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추위가 소한 추위를 못 따라 간다고 하더니만
웬 일 인지 이번만큼은 속설을 뒤집는다.
대한 형님이 압승을 거두고 있고 눈발까지 곁들여 펄펄 내려주니시
이틀 동안 뜨락의 눈은 물론 차량이 다닐 수 있을 만큼 도로 정비하느라
마당쇠 고생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치워야 하는 이유는 아시는대로 찾아들 발길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딸에게서 날아 들 택배를 가져올 차량이 힘들게 올라올까 염려되어서도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쥔장 모르게 마당쇠님께서 벽난로를 새로 구입한 관계로 -엊그제 털어놓더라만-
무거운 벽난로을 들고 올 차량이 진입하지 못할까 싶어 기를 쓰고 눈을 쓸었지만
결국엔 이웃들을 동원해 마을회관까지 가서야 받아올 수 있었다.
그 주물 난로, 무게가 장난이 아니어서 원래는 네 명의 장정이 들어야 한다는데 아쉽게도 세명이서 하려니
뜨락에서 거실까지 이동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왜냐하면 계단, 계단이라는 놈이 사단인 거다.
그 무거운 주물 난로를 리어카에 간신히 들어올려 이동하고 겨우 계단을 올라왔는가 싶었더니
현관문 앞에 떠억 허니 버티고 있는 또 다른 계단 앞에 장정들도 헉헉....헉.
좌우지간 우여곡절 끝에 난로가 무사히 거실로 이동 완료를 하고나서도 한참동안 조립을 하고 완성해내니
겨울이면 누구보다도 사랑받던 두눈 박이 벽난로가 자리를 비켜주게 되었다.
아, 겨울 밤의 극치인 군고구마와 무설재표 김장 김치의 궁합은 아무래도 더 이상의 별미로 존재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 슬픈 예감은 언제나 맞는다는 것 아시죠?
이제는 딸내미가 엄청 사랑하였던 군고구마를 제대로 구워주는 벽난로와는 작별을 하고
새로운 난로에 정을 들일 시간이지만 무설재 신선은 이미 사랑에 빠진듯 하다.
벌써부터 "좋지? 지난 벽난로 보다 따뜻하지? 하루 종일 불을 피워도 장작이 덜 들어간다는데 좋지?
난, 장작이 덜 들어가서 좋기만 하다니까..그놈의 장작 패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안다. 왜 모르겠는가.
그냥 한 트럭 사서 장작을 손질하는 것도 어려운데 산에서 간벌을 하여 간간이 틈 나는대로 끌어내려 오고
다시 장작을 쪼개고 쏘시개로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안다.
헌데 그것 아시지?
십년을 넘도록 애지중지 하며 사랑을 나누던 벽난로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어찌나 가슴이 썰렁하던지
암튼 사람이나 물건이나 너무 정을 들이면 안되는 것인데 참 그렇다.
그러나 어쩌겠는가...제 운명이 그러한 걸.
그동안 수고했다는 기념 사진 한 장 찰칵 날려주시고 그대로 뒷전으로 물러나게 된 벽난로를 대신해
새로운 신입생 주물 벽난로가 자리를 잡는데는 이웃들의 도움이 컸다.
마당쇠 혼자 하려고 했다면 언감생심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이웃 덕분에 설치 완료.
그리고 그들의 힘을 빌려 간단히 사용 방법을 배우고 하루 종일 새 것이 풍기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장작을 마구 마구 집어 넣고 불을 피우는데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그야말로 새로 칠해진 안료 냄새 때문에 정신을 못차리겠는거다.
그래서 온 집안의 창문이라는 창문을 죄다 열어야만 했는데 엊그제 찾아든 발길 덕분에 감기 기운을
살짝 건네 받은 쥔장은 전날에는 꼼짝 못하고 드러 누워 오한에 시달리다가 간신히 몸을 추스리게 되었나 싶었더니
웬 걸 이젠 대놓고 엄동설한에 창문 열어놓기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니
아이고 내가 못 살아 비명이 절로 나온다.
