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눈은 나하고 숨바꼭질 하려고 작정했나보다.
여러 번 눈이 왔다지만 내가 잠든 시간에 몰래오니까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는 만날 수가 없다.
매일 아침 금천구 시흥동 남편 사무실을 다녀오는데
가끔씩은 지나는 길 근처에 있는
안양 예술 공원(옛 이름- 안양유원지)으로 들어가 자판기커피를 마시며 놀다 오곤 한다.
바로 옆 산자락 밑에는 갈멜산 기도원이 있고
고아원과 노인요양병원이 한 울타리 안에 들어있다.
자연 그대로의경치가 매우 아름다운데다가 각종 산새들의 모임이 끊이지 않는 곳!
무의탁 노인 환자 100명이 입원해 있는 그 병원 로비엔 내가 존경하는 시인님의
< 행복 기쁨 희망 >이란 시 가 크게 걸려 있어 오가는 사람들을 밝고 소망 있게
만들어 준다.
난 오늘 아침도 내린 눈 때문에 조금은 조심하면서 예술 공원으로 차를 끌고 들어갔다.
들어서는 순간 내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눈꽃들!
나뭇가지위에, 소나무위에 올라앉아있는 그 아름다움~
도로변의 나무들 위의 눈은 그리 아름답지도 않고 녹고 있지만 이곳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난 자주 듣는 FM 93.9의 음악을 들으며 커피 향을 마셨다.
이럴 때 또 이쁜 내 친구들 생각이 난다.
이 좋은 시간을 함께 했으면 하고.
아주 오랜 옛날 우리 고향 산 에서 짐승 우는 무서운 소리 들리던 때
남산의 도깨비불이 무서워 밤에는 밖에 나갈 생각도 못했던 아주 어린 시절,
황토 흙 바른 부뚜막, 시커멓게 그을린 부강지, 끝은 타 버린 지팡이 같은 부집개 <부지깽이>
내가 동생들과 방에서 볶아치고 싸울 때 울엄마가 부엌에서 쫒아와 야단치실 때는 부지깽이가 손에 꼭 들려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매를 맞은적은 없었다.
물동이안의 살얼음을 손으로 건져먹다 혼난 일
어린 우리들 손가락을 찢어놓으려는 듯 착 달라붙어 무서웠던 쇠로된 문고리......
땅 속에 묻어놓은 항아리 속 얼음 섞인 김치의 찡 한 맛!
우리 집엔 없었지만
황토로 된 방바닥위의 지직 냄새가 흙냄새와 어우러졌던 기억들
우리 큰 아버지 댁 에서는 할아버지와 큰 아버지께서 짚으로 가마니를 짜셨고
새끼를 꼬으시는것이 겨울 일과였다.
나도 새끼는 잘 꼬지만 왼손잡이라 외로 꼰다.
지금은 가마니도 멍석도, 새끼줄 조차도 필요 없는 시대가 되어 구경하기도 힘들고
고향냄새인 지푸라기 냄새도 잊혀져간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커피를 마시고
나오는 길에 오른쪽으로 < 솔향기 산내음> 이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숯불갈비 집 이었다.
찻 집 이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첫댓글 어떤 것이든 보면 글이 되고 .시가되고. 향수에 어우러진 친구의 마음은 너무 고은 마음 이이다. 더 많이 늙어져도 그 아름다운 마음은 영원하기를........
부뚜막, 부지깽이 정감있는 시골풍경에 잠시 향수에 젖어들게 하는구나 친구야..오늘처럼 살포시 눈내린 날에는 앞산 뒷산에 아름다운 시골풍경이 그리워지지...밤이면 화롯불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고구마 구워먹던추억이 그립기도하구......
화로땜에 난 골이(머리) 아픈날이 많았지만 화로속 재를 갖고 노는것도 내겐 큰
거움이었단다.그땐 게보린이 없는 때이고

그걸 불머리 났다고. 했잖아..
잿불에는 고구마를 구워 먹는게 일품이거든~~~숫불화로를 방에들여놓으면 머리아프다고 화로에 소금을 뿌리는것을 보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