면을 통해서 살금살금 오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가 입에 손가락을 댔다.
포그 씨는 기둥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칼끝은 이제 정확히 그의 후두(喉頭)에 가 있었다.
“나는 우리 주민을 위해서라면 싸움을 마다하지 않네.” 그가 선언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나는 급히 걸어 나갔다.
“그는 내가 모시는 분이다!” 내가 외쳤다.
“그분의 물품은 내가 관리하고 있지!”
“그래?” 무법자는 나에게 관심이 생겼다.
“그러면 사실상, 네놈을 두 번 뜯으면 된다, 이 말이지?”
다른 수가 없었다. 나는 이 사안에 관해 신사적으로 의논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소리 내 웃었지만, 그것도 길지는 않았다. 바로 그때, 핑커턴 요원을 위시한 여러 명의 군인이 권총을 들고 객차로 쳐들어왔다.
제시 제임스는 칼을 놓고 손을 들어 올렸다.
“인질을 잡지 않는다고?” 나는 그에게 말하고는 바로 후회했다. 하지만 주워 담기에는 늦었다.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난 전에 잡힌 적이 있지. 또 풀려난 적도 있고.”
군인들이 그에게 수갑을 채웠다.
펠릭스는 잠시 멈추어 서서 내가 상황을 지연시켜 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할 뿐.
그 후 증기기관이 다시 작동했고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다. 그리 심각한 지체는 아니었다. 몇 시간 후 우리는 벌링턴에 도착했다. 승객 몇 명이 내렸다. 그들은 이 위험한 열차에서 무사히 내릴 수 있다고 감사해했다!
벌링턴 통과...의외로 별 일 없었지만, 제시의 마지막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저 때문에 저 자가 다음에 나오면 인질극이 열리겠네요.
DAY 45
시카고도 무난히 통과합니다. 핑커턴 요원은 차에 남았네요. 이야기해 봅시다. 요원과 꽤 친해졌습니다.
“안녕하신가, 펠릭스!”
“파스파르투!”
“이제 곧 뉴욕인데, 뉴욕에 관해서 들려줄 일 없소?”
“뉴욕에 사는 한 여자를 알고 있는데, 뉴욕에서 애틀랜타로 가는 피드먼트 에어-라인 건설에 힘을 썼다고 하더군요.”
“음, 일전에 타 본 적 있는 그 철도 말이로군. 아직도 나는 그 이름이 왜 에어-라인인지 모르겠소. 하여간, 그 철도가 워싱턴을 지나지요?”
“아, 네. 폴 리비어(Paul Revere) 호를 타면 폰타 델가다로 갈 수 있을 겁니다. 거기서는 오렌지가 많이 나지요. 비도 자주 오지 않아 좋겠지요?”
“비도 나쁘진 않소, 적어도 눈보다는 낫지.”
“…당신, 정말로 잉글랜드 사람 아니오?”
그가 나를 놀렸다.
“좀 적응이 됐지. 혹시 폰타 델가다에서 아프리카로 가는 법은 알고 있소? 통북투라든지.”
“팀북투 말인가요? 모릅니다. 그곳에서 모피 거래가 활발해졌다는 말은 들었지만.”
대서양을 건너는 방법이군요!
......
오늘은 열차 안이 아주 얌전했다. 사람들은 강도 사건의 충격을 회복하고 각자 겪은 경험을 이야기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거의 막지 않고 아주 재미있게 들었다. 과연 사람이란, 벼랑 끝에 몰려 가망이 없으면 영웅담을 찾게 되는 법이다.
DAY 46
열차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동해안으로 달린다. 나는 다른 승객과 뉴욕에서 볼거리가 무엇이 있을지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은 다들 워낙 제각각이라, 나는 과연 그 사람들이 전에 정말로 뉴욕에 가 본 적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DAY 47
아침에 도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한참 늦은 오후에야 도착했다. 열차 강도 때문에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하차하는 순간 나는 약간 공포감을 느꼈다…여기는 뉴욕이고, 포그 씨와 같은 훌륭한 신사가 있을 곳은 없다. 영광의 도시, 부패의 도시, 탐욕과 산업이 그득한 도시. 짙푸르다 못해 컴컴한 열대 우림보다도 더 위험한 밀림이 바로 우리가 지날 이곳이다!
뉴욕 NEW YORK
뉴욕에 돌아왔네요. 저번에 프랑스가 세계를 밝히는 자유의 상을 선물했다는 이야기는 했을 겁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에게는 이제 지긋지긋한 곳이죠!
