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와 범죄]
카메라의 원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고안한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캄캄한 방 한 쪽 벽에 구멍을 뚫어 빛을 통과시키면, 반대쪽 벽에 외부 풍경의 상이 맺히게 하는 방식이다. 초기 카메라는 8시간 이상 소요되었고, 비용도 막대하게 들었다. 극소수 만이 향유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카메라 유비쿼터스(Camera Ubiquitous)’의 시대에 살고 있다.
카메라의 대중화는 범죄예방의 혁명이었다. 2002년 12월 강남구에서 최초로 방범용 CCTV를 설치하였다. 도입 초기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로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20년이 지난 현재는 우리나라 길거리에는 공공용 CCTV가 약 150만대, 사설경비용이 약 500만대 가량 설치되어있다.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요즘 경찰의 범죄 수사는 쉬워졌다. 이젠 목격자를 찾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사건 현장의 충실한 목격자는 CCTV다. 어느 목격자의 진술도 촬영결과를 이길 수 없다. 당연히 동네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는게 가장 강력한 범죄예방책이다.
CCTV와 관련해서 범죄수사의 적법성, 증거능력이 문제된다. 대법원은 CCTV촬영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강제수사이고, 영장주의가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함에 있어 현재 범행이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하여진 직후이고,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에 의한 경우, 그 촬영이 영장 없이 이루어졌다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99도2317)"고 판시하여 영장주의ㅈ예외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요증사실과의 관련성만 있다면 CCTV 영상의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한편, 카메라의 대중화를 기화로 새로운 종류의 범죄가 생겼다.
실무상 ‘카촬’이라고 불리우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가 그 대표적이다. 1)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2) 성적욕망 혹은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진을 촬영하는 것 자체로 처벌된다. 또한 최근 성폭력처벌법의 개정에 따라 이러한 촬영물 반포함은 물론 단순 소지하는 것까지 처벌된다.
‘성적대상이 되지 않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신범죄화는 그 정당성이 충분하다. 다만 이에 대한 엄밀한 기준이 없다는 것,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것은 문제다. 해당 범죄가 성폭력처벌법에 수반되는 신분상의 불이익 및 형벌 이후의 보안처분의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할 때 주먹구구식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양형 실무상으로는 피의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다른 음란물을 소지하고 있는지 여부가 처분결과에 영향을 끼친다. 같은 사진이더라도 신체 특정부위를 집중해서 수치심을 유발하는지도 고려대상이다.
몇 년 전, 행정고시에 합격해서 연수중이던 예비공무원이 수업도중 무음카메라를 사용하여 동기생 레깅스를 촬영해 퇴학당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었다. 해당 연수생은 연수원 측에 소명한지 8일 만에 퇴학당했다. 그런데 검찰조사결과 무혐의처분 되었고, 지리한 소송과정을 거쳐서 2년 만에 재입학하였다. 실제 임용된 공무원의 경우에도 카촬범죄에 연루된다면 경위를 따지지 않고 직위해제된다. 인사권자는 제대로 된 방어권 행사의 기회도 제공하지않고, 입 밖에 내기 꺼림칙하다는 이유로 ‘묻지마 불이익’을 가하는 게 관행이다.
우리는 카메라 유비쿼터스, 사진인화를 위해 캄캄한 방 속에 들어갈 필요가 없는 시대를 산다. 카메라 효용을 최대화하면서 새롭게 창출된 위험을 최소화 하는 지혜를 모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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