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커피의 매력>
송길원 목사
산사(山寺)의 푸른 자연과 고풍스러움은 불교의 매력이다. 거기다 풍경과 종소리는 어떤가? 산사에서 듣는 바람 소리는 구도자의 마음을 가라앉힌다. 오죽하면 ‘소리 공양(供養)’이란 말이 다 있을까. 거기다 풀향과 차향(茶香)이 코를 자극한다. 시멘트가 아닌 흙 마당을 거닐 때의 발끝에 느껴지는 감각은 형용키 어렵다.
시각-청각-후각-촉각을 넘어서 미각까지 자극한다. 바가지로 퍼 마시는 생수 맛은 등골까지 시원하게 한다. 거기다 발효 식품들이 강남의 대형마트까지 점령한지 오래 되었다. 강남의 웬만한 중산층의 밥상에는 절 반찬이 몇 가지쯤 자리 잡고 있다. 건강식이어서다.
이처럼 불교는 정확하게 인간의 오감(五感)을 파고든다. 거기에다 산사체험의 ‘템플스테이’도 있다. 템플스테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외국인 관광객에게 전통문화 체험 및 숙박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불교조계종이 손잡고 시작한 국고 지원사업이었다. 해외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도 스스럼 없이 절을 찾아 나선다.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은 템플 스테이는 국민 정신건강까지 파고 든다. 예불과 명상이 있다.
가톨릭도 오감만족이 있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시각을 사로잡고 그레고리안 찬트(Gregorian Chant)가 청각을 흔든다. 성체성사와 축성 수, 분향단(焚香壇)의 향 뿌리기가 그렇다.
가끔 나는 하나님이 주신 오감을 느끼지 못하고 누리지도 못하는 기독교인들은 목각인생이 아닌가 여길 때가 있다. 설교의 대가 스펄전도 말했다. 우리의 설교가 오감을 자극해야 한다고. 어디 설교뿐일까? 교회를 찾고픈 마음을 먹게 할 수는 없을까? 나에게는 영원한 숙제였다.
그러다가 문득 커피를 떠올렸다. 대한민국은 이미 ‘커피 공화국’이 된지 오래다. 2020년 기준, 커피 수입량은 16만 6000t이다. 잔으로 환산하면 한 사람당 353잔 정도다. 세계 평균이 132잔이니 다른 나라 사람들의 세 배나 많이 커피를 마시고 사는 셈이다. 시장 규모는 연간 6조 원 정도다. 그중 스페셜 티의 규모도 1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카페만 전국에 10만 개가 넘는다. 거기다 교회 카페와 홈 카페까지 합치면 대체 얼마나 될까?
카푸치노,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카페모카, 카페라떼...에 이어 ‘메멘토 모리’ 커피를 출시해 볼 마음을 먹었다. <메멘토모리 기독시민연대> 운동을 펼칠 때다. 장례식장에 등장하는 영원한 궁민메뉴 ‘육개장’과 ‘오징어’ ‘땅콩’ 거기다 그놈의 ‘사이다’ ‘콜라’의 틀을 깨보고 싶어서였다.
빈센트 반 고흐가 오늘날 차상위 계층인 광부, 천민, 가난한 이들에게 커피 성찬식을 베풀었던 것처럼 나는 ‘메멘토 모리’ 커피로 죽음을 묵상해 볼 수 있기를 희망했다.
지금은 장례식장에서만이 아닌, 사순절 기간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마시는 커피로 서서히 자리 잡아 가는 중이다.
※ 몇 번의 실험 끝에 새롭게 출시된 메멘토 모리 커피. 뒷면에는 커피의 의미를 새겼다.
Christ
Offers
Forgiveness
For
Everyone
Everywhere.
(그리스도께서는 어느 곳의 누구라도 용서하십니다.)
이어 커피정보와 함께 누군가에게 친필로 내 마음을 새겨 전하는 선물이 되도록 디자인되었다.
오늘 청란교회는 커피 장인을 초대, ‘커피 스토리’와 커피 체험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