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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HULK
그날은 여느 때보다 서둘러 집을 나서야만 했던 날이었습니다. 일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가야 했는데 그 전에 꼭 할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장 보권 선거가 있었던 지난 2011년 10월 26일. 하지만 다른 선거일과 달리 휴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재 씨는 일을 하러 가기 전에 투표를 해야만 했습니다. 바쁘게 나오느라 선관위가 보낸 우편물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선거 때마다 빠짐없이 투표를 한 만큼 투표소가 어디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인재 씨였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날 노인회관은 투표 장소가 아니었던 겁니다. 바뀐 투표소를 확인하기 위해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접속해 투표소를 검색하려고 했지만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약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탓에 투표소가 있을만한 곳을 다급하게 찾아다녔다는 인재 씨.
5층짜리 상가건물의 지하주차장. 그곳이 갑자기 바뀐 투표소였던 겁니다.
간신히 투표를 마치고 출발했지만 자신이 겪은 일이 대한민국을 뒤흔든 심각한 범죄 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몇 시간이 지난 후였습니다.
오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와 박원순 서울시장후보의 홈페이지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한때 불통상태였습니다. 디도스 공격으로 보이는데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대한민국 선거사상 유례없는 사이버테러에 의한 선거방해. 선관위는 물론 박원순 후보의 홈페이지까지 공격한 간 큰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추측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주장까지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데 한 달여 만에 검거된 범인의 예상과 달리 20대 젊은 청년들이었던 겁니다. 그들은 왜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걸까.
이들이 선관위 홈페이지에 디도스 공격을 했다고 알려진 범행장소는 강남의 한 빌라. 그런데 공교롭게도 불과 100미터 앞에 강남구선관위 사무실이 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함께 이 빌라에서 합숙했다는 범인들. 범행 당시 서울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서울시장 선거권도 없었던 이들이 도대체 왜 서울시장 선거를 방해했던 걸까. 우린 범인들이 서울에 왔을 때부터 잘 알고 지냈다는 한 목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김 목사가 그들을 처음 본 건 사건 발생 약 20일 전.
당시 이곳에서 선교활동을 한 덕분에 이들의 사정을 잘 알게 되었다는 김 목사의 말에 따르면 월세만 한 달에 300만 원이 훌쩍 넘는 고급빌라에 살면서도 이들 중 누구도 직장에는 다니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들이 대구에서 했던 사업은 무엇이었을까. 범인들의 회사가 있었던 곳을 찾아가봤습니다.
서류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상은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돈을 벌었다는 겁니다. 심지어 회사 대표였던 강 씨는 수백억 원을 벌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왜 갑자기 사업을 접고 서울에 올라온 걸까.
그런데 얘기를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 이들이 경찰에게 체포됐던 겁니다.
당시 이들을 변호했던 변호사 역시 스스로의 의지와 판단에 의한 범행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경찰 역시 이들이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디도스 공격을 했을 가능성에 수사를 집중했고 그 결과 밝혀진 그 날의 진실은 차마 믿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그날 강 대표가 있던 곳은 한국이 아닌 필리핀이었습니다.
사업상의 이유로 나흘 전 한국을 떠나 중국을 거쳐 필리핀에 도착한 10월 25일 자정이 가까울 무렵 한국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는 겁니다.
전화를 끊고 그 즉시 강 대표는 서울에 빌라에 남아있던 직원에게 전화를 해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고 지시를 받은 직원은 새벽 1시 경 시험 삼아 선관위와 박원순 후보의 홈페이지를 공격합니다.
그렇다면 그날 밤 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건 누구였을까. 선거를 몇 시간 앞두고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을 지시한 그는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던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 공현민 씨였습니다. 수사는 급진전을 맞게 됩니다. 강 대표, 범인들의 자백으로 공 비서 역시 긴급체포 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체포되기 전 공 비서는 친구에게 자신이 다 덮어쓰게 될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배후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그런데 수사도중 누군가와 단독으로 면회를 한 뒤 공 비서는 태도를 바꿔 범행을 시인합니다. 그는 바로 공 비서를 최 의원에게 소개한 인물이자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의 수행보좌관이었던 김 씨.
