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자전거 여행의 쉼표
국수역 두바퀴 휴게쉼터
“자전거 여행의 천국, 달려라 양평!”
남한강 자전거길 개통 이후 양평군이 내놓은 관광 슬로건이다. 며칠 전에는 자전거 페스티벌도 열었다. 수많은 자전거 라이더가 몰려들자 양평을 관통하는 자전거길 곳곳에 크고 작은 쉼터도 생겨났다. 그중 최근에 문을 연 국수역의 두바퀴 휴게쉼터가 주목할 만하다.
남한강 자전거길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평이한 루트로 되어 있다. [왼쪽/오른쪽]기찻길에서 자전거길로 재탄생한 북한강철교 / 국수역 두바퀴 휴게쉼터 국수역 앞 코레일 자전거 대여점
두바퀴 휴게쉼터는 국수역을 빠져나와 2~3분만 걸으면 그 모습이 보인다. 국수역에서는 잘 보이지 않으니 출구 쪽에서 왼쪽으로 살짝 걸어와야 한다. 4월 중순에 문을 연 두바퀴 휴게쉼터는 여느 쉼터와는 조금 다른 개념의 정식 쉼터다. 국수2리 이장님과 자전거길 지킴이단의 제안을 시작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양평군청의 지원을 받아 완성됐다. 문체부의 지원을 받은 자전거길 쉼터 1호점인 셈이다.
운영 역시 마을 주민과 자전거길 지킴이단이 주체가 된다.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사회에 이익을 넘기는 비영리단체인 것. 1호점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각 지역에 2호점, 3호점도 속속 문을 열 예정이다.
[왼쪽/가운데/오른쪽]두바퀴 휴게쉼터 2층에서 내려다본 1층 / 두바퀴 휴게쉼터의 자전거 주차장 / 음식이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두바퀴 휴게쉼터의 야외 테이블
컨테이너 박스가 라이더들의 쉼터로
두바퀴 휴게쉼터는 웬만한 편의시설은 다 갖췄다. 라이더에게 가장 중요한 바이크 샵을 중심으로 양쪽에 편의시설이 포진해 있다. 컨테이너 박스를 재활용한 건물이 깔끔하고 세련되면서도 라이더들이 이용하기에도 편하다. 1층에는 다양한 편의시설이, 2층에는 국수역을 오가는 기차와 전형적인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다과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1층의 바이크샵에서는 펑크 난 자전거 바퀴를 수리하거나 교체할 수 있고, 간단한 이상도 문의할 수 있다. 주로 먹을거리를 파는 쉼터만 있는 이즈음의 자전거길에서는 무엇보다 요긴한 시설이다. 국수역 인근을 지날 때는 멀쩡한 자전거도 다시 볼 일이다. 타이어 수리비는 5,000원부터이고 타이어 교체 비용은 1만 원부터다.
조만간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바이크텔도 설치할 예정이며, 곧 자전거 대여 사업도 진행한다. 팔당과 양수의 바이크 샵과 손을 잡고 국수나 양수, 팔당 어디서든 빌리고 반납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대여료는 오전만 빌리면 1만 원, 종일 빌리면 1만 5,000원 선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대여지와 반납지가 다를 경우에는 픽업비로 3,000원 정도의 추가 운임을 받을 계획이다. 이 역시 수익은 쉼터의 운영유지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역주민에게 돌아간다. 향후엔 자전거길 인증센터의 역할도 겸할 것이라 한다.
