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 토요일 맑음.
어제 먹은 삼사가(양고기 군만두)때문인지 배탈이 났다. 그래도 아침은 먹기로 했다. 오늘의 미션은 카작을 떠나 키르키즈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침 식사가 8시가 아니라면 일찍 출발 했을 텐데, 기다리는 사람도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어 여유로웠다. 8시에 식당으로 갔다. 메뉴에는 죽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밥도 아닌 먹기에 알맞은 곡물 죽이 있어 배탈 난 속에 도움이 되었다. 화려한 식사는 아니지만 소박하고 충실한 음식들이었다. 소세지와 계란 쥬스 등 깔끔하고 풍성했다. 구수한 소세지와 곡물 죽이 카작 스타일 인 것 같다. 해는 벌써 중천에 떠있는 기분이고 날은 덥다. 배낭을 메고 체크아웃을 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었다. 이틀 전 보다 많이 적을 되고 편했다. 좀 알만하면 떠나는 것이 여행이다. 141번을 타려고 목적지 사이핫(버스터미널)을 물으니 친절한 남자 차장이 106번을 타라고 알려준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친절과 진실이 보여 106번을 타고 갔다. 외국인이라야 우리밖에 없으니 승객들이 알아서 우리 내릴 곳을 알려준다. 일단 알려주는 대로 내렸다. 철길이 도로 중아에 있고 건너편에 버스정류장 건물이 보인다. 어제 확인했던 장소가 아닌 것 같다. 지도에서 확인해 보니 어제와 같은 장소 인데 반대편에서 내려준 것 같다. 알마티 시내의 동소남북이 아직도 햇갈린다. 큰 길 가에서 내리자마자 들려오는 소리가 반갑다. 이곳에서 키르키즈의 수도 비쉬켁으로 가는 택시들이 손님을 모으고 있다. 자가용으로 손님을 모아 인원이 차면 출발하는 형태다. 이런 차들이 많다. 이 곳 주민들도 이런 형태를 이용해 이동하고 있었다. 우리는 벤츠 승용차 구형을 타기로 했다. 회색에 차 넘버가 B7101P 이다. 사람이 5명 채워지면 출발이다. 두당 2500T(2만원)이다. 아가씨 한명과 먼저 와서 기다리던 아주머니 두 분과 함께 출발한다. 잠시 시내를 달리다가 알마티 외곽으로 나와 달린다. 속도를 엄청 낸다. 오래 된 차라 에어컨이 고장이다. 창문을 열고 달리니 더욱 빨리 가는 것 같다. 이렇게 점 하나 찍고 카작을 떠난다. 도로 양 옆에는 가로수도 보이더니 알마티와 멀어지면서 가로수와 가로등도 사라지고 정비된 꽃들도 보이지 않고 넓던 도로가 좁아진다. 새로 황량한 벌판이 등장하면서 무한히 직선으로 뻗은 도로가 나온다. 그래도 하늘은 변함없이 파랗고 기온은 내릴 줄 모르게 뜨겁다. 처음으로 비쉬켁이라는 글이 표시된 이정표가 나온다. 오른쪽은 ulguli, 왼쪽은 ungurtas, akkajnar 이라는 표지판이다. 몽골 고비사막이 연상되는 열기다. 한 번도 쉼없이 달려간다. 비쉬켁 78km라는 표지판을 보니 반갑다. 차는 서둘러 꼬르다이(korday border) 국경에 도착했다. 약 250km를 달려 온 것이다. 국경은 휴가철이라서 인지 엄청 차가 밀려 꿈쩍을 하지 않는다. 운전기사가 걸어서 상황을 보고 온 후에 다시 차를 돌려 달리기 시작한다. 동쪽으로 꺾어 들어가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다니는 차는 거의 없다. 공사주인 도로에 먼지가 엄청 날린다. 창문을 열 때 면 덥기 때문이고, 닫을 땐 먼지 때문이다. 30여분을 달려 다른 국경에 도착했다. 한가하고 작은 규모의 국경이다. 내려서 출국신고 도장을 받고 다시 차를 탄고간다. 다시 내려 걸어가서 입국신고. 드디어 키르키즈에 들어섰다. 택시 기사의 순발력으로 시간을 많이 절약한 것 같다. 키르키즈에 들어서니 우선 나무가 많다. 들판의 초록도 많다. 건조하고 더운 것은 비슷하다.
