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에 대한 욕망
정진경
카르릉, 호랑이의 사나운 공격성
관습의 사고를 버린 호랑이 비아그라가 되었다
황폐한 여정에 단련된 맹금류 야성이
야성의 길을 잃은 남성의 페니스가 되었다
산스크리트어로 호랑이를 일컫는 비아그라
인식의 패턴을 뒤집은 언어 속에
패턴에 대한 욕망이 숨어 있다
포장술이 발달한 인공도시
개성 있는 이미지를 창조하는 일상의 그 너머에도
자연의 숭고미로 회귀하는 패턴이 있다
놀이와 예술의 상상력
일탈의 통쾌함을 추구하는 아방가르드
암호 속에 의미를 감춘 애너그램 문자 속에도
자연의 말이 있고
빈발성 망각증을 일으키는 피크노렙시 속에도
자연의 말이 숨겨져 있다
우리는 소멸한 것들을 수수께끼로 풀면서
권태로운 생을 각색해 나가지만
원형을 망각하지 않는 사람 유전자는
문명이 삭제한 것들을 찾아가는 습성을 갖고 있다
생명의 출구에서 개봉되고
죽음의 입구에서 봉합되는
자연이 만든 순환고리 패턴 속에 갇혀 있다
—《문예연구》201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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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경 / 1962년 부산 출생. 200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알타미라 벽화』『잔혹한 연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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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에 대한 욕망 / 정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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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1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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