[왼쪽/오른쪽]자전거를 수리할 수 있는 두바퀴 휴게쉼터의 바이크 샵 / 바이크 샵에서 펑크 난 타이어 수리를 맡긴 라이더들 [왼쪽/오른쪽]두바퀴 휴게쉼터 2층에 마련된 실내 테이블 / 오가는 기차를 볼 수 있는 두바퀴 휴게쉼터 2층의 야외 테이블
국수역 자전거 쉼터에서 국수 한 그릇
그 외 먹을거리도 두루 갖추고 있다. 간단한 스낵과 음료수 등을 파는 편의점이 있고, 그 옆으로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팥빙수 등을 파는 작은 커피숍도 있다. 지역 특성을 살린 칡즙 메뉴도 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라이더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줄 식당도 운영한다. 주메뉴는 국수류다. 국수역이라는 상징성을 살려 몇 가지 국수 메뉴를 내놓는다. 사골국수, 잔치국수, 비빔국수가 있는데 운동하는 사람들의 허기진 배를 생각해 양이 푸짐하다. 공깃밥은 서비스. 잠시의 여흥을 위해서는 양평 하면 떠오르는 지평막걸리에 감자전이나 파전을 먹을 수도 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것이니만큼 무엇보다 위생이 믿을 만하다. 야외 테이블에서 주변 경치를 즐기며 식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쪽에는 지역 농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는 천막도 마련해두었다. 이 일대인 양서면 국수리에서 나는 각종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버섯작목반이 있어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상황버섯 등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계절에 따라 부추, 상추, 고추 등의 채소류를 비롯해 감자, 고구마 등의 작물도 내놓을 예정이다. 지역주민에게는 수익을 주고 여행자들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마트보다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왼쪽/오른쪽]양평의 지평막걸리와 환상 궁합인 두바퀴 휴게쉼터의 파전 / 국수역 두바퀴 휴게쉼터의 비빔국수
흘러라 남한강, 달려라 양평
국수역을 중심으로 뻗어 있는 남한강 자전거길은 어느 쪽으로 가도 남한강을 끼고 이어진다. 신원역을 거쳐 세미원과 두물머리가 있는 양수역 쪽은 초보자들이 오가기 편하고, 양평역을 거쳐 이포보까지 가는 코스는 편도 2~3시간, 왕복 5~6시간이 걸리는 중급 코스다.
국수에서 양수역을 거쳐 능내와 팔당으로 가는 길이 특히 아름답다. 북한강철교를 건너고 지금은 폐역이 된 능내역을 지나며 물과 산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자연을 마주할 수 있다. 한때 기찻길이었던 흔적이 길 곳곳에 남아 있다. 중간에 레일을 끼고 달리기도 하고, 자전거를 잠시 세워둔 채 쉼터로 재탄생한 레일 위를 걸어도 본다. 중간중간 이어지는 터널은 옛 기찻길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터널을 자전거로 지나는 기분도 남다르다. 날이 더워지면서 터널은 천연 냉장고가 되어 페달을 밟는 라이더의 기운을 서늘하게 북돋아준다.
남양주시에서 출발하는 남한강 자전거길은 양평과 광주, 이천, 여주를 거쳐 원주를 지나 충북 충주시의 충주호까지 이어지는 125km의 대장정길이다. 다만 양평과 여주를 넘어가면 이후로는 길 위에서 식당이나 편의시설 등을 발견하기가 어려우니 충분한 먹을거리를 배낭에 준비해야 한다고.
서울의 아라뱃길에서 부산까지 이어진 자전거길을 따라 종주할 수도 있다. 아라뱃길에서 국수역까지는 100여 km로 초중급자는 이틀에 걸쳐, 상급자라면 약간은 무리하더라도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다. 이제 자전거 라이프를 즐길 준비는 끝났다. 마음만 먹으면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왼쪽/가운데/오른쪽]북한강철교를 오가는 라이더 / 능내역에서 팔당까지는 6km / 남한강 자전거길은 옛 철길과 함께 달린다. [왼쪽/오른쪽]물과 산이 어우러진 양수대교의 시원한 풍광 / 자전거길이 된 옛 기차 터널 [왼쪽/오른쪽]지금은 관광지로 더 사랑받는 능내역 / 능내역 내에는 옛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글, 사진 : 이송이(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