DAY 48
사실 바로 떠날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포그 씨와 상의해서 다른 경로가 더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아직 여유가 많으니까요.
......
나는 몇 시간 탐색에 나섰다. 어떻게 여정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지 여러 방법을 찾아냈다.
이 뉴욕에서 나는 또 소매치기를 당했다. 나는 그놈이 군중 속에 섞여 사라지려 할 때 덮치려는 생각으로 기다렸고…그 꼬마 좀도둑을 바닥에 넘어뜨려 잡았다. 짤그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꼬마 도둑은 짙은 속눈썹을 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그제야 뒤늦게 이 아이가 열 살이나 될까 말까 하는 어린 여자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손아귀에서 힘을 살짝 뺐다. 아이는 기회를 얻자마자 나에게 에이레 억양이 물씬 풍기는 말투로 욕을 하고는 나를 깨물었다. 그 불편함을 감수하며 나는 아이를 놓아주지 않았고, 결국 아이는 나를 보고 씩 웃었다. 이가 짙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런 맹랑한 꼬마 아가씨를 봤나!” 나는 훈계를 늘어놓았다.
“숙녀는 사람을 물어서는 안 돼!”
아이는 콧방귀를 뀌었다.
“때때로, 숙녀라면 그래야만 하죠.”
나는 피로 얼룩진 내 팔을 보았다. 정말 (내 건강 관리 면에서도) 유익한 수업이다. 낯선 나라에서는 절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다시는 훔치지 마라.” 나는 엄중히 명령했다. 그는 나에게 훔친 물건을 모두 돌려주고는 그러겠다고 말했다. 다시는, 절대 하지 않겠다, 하늘에 대고 맹세한다, 하지만 그 아이의 말투는 간사했다.
나는 손을 놓아주었고, 그는 스르륵 혼잡한 사람들 무리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더는 귀찮은 일을 겪고 싶지 않아 호텔로 돌아왔다.
어차피 뉴욕에서 경관은 믿을 종자가 못 됩니다. 신고하면 나만 피곤하지. 흠흠, 뉴욕-오타와-위니펙으로 가는 길을 알아냈습니다.
뉴욕-라이캬비크 항로가 있고, 런던으로 가는 직항로도 있습니다. 물론 지난 여행을 아는 분이라면 기대는 없을 겁니다.
장에 들릅니다.
총은 팔았어요. 써 먹지도 못할 것. 100 파운드 이득입니다.
하모니카는 160 파운드나 하는데 설명이 이상합니다. 어딘가에서는 비싸다니 어쩌라고...좀 궁금했지만 돈이 많지 않아 포기. 대서양 시각표나 알아봅니다. 5 파운드 정도면 삽니다.
벨렝-다카르 항로를 알았습니다. 지금 와서는 별 도움이 되지는 않죠.
라이캬비크-런던 경로는 지난 번 우리가 여행을 마감한 그 길입니다.
......
“어찌 되었나?”
“네, 여러 방면으로 출발 시각을 알아봤습니다. 런던 직항 헨리에타 호가 있는데 일단 이건 탈 수가 없습니다. 3300 파운드이기 때문에…제외하고요.”
“딱히 바로 갈 필요는 없지.”
“라이캬비크로 넘어가는 아이스 윈드, 여전히 운행 중입니다. 기억하시죠?”
“물론.”
예전에 탔던 ‘초호화’ 사바르카르 비행선 말이다.
“내일 정오 출발이랍니다. 이틀 동안 타고 가야 하죠.”
“캐나다 태평양 철도를 타면 오타와로 갈 수 있습니다. 내일 아침 8시 편으로, 모레 도착한답니다.”
“위니펙까지도 가능은 합니다. 사흘 정도 걸린다는군요.”
“흠. 워싱턴으로 가는 차편은 언제인가?”
“피드먼트 에어-라인이 사흘 뒤, 10시에 있습니다. 하루면 도착하고요. 더 가려면 애틀랜타까지는 갈 수 있겠습니다.”
“시간을 조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한 포그 씨는 철도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추가금이 꽤 많이 들겠군. 시간은 있으니, 내일 은행에 들르면 되겠어.”
“결정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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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걍 워싱턴으로 가서 수도 구경이나 하는게...
구경거리는 여기저기 있으니까요.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러면 연재가 여기서 종료되기 때문입니다. (진지)
오 다시 연재시작했군요 ㄷㄷ
그런데 곧 끝날 것 같아요 ㅋㅋ
미국에 오래 머물기엔 불길하네요. 제시 제임스가 다시 나올지도...연방국으로!
다마 와싱턴 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