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제당뇨병학회 좌장을 맡아서 갔다온 후 일년 만에 다시 부산에 가게 되어서
공식적인 학회 임원 회식보다 오래동안 부산에 내과로 개업한 친구,
그리고 서울에서 치과를 개업, 봉직하다 그만두고 놀다보니
처는 계속 전통무용이다, 탱고 교습이다 하며 바쁘게 다니고,
너무 심심하여 후배가 하는 치과병원에서 일하는 친구와 같이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부산역에 내리니까 두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나도 본가가 대구이고, 처가가 부산이라 두 부모님이 생존해 계실 때는
역에 내리면 기다리고 계셨으나 이제 처 부모님도 안계시는 부산에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감회가 색다르다.
이 나이에 무슨 호강인가?
외국같으면 서로 포옹을 하고 뺨을 비비는 걸로 인사를 하나
"야! 얼굴 보기 좋네" 한마디로 끝내고는 바로 자갈치시장으로 택시를 탔다.
현대화된 자갈치 시장.
우리가 가야할 곳은 저 안이 아니라 왕년에 거제출신 김모 대통령이 오시면 반드시 들린 다는 "명물 횟집"이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좋은 생선이 잡히면 후하게 값을 쳐주니까 곧장 이 집으로 가져온다나.
식당은 그리 커지는 않으나 예약해둔 이층으로 올라가니까 누군가 "어이, 유선생 여기가 웬일이야."
미국에 계시다가 아산병원 피부과를 정년퇴직하시고, 다시 촉탁으로 몇년,
심심한 천국에서 재미있는 지옥으로 와서 또 다시 해운대 백병원 피부과 교수로 지내시는 분이다.
의국원들을 데리고 회식 차 오셨다고.
지난 3월에는 밀양 천황산을 KTX타고 가서 같이 등산을 하였었다.
낙지와 미역회
싱싱한 도미와 광어회
콩이 맛있었고 무김치는 역시 부산답게 젓갈이 세었다.
이 동네에 와서는 이 동네식으로 간장에 고추냉이를 풀어 찍어 먹는 것보다
야채에 싸서 초고추장으로 먹는 것도 괜찮다.
바로 위에는 도미껍질 말은 것
내 친구 치과의사로 과거에는 대학산악연맹회장도 하였었고
이 날도 내일 있는 서울의대 산악반 "의대길' 개척 보고서를 내가 복사해서 갖다 주었다.]
나에게 부쳐준 "山書"책을 내 친구에게 주며 산서회 총무가 박영석구조팀으로 갔다가
구조도 못하고 촐라체등반중 행방불명이 되어 예산 집행도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느긋한 성격의 내과 전문의, 아들 둘이 서울법대와 사법고시 통과한 집안.
부인도 의사로 나와는 잘 아는 사이라서 내가 부산에 와서 이 친구와 같이 만난다면 대환영이다.
왜냐구요.
나의 깨끗하게 술 마시는 스타일을 잘 알기때문.
맥주로 시작하여 소주에 말라 결국 맥주 세병에 소주 두병
회무침을 한 접시 더 시키고
자기가 부산에 정착한 이유는?
피난 정부시절 무쵸 주미대사가 살던 집에 세를 들었는데
마당에 핀 동백꽃에 반해서 자리를 잡았다 하니
건너편의 박형도 자기는 늘 추운 히말라야같은 곳을 다니다가
동백꽃을 보고 너무 좋더라 라며 맞장구를 친다.
그렇치, 나의 처가 좌천동 언덕위 넓은 집 마당에도 동백꽃이 있었었지.
회뜨고 남은 생선으로 끓여 나온 지리.
아줌마들이 일어서서 갈 준비를 하며 밥을 시키라고 눈치를 주어
밥을 시켜 몇가지 따라 나온 반찬들.
나갈 때 춥다고 처가 터틀을 입고가라해서 지금은 덥다고 투덜투덜
아홉시 넘어 나올 때 보니까 텅텅 비었다.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다.
나올 때 집어 온 식당 소개 명함에는 60년 전통
부산시 지정 향토음식점,
ISO 9001 인증획득이라고 나와있다.
밖에 나오니까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우리 남포동에가서 한잔만 더하자, 응"
못이기는 척하며 두 일시 홀애비들이 얼씨구 하며 따라간다.
이차는 색소폰의 애절한 음율이 흐르는 Blue Sky 맥주집에서
하이네켄 5병을 기분좋게 나누어 마시고
호텔로 돌아오니 딱 자정이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인연이 佳緣이던 惡緣이던 간에.
첫댓글 자갈치 시장 회는 일식집 회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숙성이 안된 회라서 맛이 어떨찌....
이런 스타일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