공 비서의 진술에 따르면 강 대표에게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그날 밤 공 비서는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지이니들과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술기운에 즉흥적으로 필리핀에 있는 강 대표에게 공격을 지시했다는 공 비서. 그런데 그 자리에는 김 보좌관도 함께 있었습니다. 당시 그는 쓸데없는 짓 말라며 공 비서를 말렸지만 공 비서는 이를 무시한 채 강 대표와 10번 넘게 통화를 하며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다는 겁니다. 따라서 김 보좌관 역시 공모 혐의를 받고 공 비서와 같은 시기에 체포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경찰은 공범인 두 사람을 구금 상태에서 단독으로 면회시켰고 그 이후 공 비서가 범행을 시인했던 겁니다.
그렇다면 범행을 시인한 공 비서가 밝힌 범행 동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상당히 즉흥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한나라당을 좋아하니까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선관위 사이트를 공격하여 투표소를 몰라 선관위 사이트에 접속한 사람들이 투표소를 찾지 못하면 나경원 후보, 즉 한나라당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선관위를 공격하라고 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검찰의 결론 역시 김 보좌관의 공모 하에 김 비서가 저지른 단독 범행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윗선에 대한 기자들의 의혹 제기에 검찰이 남긴 한 마디가 있었습니다.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국가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공격해 다운시킨 사상초유의 사태. 벌써 5년이 지난 사건이지만 당시 사건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오늘 5년이 지난 사건을 다시 돌아보려고 하는 건 이 사건이 단순 범죄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를 건드린 국헌문란에 해당하는 심각한 범죄지만 당시 제기된 의혹들이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시기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과거에 풀지 못한 의혹을 해소해야 다가올 선거에 한 치의 의혹도 없을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당시 제기된 가장 큰 의혹은 배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박희태 전 의장의 보좌관이었던 김 씨가 최구식 의원에게 공현민 씨를 비서로 소개해줬고 공현민 씨는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던 강 대표에게 범행을 지시, 강 대표가 디도스 공격을 실행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보좌관 김 씨의 공모 혐의는 무죄로 판결이 났고 최 의원과 박 의장은 개입 증거를 찾지 못해 관련이 없음으로 결론, 결국 이 두 사람만이 남게 된 겁니다. 두 사람은 그 해 여름 처음 알게 돼 사건 발생 전까지 대여섯 번 정도를 만난 사이였다고 합니다. 공현민 씨 주장대로 그가 공격을 지시한 것이 술김에 즉흥적으로 한 행동이라면 강 대표는 왜 알게 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그의 지시를 국내도 아닌 필리핀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던 걸까요. 그것도 국헌문란에 해당될 만큼 엄청난 범죄를 말입니다. 그 비밀이 바로 이 USB 안에 있습니다. 이것은 당시 강 대표와 친분이 있었던 김 목사에게 강 대표가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전달된 겁니다. 이 안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USB 속에 가장 많은 것은 사진입니다. 대부분 최구식 의원의 의정활동을 찍은 것으로 이 USB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짐작케 합니다.
사진과 함께 저장된 문서들 대부분은 온라인 도박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당시 이와 관련해 발의되고 개정된 법안들이 정리되어 있는 건 물론, 온라인 도박 합법화를 위해 준비하고 알아봐야 할 자료나 접촉해야할 기관을 꼼꼼히 정리해 놓았습니다. 심지어 온라인도박업체에 대한 홍보자료까지 있습니다. 당시 김 목사와 함께 강 대표를 도왔던 임광빈 목사는 문건을 검토한 결과 이 문건들을 공 비서가 작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검찰조사 과정에서 공 비서 역시 자신의 업무수행능력에 대한 주변의 평가가 어떤지를 스스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저희 의원님은 며칠 저에게 일을 시켜보니 그런 사무 업무에는 전혀 소질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9급비서 직급을 줬습니다. 사실 수행비서들 사이에서도 제가 수행비서 격을 떨어뜨린다고 좀 따돌림을 당한 편입니다.
