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R 18 CLASSIC
크루저 라인업으로 다양한 모습을 기대하게 하는 R 18의 첫 번째 변주곡. 윈드쉴드와 새들백을 장착하고 투어링 크루저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R 18 클래식이 등장했다
BMW모토라드에서 크루저 시장진출을 위해 선보인 R 18은 어떻게 봐도 아메리칸 크루저의 실루엣이었지만 자신들의 유산 속에 유사한 형태의 R5라는 모델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헤리티지에 대한 주장 역시 쉽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공개 된 R 18 클래식의 첫인상은 솔직히 말해 조금 생뚱맞게 느껴졌다. BMW 역사에는 이런 모델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R 18을 통해 기본이 되는 크루저를 헤리티지 안에서 선보였으니 이후 크루저의 가지치기 모델도 그 안에 슬쩍 편입시키려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지면을 통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원형 계기반에는 속도계를 중심으로 중앙에 LCD화면을 더해 다양한 정보를 표시한다
하지만 실물을 보곤 내 생각이 빗나갔다고 느꼈다. 물론 R 18을 투어링 콘셉트로 바꾸는 방식은 큼직한 윈드쉴드를 전면에, 가죽 새들백을 좌우에 달고 보조등이 더해진 3연장 헤드라이트까지, 이미 전통 아메리칸 브랜드에서 수없이 많이 보아온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하지만 실물을 보니 의외로 기존 것들과 닮아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새들백만큼이나 좌우로 튀어나온 엔진 때문이다. 사진으로 보면 입체감이 덜해서 잘 느껴지지 않는데 실물로 보면 눈에 엔진만 보인다. R 18 존재감의 절반은 엔진이 차지하고 있고 이 때문에 뭘 해도 R 18로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름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왜 하필 클래식일까? 클래식한 매력이라면 오리지널 R 18쪽이 더 클래식한 것 같다. 혹시 투어링이란 이름은 페어링이 달린 투어링 모델에 붙이려고 아껴 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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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cc 빅박서
R 18시리즈에 공통으로 쓰이는 엔진은 BMW가 새로운 크루저 라인업을 위해 만든 완전히 새로운 엔진으로 푸시로드가 있는 고전적인 OHV방식으로 기통당901cc를 자랑하는 BMW역사상 가장 큰 배기량의 박서엔진이다. 최고출력은 91마력에 불과하지만 최대토크가 무려 158Nm에 달하며 2000~4000rpm 사이에서는 언제나 150Nm 이상의 토크를 내는 토크 중심형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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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에디션
R 18과 마찬가지로 첫 모델은 퍼스트에디션의 배지와 스트라이프를 두른 전용 컬러가 입혀진다. R 18이 엔진 형상 때문에 일반적인 크루저들에 비해 시트와 핸들이 멀다. 그래서 쉴드를 뉘어 장착하고 있음에도 헬멧과 간섭이 없고 덕분에 날렵한 느낌을 준다. 탈착 가능한 윈드쉴드와 새들백을 빼면 일반 크루저가 된다. 이때 외형에서 R 18기본모델과 가장 큰 차이점은 19인치에서 16인치로 작아진 프런트 휠과 배기시스템의 디자인이다.
들백은 좌우 31리터의 용량이다. 가방은 폭이 좁다보니 넓은 물건은 넣기 힘들지만 투어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300mm플로팅 디스크에 조합된 4피스톤 캘리퍼는 괜찮은 제동력을 보여준다 / 새들백 내부에 딱 맞는 전용 가방이 있어 사용이 편리한데 용량이 크게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기존의 R 18은 전통적인 스타일을 계승하는 피쉬테일 형태로 만들어 호불호가 갈렸는데 R 18클래식은 그냥 둥근 파이프 형태의 배기다. 취향에 따라 갈리겠지만 대체로 이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밖에도 시트가 좀 더 두껍고 탠덤시트와 탠덤발판이 기본으로 장착된다. 플로어보드는 기본으로 장착되지 않는다. 기본으로 크루즈 컨트롤도 추가되었다. 막상 늘어놓고 보면 크게 더해진 게 없는 것 같지만 무게는 무려 20kg나 늘었다.
