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초가 삼간 -
文霞 鄭永仁
아라 뱃길 옆에 권여 30층이 넘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준공을 앞두고 있다. 유명한 배우를 앞세워 오션 뷰, 리버 뷰, 서구식 정원이니 하면서 광고하던 새로 짓는 아파트다. 이제 거의 다 지어 무슨 유럽의 성처럼 하얀 아파트로 변신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오션 뷰, 리버 뷰가 무엇인지 몰랐다. 한강의 아라 뱃길이 보여서 리버 뷰(river view), 서해 바다가 보여서 오션 뷰(ocean view)란다. 전철역이 바로 앞에 있는데 역세권은 빠졌다. 하기야 아무리 오션 뷰니, 리버 뷰를 외쳐도 저층은 보일 리가 만무다.
이즈음 짓는 아파트의 광고를 보면 무슨 권역(圈域)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역세권, 조망권, 숲세권, 벅세권, 심지어는 붕어빵을 파는 곳이 있다는 붕세권이라는 말이 나돈다. 내가 사는 아파튼 어느 권역에도 들지 못한다.
요즘 ‘15분 도시’라는 말이 지자체 슬로건으로 단골로 등장 한다. ‘도보는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기본적인 서비스를 접근할 수 있는 도시’를 뜻하는 개념이라 한다. 15분 도시의 핵심 은 주거, 일, 물자 공급, 교육, 의료, 여가 등 도시의 필수 기능 여섯 가지를 생활 반경에 해결할 수 있는 ‘다중심 도시’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슬리퍼 신고 나와서 생활 일을 볼 수 있는 주거지 일 것이다.
많은 은퇴자들의 꿈 중에 하나가 물 좋고 공기 좋고 경치 좋은 산천에서 유유자적하며 사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제주도에서 한달살이 등 귀촌, 귀농 귀어 등, 세컨드 하우스를 구해서 사도삼촌(四都三村)이라고 유혹하지만 그것도 그리 녹록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느 유명한 가수의 노래처럼 ‘저 푸른 저 하늘에 그림 같은 집을 지어 놓고 사랑하는 님과 함께 한 백년 살고 싶어’ 라고는 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있다. 어느 대학 교수가 은퇴 후 전원 생활할 곳을 미리 정하여 상당히 공을 들였다. 동네 사람과도 미리 관계를 돈독히 하려고 5년여를 애썼다. 정작 은퇴 후 내려와 살아보니 얼마 못 살고 도로 도시로 올라왔다. 기득권을 가졌다는 동네 사람들의 텃세 못 이기고 돌아온 것이다.
강원도 쪽 바닷가로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 바닷가 바로 옆에 숙소를 정했다. 첫날밤에는 파도소리가 그리 듣기 좋을 수 없었다. 그 다음 날에는 파도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어느 부부는 경치 좋은 산속에 집을 지어 살았다. 아름답던 산천 경치도 밤이면 깜깜한 적막강산으로 변하니 견딜 수 없었다. 가끔 들개소리가 들리니, 결국 부부는 도시로 돌아왔다. 어느 유명한 작가는 작업실을 남쪽 유명한 미항(美港)에다 자그만 아파트를 구해서 내려왔다. 낮에는 아름답던 아파트 단지가 밤에는 자기 아파트와 다른 아파트 2채만 달랑 불이 켜져 있더라는 것이다. 다시 도시 근처에다 작업실을 구했다고 한다.
강가 근처에 아름답게 지어진 그람 같은 집에서 살다보면 맨날 강물만 바라보고 살 수 없지 않은가. 어찌 보면 사람은 사람 속에 살아야 하고 닭은 닭 속에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늘 그것만 보거나 들으면 살 수 없지 않은가. 맛있는 요리도 늘 먹으면 식상하는 것처럼…. 혹가다 보고 먹어야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은퇴한 부부가 부닥치는 문제의 첫째가 매일 얼굴을 맞대며 산다는 것이다. 남편이 출근하면 저녁이 되어야 보던 얼굴을 마냥 보고 있으니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특히 아내 쪽이 더 그렇다. 거기다가 삼식(三食)이 정도 되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좋은 말도 자주 들으면 마음 상하게 마련이다.
올림픽대로를 지나가며 한 강이 보이는 조망권이 좋은 아파트는 평당 1억이 넘고 수십억이라 한다. 내노라하는 유명한 연예인들이 산다고 한다. 하기야 못 가진 자의 푸념이긴 하지만 그들도 허구한 날 한강만 바라보면 살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15분 도시에 적합하게 산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다. 시장, 역, 학교, 병원, 극장 등이 15분의 생활 반경이 있다면, 더구나 직장까지.
구상 시인의 시구가 생각난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이니라”
(옮긴 글)