그렇다면 공 비서는 왜 이 문건들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민 변호사는 USB 속 문건들이 아마도 공 비서가 강 대표에게 제시한 범행의 대가였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필리핀에 있던 강 대표가 공 비서의 전화를 받고 망설임 없이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막상 범행이 드러나면서 공 비서가 혐의를 부인하자 혼자 죄를 뒤집어쓸 상황에 놓인 강 대표가 김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겁니다.
강 대표를 도와 윗선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에 김 목사가 소개한 변호사가 바로 민병덕 변호사였습니다. 당시 강 대표는 민 변호사에게 수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법정에서 그와 관련된 내용을 질의하기로 한 날 민 변호사는 갑자기 해임을 당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한 건 당시 수임료 비싸기로 소문난 법무법인의 변호사들이었습니다.
그 이후 강 대표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김 목사를 멀리했다는 겁니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배후가 있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였습니다.
그날 디도스 공격으로 투표소 검색이 안됐다는 것은 선거정보를 잘 아는 누군가가 설계한 은밀한 시나리오일 수 있다는 겁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서울시 투표소는 총 2206곳 그런데 그중 무려 305곳의 투표소가 갑자기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우린 선관위에 직접 투표소가 바뀐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습니다.
8월에 실시된 무상급식 찬반투표도 평일이었던 탓에 500군데가 넘게 변경됐던 겁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불과 두 달 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똑같이 평일에 치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305곳의 투표소가 바뀐 겁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투표구가 바뀌거나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불가피한 변경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당시 신인재 씨가 헤맨 끝에 간신히 찾았던 투표소는 주민 편의를 위해 갑자기 바꾸었다는 설명이 무색한 곳이었습니다.
다른 곳은 어떨까. 변경되었던 305곳의 위치와 실제 모습을 변경 사유와 일일이 대조해본 후 직접 찾아가 확인해봤습니다. 안내 없이는 찾아가기 어렵거나 투표소로는 적절치 않아 보이는 곳도 상당수. 심지어 선관위가 밝힌 변경 이유가 사실과 다른 곳도 있었습니다.
선관위 측은 그저 직원의 실수였다고 이야기합니다.
선관위조차 헷갈릴 정도로 대규모로 바뀐 투표소. 그렇다면 안내는 충분히 이루어진 걸까.
하지만 당시 시민들 대다수가 자신의 투표소 변경 사실을 몰랐습니다. 80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치른 유례없는 규모의 보궐선거에서 300곳 넘는 투표소가 변경됐다는 걸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술김에 우발적으로 공격을 지시했다는 공 비서가 어떻게 수백 곳의 투표소가 바뀐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걸까. 게다가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디도스 외에 다른 공격이 행해졌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선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당시 후보의 홈페이지까지 공격한 게 이상하다는 겁니다.
그날 선관위 홈페이지에 행해진 공격은 디도스가 맞는 걸까. 우리는 당시 범인들이 사용한 디도스 공격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날의 상황을 직접 재연해보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가상의 선관위 홈페이지를 만들어 정상 접속일 때의 상태를 확인한 뒤 당시 범인들이 사용한 프로그램을 이용,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주소로 입력한 뒤 대기 중인 좀비PC들에게 공격을 명령했습니다. 좀비PC 주인은 자신의 컴퓨터가 디도스 공격에 이용 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지만 선관위 홈페이지에는 이미 좀비PC들의 공격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홈페이지에 접속이 되지 않았던 겁니다.
그렇다면 똑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홈페이지 접속은 되지만 투표소 검색만 안되게 하는 것도 가능할까.
실제로 디도스 공격주소를 투표소 검색 게시판으로 바꾸고 똑같이 좀비PC에 공격명령을 내리자 홈페이지 접속은 가능했지만 투표소 검색은 불가능했던 겁니다. 하지만 디도스 외에 공격이 없다는 단정 역시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선관위가 이 정도 공격을 방어하지 못했다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따라서 당시 참여연대에서는 선관위에 기록 공개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당시 선관위는 왜 정보 공개를 거부했던 걸까.
이로 인해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특검까지 열렸지만 90일간 20억 원을 들여 100명이 넘는 인력이 동원된 특검의 결과는 여전히 공비서의 우발적인 단독범행이었던 겁니다.
