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0월 12일 토요일
수업이 미루어져 토요일에 수업을 했다. '혜'의 마지막 수업을 하기 위해서이다. 4명이었던 연지는 이제 2명이 된다. 아이들로 넘쳐나던 때도 있지만 이렇게 단촐한 시간이 있다. '혜'가 마지막으로 꼭 수업을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고맙다. 그냥 스쳐가는 인연으로 퇴소하면 되는데 작별인사 하고 싶다는 마음이 고맙다.
오늘은 아이들과 동화책 '밤을 걷는 아이'를 보았다. 긴 책에 지쳐하길래 동화책을 보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은 동화책을 보면 좋아한다. 그림만 많고 글이 적어서 금방 읽고 쓸 수 있을거라 여긴다. 그러나 동화책은 생각보다 내용이 깊다. 오히려 두터운 책보다 글을 쓰기가 더 어렵다. 아이들도 힘들어한 흔적이 역력했다.
밤이 무서워 잠을 자지 못했던 아이가 '밤'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꼭 아이들 이야기같다. 남들보다 더 무거운 삶의 짐을 지다가 어두운 곳으로 간 아이들, 다시 잘 살아낼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는 아이들이다. 그러나 그 어두움을 삶의 자야양분으로 삼아 일어날 수 있다.
퇴소하는 '혜'가 이 수업을 통해 책이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맞다. 막상 부딪쳐보면 나의 두려움이 허상일 때가 더 맞다. 퇴소하는 녀석도, 남은 녀석도 모두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 발자국 내딛어 보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