-------------------------------------------------------------------- 이제는 키르키즈스탄이다. 왠지 카작 보다 더 풍성해 보이고 수월할 것 같은 좋은 느낌이다. 거리의 모습은 스탄으로 카작 이나 키르키즈 나 별다른 것이 없어 왜 국경을 갖고 분리되어 있는지, 무엇이 다른지 이해하기 어렵다. 키르키즈는 국토의 대부분이 산이어서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 불린다. 이 나라는 키르키즈인이 48%, 러시아인이 26%, 우즈벡인이 12% 등이다. 키르키즈 전역에 수 십 개의 민족이 있어 갈등과 분쟁이 잇달아 일어나는 나라란다. 아들의 친구 의진이가 비쉬켁 국제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것 외에는 별로 아는 것도 없고 아는 것이 없으니 보이는 것도 별로 없다. 키르키즈는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했다. 2005년에 튤립혁명으로 아카예프 대통령이 물러났고, 쿠르만베크 바카예프가 대통령에 취임했다. 2010년에는 경기침체와 정부의 언론통제로 수도 비쉬켁을 중심으로 야당 측에 의한 반정부 운동이 격화되어 야당세력이 대통령궁을 점거하였다. 전 외상 로자 오툰바예바가 임시정부 수립을 발표했다. 2012년 9월에 키르키즈의 3정당이 새 연정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전해지는 말로는 스탄 국가들 중에서 제일 개방적이고 제일 민주적인 나라라고 한다. 국토 전체의 40%가 해발 3000m를 넘는 산지다. 국토는 동서로 길고 중국 국경에는 텐산 산맥이 자리 잡고 있다. 남쪽에는 타직으로 파미르 고원이 펼쳐져 있다. 국토의 중앙과 동서로 산맥이 펼쳐져 국토는 수많은 협곡으로 갈려진다. 최고봉은 중국 국경에 우뚝 솟은 포베티산(승리봉 7439m)이다. 호수 표면이 해발 1600m의 이시쿨 호수는 동서로180km, 남북으로 60km, 둘레가 700km에 이른다. 기후는 사막이 없고 거주하기 적절한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다. 75%가 이슬람교, 25%가 러시아 정교로 분포되어 있다. 붉은 바탕에 노란색 태양이 그려져 있는 국기는 붉은 색은 용기, 노란색 태양은 평화와 풍요로움을 의미한다. 40개의 햇살은 40개에 이르는 키르키즈 족을 나타내며 햇살의 반은 시계 방향, 햇살의 나머지 반은 시게 반대방향을 하고 있다. 노란색 태양 안에는 세로줄로 이루어진 두 세트의 선으로 교차하고 있는데, 이는 키르키즈의 유목민들의 전통적인 천막인 유르트를 의미한다. 아는 것이 없으니 일단 목표점을 이시쿨 호수, 비쉬켁, 오쉬로 잡았다. 차는 비쉬켁의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터미널이라고는 하지만 택시 호객꾼들이 더 많고 대형 버스는 찾아보기 힘들고 제일 큰 차가 15인승인 돌무쉬(마르슈르트까)다. 여기서 차를 타고 이시쿨 호수가 있는 촐폰아타로 가서 숙소를 찾기로 했다. 촐폰아타행 마르슈르트까는 506번이고 요금은 두당 250솜이다. 택시는 600솜을 부른다. 여기까지 오면서 커다란 교통사고를 2건이나 봐서 차를 타기가 겁난다. 쭉쭉 뻗은 도로에 낡은 차들이 시간에 쫓겨 달리다보니 교통질서도 엉망이다. 일단 점심을 먹고 움직이기로 했다. 터미널에 이쓴 식당에 들어갔다. 말이 통해야 음식을 주문하지...... 할 수 없이 옆 식탁에서 먹고 있는 만두 2개와 볶음밥을 시켰다. 볶음밥은 1접시인데 만두는 2개가 아니라 2접시가 나왔다. 아내는 갑자기 성질을 낸다. 놀랬다. 예상한 만두는 2개인데 10개가 나온 것이다. 더위 때문에 피곤해서인지 아니면 갱년기인지 아내의 높은 언성에 기분이 상했다. 접시 하나를 취소하고 싶었는데 안 된단다. 그냥 대충 먹고 나머지는 싸달라고 했다. 볶음밥도 기름이 너무 많아 먹기가 힘들었다. 기름에 말아 먹는 기분이다. 만두도 피가 두껍고 양고기 기름이 많아 한 입 물면 기름이 줄줄 흐른다. 버릴 수 없어서 만두를 싸들고 촐폰아타 행 버스를 탔다. 차는 손님이 가득차야 출발한다. 