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간이 답을 찾아가는데 필요한 명료한 과정을 만드는 일이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수학자 김민형 교수는 수학은 수로 계산하는 학문이 아니라 수 없이도 생각으로 충분히 세상의 문제들을 파헤칠 수 있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일상의 문제에서 정답부터 찾기보다 '먼저 좋은 질문'을 던져보라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수학적 사고'라고 말한다. <똘배쌤의 수학역할극>의 저자 이영배 교사도 수학을 답을 찾는 교과가 아닌 실생활에서 생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교과로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친숙한 학습 방법인 '역할극'을 도구로 학생을 직접 참여시키는 학생 중심 수업을 실천하고 있다.
<똘배쌤의 수학역할극>에서는 2학년에서 6학년까지 영역별로 실제 수학역할극 대본을 제시하고 있다. 수학역할극 수업의 근간은 하브루타 방법이다. 하브루타는 친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같이 공부하는 토론 짝, 공부 짝을 말한다. 이영배 교사는 수학역할극 대본을 친구들끼리 직접 작성하게 한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직접 대본을 짜보게 한다. 짜여진 대본대로 짧게는 5분내로 실연한다. 몸으로 직접 표현하게 하고, 그 속에서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든다. 결국 궁금증이 문제해결로 연결된다. 유대인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둘씩 짝을 지어 공부하는 것처럼 수학역할극은 혼자서 문제를 푸는 수업이 아니라 함께 질문을 하고 듣고 그 내용 중에서 또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하브루타의 어원이 '친구'라는 점은 깊게 생각해야 할 점이다. 경쟁이 아니라 '함께' 공부해야 한다. 짝이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토론의 대상이 되어 생각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친구가 되어 주어야 하고, 학교에서는 옆에 있는 동료가 나의 토론 친구가 되어야 한다. 공교육의 수업도 많이 바뀌었다. 지식 전달 중심의 수업에서 질문을 던지고 함께 토론하는 수업으로 바뀌었다. '하브루타'라고 불리는 교육법은 질문과 대답이라는 상호 작용 속에서 지식과 지혜를 나누는 데 중점을 둔다. 이제 함께 읽는 공독(共讀)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스라엘의 공부법 '하브루타'가 공독(共讀)의 유형이다. 공독이 무엇인가? 혼자 읽고 마는 개인독서가 아니라 함께 읽고 각자 생각을 나누는 토론식 독서법을 말한다. 공부도 함께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역할극을 활용한 수학 공부법은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할극으로 수학을 도입하다보면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도구도 될 수 있겠다. 나 자신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힐링의 도구도 될 수 있다. 역할극을 직접 몸으로 표현하다보니 보이지 않는 마음을 눈에 보이도록 해 주는 안경이 될 수 있겠다. 표현 활동 없이 바로 수학 수업을 진행하는 것과 수학과 관련된 표현 활동을 하고 나서 수학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끝으로, 수학역할극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는 수학적 사고를 스스로 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일상에서 수학적 사고가 중요한 이유를 미래의 자동차인 자율주행 자동차에 빗대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들어갈 프로그램은 위험한 상황에서 컴퓨터가 자동으로 판단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 필요한 데이터를 사람이 기계에 주입을 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내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은 사람들의 수학적 사고에 달려 있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