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바다이빙 강사 시절, 바다에 미쳐서 태평양 섬들과 동남아 바다를 돌아다니다가, 강사 동기 중에 필리핀 건조해삼을 수입해서 파는 친구의 소개로, 필리핀 맥주 회사 임원의 수십개 별장 중에 하나를 임대했다.
리조트를 차리는 것은 명분이고 사실은 놀기 위해서였다. 필리핀 중부 비사야 지방 두마게티, 가까운 곳에 스쿠바의 성지 아포섬이 있었다.
일본에서 돌아와 먹고 살 길이 막연했다.
몇 달간 놀다가, 이종사촌 형의 말대로, 중고 포크레인 10 대를 사서 임대를 했는데, 대박이 났다.
90 년대 초, 미친 듯한 경제로 건설업은 호황이었다.
기사 봉급 200 만원을 주고도 한 대당 200만원이 남았다.
관리가 귀찮아서 기사 중 나이 먹은 사람을 대신 관리하게 하고 난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착한 아내는 아이를 열심히 키우고, 난 집에 가서도 백수였다.
데모하다 육군에 끌려갔다가, 어느 날 해군으로 차출이 되었다. 이유는 수영을 잘해서였다.
아주 어릴 때부터 바다에서 수영을 해서 대학 1학년 때는 인명 구조원 알바를 해서 물 속에서는 자신이 있었다.
해군 해난구조대에서 수중 수색 대심도 다이빙 등. 아주 전문적으로 스쿠버다이빙을 배웠다.
문득, 내가 배운 스쿠버다이빙으로 놀러 다녀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겼다.
바다 속은 또 하나의 다른 세상이다. 내 단편 소설 중에 물속에 관한 것이 3 편이 있다.
두마게티에 가면 낮에는 바다에 있다가, 밤이면 리조트 앞 야자나무 아래서 술을 마셨다.
탄두와이와 함께. 탄두와이는 필리핀 대중주 인데, 양주 맛이고 먹기도 쉬웠다.
그 당시 두마게티는 관광객들이 잘도 잘 모르는 지역이었다.
그래서 현지 주민들도 순진하고 물가도 쌌다. 리조트에 동네 여자아이들을 4 명을 고용했는데, 월급이 한 명에 2000 원이었다. 할 일도 별로 없었다.
4명이 하루 종일 떠들고 노래 불렀다. 너무 게을러서 밥을 하고 반찬을 하고 테이블로 운반하기까지 2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그래도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같이 놀거니까.
저녁을 먹고 난 시원한 바닷바람이 부는 야자나무 아래로 가서 탄두와이를 마시면, 그녀들이 퇴근 하다가 내 주변에 앉아서 나와 이야기를 했다.
현지어 따갈로그를 하다가 나와 이야기 할 때는 영어였다. 필리핀식 영어가 나와 어울렸다. 어차피 나의 영어도 술이 취해 개판이니까.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눈 거 같은데, 별로 기억나는 것은 없다. 술이 취해 헛소리를 했을터이니.
그런데, 그 중 유별나게 기억나는 이야기가 있다. 일본놈들을 같이 성토했던 이야기.
리조트 옆에 늙은 일본 여자가 살았다.
필리핀 잘 생긴 젊은 사내와 함께였다.
어느 날, 그녀를 초청해서 같이 마셨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에서 5 년간 공부했기에 일본어는 잘 했다.
그녀는 남편과 이혼하고 노후를 즐기기 위해 필리핀에 왔단다.
남편은 우에노 공원에서 거지 생활을 한다고 했다. 남편이 퇴직하길 기다렸다가 이혼을 하고 재산의 대부분을 빼었다. 그 당시 많은 일본 여자들이 그랬다.
우에노 공원은 배신당한 남자 거지들이 많았다. 구청에서는 낮에 도시락을 그들에게 주었다.
그들은 나라에서 주는 보조금을 모아 여름에 하와이로 휴가를 갔다.
우에노에서의 거지 생활을 하와이로 보상 받았다.
그렇게 일본의 늙은 남녀들은 이별을 했다. 남편은 하와이로, 아내는 필리핀으로. 둘 다 괜찮은 선택이었다.
야자나무는 태평양 섬 동남아에서 가장 많은 나무다.
어느 환경에서나 잘 자라고, 현지인들에게는 대단히 유용한 식물이다.
야자 열매는 쓰임새가 많다. 과육을 먹고 과즙은 열대 섬에서 구하기 힘든 식용수가 되기도 하고 술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껍질은 말려서 숯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 참 숯 보다 향기가 좋다.
특히, 야자나무 숯으로 구운 닭고기는 최고다. 닭 역시도 양계닭이 아닌 자연산이다.
나는 야자나무 아래서 야자 숯으로 구운 야자나무 아래서 돌아다니던 닭고기를 야자나무로 수액으로 만든 술을 마셨다. 동네 어린 여자 아이들과 떠들면서. 필리핀은 스페인의 지배를 받다가, 1905 년 미국 ‘하워드 데프트와 일본 총리 가쓰라 다로의 밀약’으로 미국의 지배을 받게 되어 영어를 사용한다.
‘데프트가쓰라 밀약’은, 한국은 일본이 차지하고, 필리핀은 미국이 차지 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은, 청일 전쟁, 러일 전쟁으로 조선을 노리는 강국들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미국과 단판을 한 것이다.
현재 상황도 다를 바 없다. 윤 대통령의 미국에 대한 애정은 위험하다.
미국은 언제라도 배신할 준비가 되어있다. 일본은 한국을 자기 동생 정도로 우습게 알고 있다.
아마, 대충 이런 이야기 정도를 동네 여자 아이들과 했던 거 같다.
필리핀 시골 어린 여자 아이들도 대충 알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 대한 사실을 우리나라 위대하신 대통령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미국과 일본은 언제라도 배신 할 수 있다는 것을.
중국도 물론이다. 외교는 배신의 역사다.
그러나, 야자나무와 탄두와이와 두마게티 작은 동네 여자 아이들은 절대로 배신을 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