그럭저럭 손님이 가득차고 출발한다. 도로도 좋지 않은데 무섭게 달려간다. 평지를 달려가더니 이제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시쿨 호수가 해발 1800m 높이에 있으니 이해가 된다. 흘러내려오는 급류를 옆에 끼고 지그재그로 공사 중인 길을 올라간다. 차들도 많다. 위험하다는 생각 밖에 안날정도로 차는 달린다. 주변의 경치는 산이 험해지고 나무도 없는 날카로운 지형들이다. 계곡물도 거칠게 흘러 탁하다. 차는 중간 휴게소에서 잠시 멈추었다. 약수 물도 나오고 옥수수 파는 사람도 있다. 작은 가게와 식당도 있다. 화장실 표시도 남자와 여자가 특이하다. 화장실도 유료다 3솜씩 받는다. 손을 씻고 나오다가 코를 만져보니 코피가 난다. 멈추지 않고 줄줄 샌다. 화장실 돈 받는 이가 휴지를 준다. 휴지로 코를 막고 나왔으나 멈출 생각을 않는다. 지형이 높고 건조해서 코의 점막이 터진 것이다. 몽골의 고비사막에서 코피가 터져 죽을 뻔 했던 일이 생각난다. 겁이 나서 코를 세게 눌러 막았다. 비린 코피가 목으로 넘어간다. 차가 출발했다 다행히 목으로 넘어가던 피가 멈추었다. 놀라고 겁나는 순간이다. 건조한 고지대에서는 코피가 잘 터진다. 조심 해야겠다.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른편에 펼쳐진 호수와 호수 끝에 이어지는 하얀 설산이 호수와 함께 간다. 참 멋진 풍경이다. 멋진 경치에 눈이 점점커지고 버스의 위험한 질주와 꽉 찬 승객들의 불편함도 잠시 잊는다. 촐폰아타에 내려야 하는데 승객들이 모두 내리지 않아 그냥 앉아 있다가 몇 km를 더 가고 말았다. 친절한 기사 아저씨는 다시 돌아 우리를 촐폰아타 중심가에 내려 주었다. 촐폰아타는 도로변에 발달한 작은 도시로 아래에는 호수를 접하고 있다. 도로변을 걸을며 숙소를 찾았다. 호텔이라는 단어도 통하지 않았다. 일단 키르키즈 돈이 없으니 환전을 했다. 거리에는 환전상이 많다. 날이 어두워진다. 키르키즈어로 숙박시설이‘꼼낫’이라고 메모해 온 것이 생각났다. 꼼낫 이라고 말하니 잘 통한다. 작은 환전 가게 앞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전화를 걸어 숙소를 알아봐준다. 잠시 후에 꼬마 삐끼가 달려와 우리를 숙소로 안내해 간다. 호수 주변에는 숙소가 많았다. 주로 단체 손님들이다. 꼬마가 안내해준 낡은 집은 방이 많았다. 2인실 방을 보니 그런대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방에는 달랑 침대 하나 밖에 없다. 초록색 칠을 한 베니다 판 문에 분홍색 칠을 한 벽에 푹 꺼지는 침대다. 갑자기 모기가 걱정된다. 화장실과 세면대는 밖에 있다. 그래도 뜨거운 물이 나온다. 350솜 부르는 것을 300솜에 자기로 했다. 삐끼 꼬마는 약간의 용돈이 생겼나보다 신나게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날이 금방 어두워진다. 점심때 먹던 만두를 저녁으로 했다. 식은 만두에 복숭아다.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나니 좀 개운하다. 아내와 후레쉬를 들고 동네를 둘러본다. 가로등이 없어 길이 어둡고 걷기 힘들다. 어두운 밤이라 방향을 알기 어렵다. 꼼낫 이라고 쓴 작은 숙소 간판만 희미하게 몇 개 보인다. 개짓는 소리도 크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밤새 울려대는 음악소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우리의 목적지 촐폰아타에 무사히 와서 누워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걱정했던 모기가 있다. 불을 켜고 모기약을 뿌렸다. 한국에서 준비해 온 모기약이 있어 다행이다. 냄새는 나지만 맘이 편하다. 10여 년 전 마산에 살 때, 설을 맞아 서울에 다녀오다가 큰 눈을 만나 경북 현풍부근에서 길이 막혀 마을 여관에서 자던 생각이 난다. 비슷한 집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