토크풀한 주행성능
동력성능은 R 18과 동일하다. 시동을 걸 때 토크 리액션으로 바이크가 확 쏠리는 현상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적응이 돼서 놀라진 않았다. R 18의 1,802cc 빅박서 엔진은 의도적으로 진동을 많이 남겼다. 덕분에 바이크를 타고 달릴 때 엔진의 고동감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극단적으로 저회전에서 토크가 나오는 덕분에 엔진은 숨만 쉬듯 달려도 가속이 된다. 스로틀은 손도대지 않고 아이들링 상태로 클러치만 붙여가며 변속을 해줘도 시속 50km까지 달릴 수 있다. 6단에서 60km/h로 크루징하면 엔진 회전수가 1,250rpm에 불과하다. 이렇게 달릴 때 엔진의 맛이 참 좋다. 저회전에서 가속하면 스로틀을 열 때마다 엔진의 폭발이 뒷바퀴를 때리는 느낌을 확실히 전한다. 두툼한 토크를 다루는 재미가 있다. 20kg의 무게증가는 사실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R 18을 타본다면 미세하게 잘 나간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그 차이가 전체 무게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크루즈 컨트롤이 추가된 스위치박스 / 기어레버 위에 자리 잡은 후진기어 레버. 중립상태에서 레버를 R 쪽으로 돌려 놓으면 시동모터로 후진할 수 있다
프런트 휠이 16인치로 대폭 작아졌지만 타이어가 두툼해져서 외형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핸들링은 살짝 둔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넓어진 프런트 타이어 탓인지 늘어난 무게 탓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조금만 빠르게 돌아도 뱅킹센서가 비명을 지른다. 앞서 R 18을 테스트 할 때도 느꼈지만 바이크의 최대 뱅킹이 조금만 더 나오면 훨씬 재밌게 탈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R 18을 탔을 때보다 후진에 능숙해진 점은 뿌듯했다. 주차해 놓은 바이크를 후진 모터로 슥 뺀 후 다시 기어를 넣고 자연스럽게 출발할 수 있었다. 별건 아니지만 아날로그 방식의 손맛이 참 좋다. 사람들 앞에서 잘 못하면 크게 망신을 당할 수 있으니 꼭 많이 연습해보고 써야한다.
다이내믹 크루저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바이크가 몸에 익을수록 다루는 재미는 확실히 커진다. 직선에서 묵직한 중력을 이기고 미사일처럼 가속하는 느낌이 좋다. 주행모드는 대부분 ROCK에 두었다. ROLL이나 RAIN에 두면 바이크의 움직임이 부드러워 지는 게 아니라 그냥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고 차가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하루 종일 타면서 편안하다는 느낌보다는 역동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타보기 전까진 느긋한 투어링 바이크로 상상했는데 정 반대의 경험이다. 윈드쉴드도 크기가 크지 않아 바람을 확실히 막아주기보단 고속에서 몸이 받는 바람만 살짝 줄여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달리는데 도움을 주는 타입이다. 뭔가 BMW다운 달리기 성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느꼈다.
50도정도로 날렵하게 장착된 윈드쉴드. 탈착이 가능하다
풀LED헤드라이트와 보조램프는 야간주행시 환하게 주변을 비춰준다 / BMW 로고는 볼트로 고정되는 옛날방식을 재현한 것이다
R 18 클래식 퍼스트 에디션의 가격은 3,620만 원으로 R 18 퍼스트에디션과 비교하면 280만 원이 차이난다. 윈드쉴드와 새들백 이외에도 탠덤시트와 탠덤발판, 크루즈컨트롤 등 추가되는 파츠들의 가격을 생각하면 R 18 클래식이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게 느껴진다. 장거리를 떠나는 투어러에서 윈드쉴드와 백을 떼고 가볍게 즐기는 크루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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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수평대향 2기통 OHV 4 밸브 보어×스트로크 107.1 × 100(mm) 배기량 1802cc 압축비 9.6 : 1 최고출력 91hp / 4,750rpm 최대토크 158Nm / 3,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6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9mm 텔레스코픽 정립 (R)싱글쇽 패러레버 타이어사이즈 (F)130/90 R 16 (R)180/65 B 16 브레이크 (F)300mm더블디스크 (R)30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440×964×미발표 휠베이스 1,731mm 시트높이 690mm 차량중량 365kg 판매가격 R 18 클래식 3,350만 원 / R 18 클래식 퍼스트 에디션 3,62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