그것이 지난 5년간 우리에게 알려진 선관위 디도스 사건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시사 주간지가 선관위 디도스 사건 당시 알려지지 않은 제 3의 인물이 있었다는 보도를 합니다.
당시 한나랑당으로부터 직접 의뢰를 받았던 해커를 만나 확인한 이야기라는 겁니다.
우리는 이 주장에 대해 박희태 전 의장의 입장을 물어봤습니다.
그렇다면 강 대표는 또 다른 해킹팀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까. 출소 후 그는 강남에 IT 관련 회사를 차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무엇을 하는 회사일까. 직접 만나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사무실 내부에서는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전 회사의 법인 등기에 나온 주소를 찾아갔습니다. 그곳엔 강 대표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강 대표의 행방을 알고 있을까.
강 대표가 출소한 이후 주변에 떠도는 묘한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소문은 사실일까. 공 비서를 만나 직접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의 행적을 찾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수소문 끝에 어렵게 연락이 닿았고 사건에 대해 묻자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자는 뜻을 밝힌 공 비서.
그렇다면 당시 범행을 부인하던 그가 박희태 의장의 보좌관 김 씨를 만난 후에 태도를 바꾼 건 왜였을까.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이야기 합니다.
윗선이 있다는 의혹 역시 지나친 억측이라는 겁니다.
통통정현이랑 같이 장 지지시면 되겠네요^^
그런데 김 목사가 들려준 또 다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강 대표 가족이 했다는 말이었습니다.
목숨을 담보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비밀.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다시 한 번 공 비서에게 진심으로 물었습니다.
당시 제기됐던 의혹은 크게 보면 한 가지 맥락이었습니다. “윗선이 있을 거다, 그 윗선이 디도스 공격을 위장한 다른 작전을 설계했을 거다, 그리고 그 작전을 선관위 내부자가 도왔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시 특검이 무려 50장이 넘는 보도 자료를 통해 밝힌 건 “윗선은 없다, 디도스 공격이 맞다, 선관위 직원의 직무유기는 있으나 내부공모는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검찰의 중립과 수사에 대한 헌신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만큼 그 결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당시 특검까지 열린 이유가 배후를 찾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수사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당시 수사기관이 작성한 6000장이 넘는 이 수사 기록들을 살펴보면 공 비서와 강 대표는 범행 당시 있던 장소부터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시기 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중요한 증거까지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합니다. 공 씨가 말한 양치기 소년보다 사실은 거짓말을 더 많이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김 목사의 말대로 이들이 4월에 당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의 캠프에 다녀왔다면 여름에 처음 만났다는 진술 역시 거짓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무엇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이었을까요. 이들이 선거에 개입한 것이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처음이었다는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요.
선거를 방해하기 위한 작전은 때론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기상천외하고 어이없기도 합니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 당시에도 국민들은 설마 선거에서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2011년 4월 경남 김해 을 재보궐선거. 거기에선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2011년 4월 27일. 경남 김해에서 치러진 선거는 마치 길고 어두운 터널 속에서 벌어진 숨바꼭질과도 같았습니다. 총 38곳의 선거구에서 실시된 2011년 4월 27일 재보궐선거. 그중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터는 경남 김해 을이었습니다. 당시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의원직을 박탈당한 최철국 민주당 의원의 자리를 두고 벌어진 여야의 접전.
총리에서 낙마한 뒤 재기를 노리던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와 범야권 후보인 국민참여당의 이봉수 후보가 맞붙었고 당시 대선출마를 선언했던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매일 아침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할 정도로 사활을 걸었던 선거였습니다. 당시 이들이 주로 서있던 곳은 바로 창원 터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권자의 41%가 사는 장유 신도시는 야권지지 성향이 강했던 만큼 이곳의 투표율이 선거의 변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보궐 선거날은 휴일이 아니다보니 이 지역 유권자 중 상당수가 창원터널로 출근했다가 투표 마감시간 전에 돌아와야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창원 터널을 막으면 장유 신도시의 투표율이 낮아져 김태호 후보 측이 유리할 거란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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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HU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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