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正見] (251) 공부하는 방식을 바꿔라
'자기'가 아니라 '습관'이 하게 하라
꾸준히 습관을 들이다보면 매 순간 자기 마음이 움직이는 게 밝게 보이기 시작한다 /셔터스톡
공부하는 데 힘들고 세월이 걸리는 이유는 자기가 뭘 어떻게 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사는데도 늘 자기 혼자 뭘 어떻게 하려 하니 잘 안 되고 힘이 드는 겁니다. 그러지 말고 좋은 습관을 길들이고 그 존재 방식에 익숙해지는 게 비결입니다. 성공하는 습관에 대해선 이미 좋은 책들도 많이 나와 있지요.
즉 12연기를 관하는 정견공부를 일상 속에서 습관을 들이면 알아차림이 밝아지고 나날이 일체가 분명해집니다. 예를 들자면 꽃을 보는 순간 즉시 꽃이란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아주 짧은 찰나에 그것이 무슨 꽃이란 분별생각이 순간 작동하면서 그 이미지(六根-六觸)가 꽃으로 내 마음속에 구체화(名色)되는 것입니다.
처음엔 이렇게 12연기를 관(정견)하는 과정이 어렵거나 복잡하게 느껴지시겠지만 꾸준히 습관을 들이다보면 어느 시점부터는 자기 내면에서 생각 감정이 올라오는게 자연스럽게 보이며 매 순간 자기 마음이 움직이는 게 밝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12월에 [정견하는 법]에 대한 특강을 할 예정입니다)
이런 습관들임이 중요한건 그래야 본성이 드러날 필요조건을 갖추기 때문입니다. 부부싸움을 하게 되는 이유도 상대의 언행을 내가 어떻게 보고 해석하면서 그 해석 결과가 내 기분이나 생각기준에 합당치 않다보니 거부감과 저항감이 즉각 발동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속에 짧은 순간에 미세한 프로세스가 작동한다는 말입니다.
즉 알맞은 이유만 있으면 자동적으로 화내는 기계처럼 자동 반응적인 프로그램이 깊숙이 우리 마음 속에 깔려있다는 거지요. 이런 존재방식을 바꿔보자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자기 내면에 일어나는 일들에 활짝 [깨어있음]입니다. 부처님이 유언으로 남기신 [자등명 법등명]도 같은 목표를 가진 말씀입니다.
그러면 전엔 마땅히 화냈을 만한 일에도 차분해지며 화를 내지 않게 됩니다. 기분이 나빠지거나 자존심 상할 일에도 담담하며 흔들리지 않게 되지요. 그럼으로써 우리는 내면의 평화를 찾을 뿐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텅 비었지만 충만하게 살아서 내 삶의 모든 것을 움직이고 있게 하는 바탕을 발견하게 됩니다.
만공스님께서 말하신 [공부하지 않는 공부를 하라]는 말도 생각과 느낌으로 일부러 내가 뭘 어떻게 찾아서하는 공부가 아니라 생활 습관 자체가 매사에 12연기를 관하는 정견하는 존재방식으로 바뀌면 삶이 반복될수록 저절로 편하게 공부하게 된다는 지혜로운 가르침입니다.
글 | 김연수 한양특허 대표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