벽난로가 바뀌게 된 사연인 즉은 이렇다.
무설재가 자리한 노루목골 동네에서 벽난로라고는 무설재 밖에 없었는데 언제 부턴가 이웃들이
너도 나도 벽난로를 설치하게 되면서 작고 단단해 보이는 주물 난로가 온 동네를 주름잡기 시작했다.
사실 안성으로 이사를 오자마자 가장 먼저 벽난로를 설치하였던 것은 무엇보다도 전원 생황의 꿈이자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서이니 십여년 전에도 꽤나 비싼 가격을 치르고 구입한 벽난로에 대한 사랑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워낙 장작의 소요가 많고 십년이 넘도록 제 역할을 다해 왔으니 쉴 기회를 주는 것도 마땅하다 싶어
벽난로를 교체하게 되었지만 그 뒤의 야료, 이웃들이 꼬드겼을 것이다.
편하게 사시라, 장작이 덜 든다, 따뜻하다, 거실 분위기가 달라진다 등등 이지만 어쨋든
설치하고 나니 마음에 쏙 들기는 했다.
일단은 덩치가 작아서 보는 눈이 부담스럽지 않고 무엇보다도 장작이 덜 들어가 마당쇠의 힘듬이 조금은
덜어질 것 같아서도 좋고 아침에도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어 춥지 않다는 말이니 좋고
판화가 이성구씨 말마따나 이전 벽난로에 불을 지피기 위해 미리 말려놓을 심산으로 장작을 늘어놓았던 것에 비하면
많은 장작이 필요치 않은 덕분에 거실이 너저분해 보이지 않아서도 좋다.
어쨋거나 온갖 생쇼를 해가며 벽난로를 설치하였고 아직 며칠은 새것의 날 냄새를 없애기 위해
창문을 간간이 열어놓아야 하겠건만 그놈의 산성눈, 미세 먼지 때문에 창문을 열지 말라고 하니
이 답답함을 어찌 하면 좋을까 싶긴 하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였건만 이제 아쉬운 작별을 고하게 된 과거의 벽난로,
조금은 서운하지만 자신의 본분과 역할을 다하고 사라지는 아름다움이 옛정으로 남게 될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 상황도 변하는 법이고 여건과 기회가 만들어지면 또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하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겨져야 하는 법이니 낡음과 새로움은 동시다발로 존재한다는 것 쯤은 아실 터
주물 난로 하나 들여오면서 온갖 상념....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질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
와중에 출판 문화 미디어 그룹 "이답" 정현미 대표로 부터 쥔장이 좋아하는 토종꿀 선물과
편지 한통이 날아들었다.
고마운 일이다.
첫댓글 덕분에 좋은 젊은이들을 만났어요.
이답출판사의 열정적인 젊은이들...ㅎ
ㅎㅎㅎㅎ 모처럼 인사동엘 들었다가 찾아들었더니 마침 이답에 가셨더라구요.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열정과 의지는 끝내주는 젊은이들이니 서로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고
더불어 좋은 인연도 소개해 주시면 금상첨화겠습니다.
참, 인연이란 알 수 없는 거죠?
인사동엘 가면 찾아들게요.
고생은 많으셨어도 앞으로 누릴일이 더 길테네 잘하셨네요.
난 고구나 한번 먹어봐서 맛도 기억 안나니 뭐 그런데 그 맛을 기억하는 식솔들은
그 점이 가장 아쉬우실듯~! 하지만 나무하는게 얼마나 힘들 일인지 엄두도 못내는
우리로서는 신선님의 고충이 이해됩니다. ㅎㅎㅎ
불빛이 보여서 분위기가 더욱 따뜻해 보입니다 크기와 무게는요 ? 얼마 드렸는지 궁금합니다
어느회사 제품인지요 ~ 놓으려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 참고 하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