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

[김신부]

20240603 성 가를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1-12
그때에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에게
1 비유를 들어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어떤 사람이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웠다. 그리고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났다.
2 포도 철이 되자 그는 소작인들에게 종 하나를 보내어, 소작인들에게서 포도밭 소출의 얼마를 받아 오라고 하였다.
3 그런데 소작인들은 그를 붙잡아 매질하고서는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4 주인이 그들에게 다시 다른 종을 보냈지만, 그들은 그 종의 머리를 쳐서 상처를 입히고 모욕하였다.
5 그리고 주인이 또 다른 종을 보냈더니 그 종을 죽여 버렸다. 그 뒤에 또 많은 종을 보냈지만 더러는 매질하고 더러는 죽여 버렸다.
6 이제 주인에게는 오직 하나, 사랑하는 아들만 남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하며 그들에게 아들을 보냈다.
7 그러나 소작인들은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자. 그러면 이 상속 재산이 우리 차지가 될 것이다.’ 하고 저희끼리 말하면서,
8 그를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9 그러니 포도밭 주인은 어떻게 하겠느냐? 그는 돌아와 그 소작인들을 없애 버리고 포도밭을 다른 이들에게 줄 것이다.
10 너희는 이 성경 말씀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11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12 그들은 예수님께서 자기들을 두고 이 비유를 말씀하신 것을 알아차리고
그분을 붙잡으려고 하였으나 군중이 두려워 그분을 그대로 두고 떠나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주님은 뽑힌 이들을 도가니 속 금처럼 시험하시고 번제물처럼 받아들이셨으니, 주님이 찾아오실 때, 하느님께 뽑힌 이들은 은총과 평화를 누리리라."(지혜 3,6-7.9)

멀리 무등산이 보이는 아름다운 남평 수도원에서 "Rooted in Christ! Audacious in Mission!" (그리스도 안에 뿌리내려 담대하게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자!) 주제로 올해 연피정을 시작합니다. 올해는 '성령의 불꽃을 전하는' 글라렛선교수도회 창립 175주년을 맞아 수도회 특별 희년의 은총과 평화 속에서의 연피정이라 더욱 기쁩니다.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마르 12,1-12//마태 21,33-46//루카 20,9-19)에는 예수님의 정체성, 곧 하느님의 아들로서 아버지께로부터 받은 권한과 아울러 하느님의 인류 구원의 위대한 역사가 담겨있습니다. 
오늘 복음말씀 바로 앞에 나오는,  예수님의 정체성, 권한에 관한 마지막 물음(마르 11,27-33 참조)에 대한 답으로써 오늘 복음말씀과 더불어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마르 1,1) 마르코 복음서의 청사진이 본격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름다운 세상과 당신을 닮은 거룩하고 존엄하고 아름다운 인류를 창조하시고, 그 인류로 하여금 풍요롭고 아름다운 낙원, '에덴동산'에서 당신과 더불어 살게하셨습니다.

그러나 사탄의 유혹에 빠져 하느님의 말씀을 거스르는 죄를 지은 인간은 낙원에서 쫓겨나 이 세상에서 나그네로 살게 되었습니다. 죄와 죽음의 한계 속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인류를 가련히 보시고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을 부르심으로 인류 구원의 역사를 다시 시작하셨습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게 땅과 후손과 축복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모세를 부르시어 당신 백성과 계약을 맺으시고 그들을 약속대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약속의 땅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들을 보내시어 약속의 땅에서 당신 백성과 함께 하셨습니다. 

그러나 어리석고 탐욕스런 이 백성은 계약을 저버리고 배신을 반복하였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예언자들을 붙잡아 매질하고 죽이기까지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마침내 당신의 아들 그리스도 예수님을 보내셨습니다.

그러나 이 백성의 사악한 지도자들,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은 "상속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곧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그를 붙잡아 포도밭 밖으로 던져 죽여버렸습니다. 곧 십자가에 못박아 죽여버렸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사악한 무리들을 물리치시고, 새 하느님 백성과 새로운 계약을 맺으시고, 그들에게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새 포도밭, 곧 하느님 나라를 맡기실 것입니다.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이 '하느님의 나라'를 다스리실 것입니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한" 위대한 하느님의 역사입니다.

과연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희생제사로 새 계약을 맺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통하여 약속하신 성령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성령을 통하여 새 하느님 백성, 곧 교회를 세우시고, 그 교회에 새 포도밭, 곧 하느님 나라를 맡기셨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풍요롭고 아름다운 새 포도밭을 가꾸도록 부름받은 아름다운 소작인들입니다.

오늘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 말씀은, 이 세상은 우리에게 맡겨진 풍요롭고 아름다운 포도밭이요, 그 주인은 하느님이시고, 우리는 포도밭을 가꾸는 소작인임을 상기식켜 줍니다.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인생을 위하여!
함께 하여 좋은 사람들, 우리 생태복지마을 식구들은 한국의 둘레길을 따라, 
걸으며(camminare), 
기도하고 봉사합니다.
공감과 연대와 나눔으로 
가난하고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을 섬깁니다.
그들과 동반하며(accompagnare), 
이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찬미합니다(adorare). 
'좋은 이웃 고마운 마음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인생'을 만납니다.
온세상 모든 피조물에게 하느님 나라의 복음, 생명과 평화를 선포합니다.

"신나게 멋지게 살고싶습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