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공중파 TV를 통해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하고 내리쳤다.
필자가 지금처럼 바쁜 시절이 지나면 꼭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달성하고 싶은 목표 리스트)의 한 과제인 도서관 이야기이기에 그 감동은 구구절절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부산 외곽 신도시인 북구 화명동에 사는 평범한 일곱 명의 아낙네가 의기투합해 아이들을 위한 '맨발동무 도서관'이란 작은 사립도서관을 만든 이야기다. 이들 아낙네가 소매를 걷어붙여 만든 이 도서관은 그들에게 그야말로 '행복 바구니'가 됐다.
종래 '어른들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해진다'는 너무나 당연했던 도를 넘어서 이제는 아이들이 이끌고, 어른들이 기쁘게 따라가는 공간으로 멋진 변신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마치 동화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나아가 그 어른들이 자신들만 행복바구니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소통하며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면서 함께 따뜻하고 행복한 방향으로까지 채워가고 있다니 눈물겹도록 고마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최근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국민 간 갈등과 대립의 수위가 종교분쟁으로 치닫고 있는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심각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었다.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어제도, 오늘도 국민의 세금으로 지지고 볶고 있는 여의도 한가운데에 계시는 선량들도 잠시 정쟁을 멈추게 하고 이 아름다운 여인네들이 십시일반으로 만든 행복나눔공간으로 초청해 단 한 시간만이라도 이들의 세상살이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요즘 이런저런 모임에 참석하다 보면 모임을 만들고 꾸려나가는 분들이 참으로 안쓰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나름의 명분으로 시작된 모임들이 세월이 지나다 보면 당초 의도와는 달리 유지에 필요한 자원 등의 부족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기업에 알게 모르게 손을 벌리게 되고, 이러한 과업을 잘 수행해 내는 이들이 리더십을 인정받는 경우를 간혹 본다.
하지만 내 자신이 할 수 있고, 역량에 맞아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는 삶의 가치에 선뜻 행동으로 나선 이 도서관을 만든 아낙네들의 겸손하고 따뜻한 손길을 이제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이것은 가족을 위해, 사회를 위해, 그리고 국가를 위해 이를 악물어가며 배고프고 가난했던 시기를 훌쩍 넘어선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닌가 싶다.
세계적인 채권펀드인 '핌고'(PIMCO) 최고경영자 무하마드 엘 에리언은 그의 저서 '새로운 부의 탄생'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리먼 쇼크로 시작된 선진국의 금융위기로 신흥국들의 저성장과 지구 곳곳의 경제위기가 시작되어 저성장, 저소비, 높은 실업률로 표현되는 새로운 질서인 '뉴노멀 시대'가 개막될 것"이라고.
이 시대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았던 모든 경제학적 용어의 폐지를 가져오고, 그 누구도 이러한 새로운 현상의 기조가 언제, 어디까지 계속될지 모른다고도 했다.
이 같은 우려가 우리들의 눈앞에 서서히 전개되고 있는 시기이기에 이들 일곱 아낙네의 작은 도서관 프로젝트는 한 번 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교훈으로 여겨진다. 이것은 마치 고도성장이 끝나고 성장주의의 동인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뉴노멀'을 위한 행동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유례가 없는 30년간의 압축성장으로 세계 최빈국에서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만 따라 하면 된다는 '캔 두'의 정신을 전 세계에 퍼트린 우리 한국인이 새로운 뉴노멀적 세계질서에서 정말 잘할 수 있는 정신적인 '캔 두'는 무엇일까? 필자는 한반도 사람의 DNA에 박혀 있는 인문학적 소양,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머리가 즐거우면 죽음도 불사하던 그런 정신을 이웃과, 나아가 전 세계인과 공유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전형적으로 꾸미지 않으면서 슬쩍슬쩍 속마음을 드러내 자기만족에 익숙한 체면치레를 좋아하고, 가끔은 게으르다가도 신바람이 나면 진이 빠질 정도로 일하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러면서도 권세를 놓고 목숨을 걸고 다투고, 노비로 전락한 세도가의 자손들로 인해 평등의식이 높아지고, 유배제도가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는 아이러니도 경험한 민족이 아니던가.
필자가 인공지능 알파고에 3번이나 지고서도 기자회견장에서 의연하면서도 겸손한 모습을 보였던 이세돌 9단을 보면서 공중파 TV에 비친 작은도서관을 일군 일곱 아낙네의 모습과 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어! 근데 그때에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를 드디어 한 번 이겼다는 소식에 다시 한 번 무릎을 쳤다. 옳거니!
팬스타그룹 회장
첫댓글 본 글의 필자는 부산 화명동에서 7명의 아낙네들이 아이들위해 만든 작은 사립도서관 '맨발동무 도서관'얘기에 깊이 감동받은듯 하군요. 그런데 정작 그 도서관에 관해 보다 상세한 구성이나 내용, 이용상황 등의 내용이 소개되어있지 않아 많이 궁금하였는데. 이 '맨발동무 도서관'을 인터넷 검색해보니 자세히 소개되어있군요. 정말 감동적 도서관입니다. 부디 계속적인 발전을 기원합니다..부산교대 명예교수 김명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